<h3>저녁 불현듯 울 문녀사에 대한 생각이 사무친다.</h3><h3><br></h3><h3>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글에 아부지는 자주 썼지만, 또 썩 괜찮게 점잖은 멋진 분으로 조금의 포장도 해 가며 묘사했지만 울 문녀사를 그렇게 대우해 준 적은 없는 것 같아 썩 미안해진다.</h3><h3> </h3><h3>참고 인내하며 언제나 자애롭고 희생적이신, 그리고 지고지순한 그런 전통적 어머니와는 거리가 있으신 우리 문녀사께서는 "눈주름 펴진다는 저 팩이 탐이 나는구나.", "사위, 내가 애 보느라 요새 좀 힘들었는데 오늘 저녁엔 북경 烤鸭를 먹기오." 당당히 요구하시는 당돌하고 꽤 귀여운 할머니시다.</h3><h3> </h3><h3>25전 내기 마작에 푸욱 빠지신 우리 문녀사께서는 낮에 전화를 하면 늘 건성으로 받기가 일쑤다.</h3><h3> </h3><h3>"뭐 하느라 대충 대답함까?"라고 하면</h3><h3>"오, 내 지금 치매 예방으로 기건대 작업하느라 바쁘다."라고 하시는데 배경음으로는 왈가닥절가닥 마작쪽 섞는 소리가 요란하다.</h3><h3> </h3><h3>그러고는 저녁에 전화가 걸려오는데</h3><h3>"오, 내 아까는 바빴다. 또 오늘따라 어찌나 잘되는지, 자꾸 이겨지자 해서 전화 받기 눈치 보이더라. 남들이 자꾸 내만 너무 돈을 딴다고 그러는데 또 나가 전화 받자니 다른 사람 보기 미안해서. "라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요약해 보자면 "나는 우리 동네 타짜다."가 주 내용이다.</h3><h3> </h3><h3>"그래 얼마나 땄슴까?"물어봤더니,</h3><h3>"그래 딴 돈으로 오는 길에 달걀 사가지고 왔다."하며 확답을 피하신다.</h3><h3>"얼마 땄는가?" 바투 들이댔더니 8원 50전을 땄다며 매우 호기스레 대답하신다.</h3><h3> </h3><h3>그렇게 너무 '이겨져서', 마직 친구 분들의 질투를 한몸에 받아안을 만큼 딴 돈이 액수가 너무 소박해서 내가 되레 내가 당황스럽다.</h3><h3> </h3><h3>우리 문녀사가 관절이 안 좋아서 한때 격소 들어간 약을 복용한 탓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적이 있다.</h3><h3> </h3><h3>시장으로 장 보러 가려고 버스를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인력거를 탔다길래</h3><h3>"엄마처럼 뚱뚱한 사람들 인력거 타면 민폐임다. 그 사람 얼마나 힘들었겠슴까? 이담부턴 버스 타든지 택시 타든지 하쇼."라고 했더니 문녀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h3><h3><br></h3><h3>"응. 나도 웬만하면 안 탄다. 그래도 어찌다 탈 때는 발을 들고 탄다."라고 하셨다. 그 말에 눈물 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h3><h3> </h3><h3>초중 때 내가 마을 합작사에서 两面针이라는 치약을 사온 적이 있다. 문녀사가 칫솔컵에 꽂힌 치약을 보시고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h3><h3>"이 치약은 양쪽으로 짜니?"</h3><h3> </h3><h3>그 뒤로 문여사는 아버지의 온갖 놀림과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런 놀림과 수모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주눅이 들지 않는다는 게 울 문녀사의 특점이다. 그 썩 괜찮은 유전자는 나에게로 옮겨 온 바 있다. 웬만한 일에 기 죽지 않기. ㅋ</h3><h3> </h3><h3>울 문녀사께서는 비록 짧은 지식과 단순한 정보력을 갖고 계시지만 인간사 막히는 데가 없으시고 사람 사이 교제에서 탁월한 능력을 뽐내신다.</h3><h3> </h3><h3>애 봐 주러 우리 집에 오셨던 짧은 2달 새에 어느새 맞은 편 집 사람들 고향이 길림 장백시이며 그집 할아버지가 장백시 정부의 선전부에서 사업하시다 퇴직하셨다는 정보를 알아오시기도 하고 그집 손자의 안 쓰는 유모차를 빌려오는 수완을 펼치기도 하셨다.</h3><h3> </h3><h3>낮에는 그 집 할머니랑 수다도 떠신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이지 울 문녀사의 짧은 한어 실력으로 무슨 수다를 어찌 떠셨는지 그저 궁금하기만 했다.</h3><h3> </h3><h3>어쨌든 유모차도 빌려 오시고 그 답례로 배추김치도 해서 갖다 주며 왕성한 외교를 하시는 거 보면 교제에서 언어가 다는 아닌가 보다.</h3><h3> </h3><h3>그래도 문녀사께서는 편집 될 딸의 엄마라 그런지 언어에 관심이 많으셨다.</h3><h3> </h3><h3>대학 때인가, 주말에 집에 갔더니 요즘 연변 티비에서 "로펌"이라는 드라마가 한창이라 잘 보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로펌"이 무슨 뜻이냐 내게 물어오셨다.</h3><h3> </h3><h3>그러면서 보태시기를 본인이 생각하건대는 늙은 범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나도 딱히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건 확실해서 "에이, 아님다. 늙은 범이면 로범이지 어째 로펌이겠슴까?" 라고 했더니 문녀사가</h3><h3>"그럼 암범은 어째 암펌이라 하고 수탉은 어째 수탉이야?"라고 되물어오셔서 나름 언어문자 전공인 내 입이 딱 벌어지게 하신 적 있다.</h3><h3> </h3><h3>어째 적고보니 이 역시도 너무 희화화한 듯한 느낌이 들어 죄송스럽다.</h3><h3> </h3><h3>울 문녀사는 언제 어디서나 늘 당당하셨다.</h3><h3> </h3><h3>한국으로 갔을 때는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기만 하면 거머리 같이 들러 붙는 다단계 아줌씨들을 불러 세워놓고 한바탕 교육도 하셨다.</h3><h3> </h3><h3>할머니는 우리글을 아시냐? 라고 묻는 아줌씨들의 물음에 "내가 왜 우리글을 모르겠냐? 내 말이고 내 글인데 그걸 모를 리가 있나?" 하며 사자후를 날렸고 "꼭 우리가 하는 활동에 참가해 달라, 할머니 전번은 어떻게 되시냐? 회원으로 가입하신다면 할머니는 누구 할머니로 적을 거냐" 달라붙는 아줌씨들에게 "여자는 이름이 없냐? 왜 내 이름을 안 묻고 누구 할머니인지만 묻냐?" 따끔히 교육해서 그 질기디 질긴 분들을 말로 격퇴를 시킨 적이 있다.</h3><h3> </h3><h3>아. 적고 보니 우리 문녀사가 매우 보고 싶다. 근자감으로 언제 어디서든 늘 당당한 문녀사 덕분에 자식들 걱정 덜 시켜주는 울 문녀사,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좋아하는 마작 오래오래 즐겁게 노시고, 매일매일 돈 따시기를…</h3><h3> </h3><h3>어느 겨울날 저녁에 북경에서 친구 같고 웬수 같은 막내딸이…</h3><h3> </h3><h3> </h3><h3> </h3><h3> </h3><h3> </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