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가든 그 곳에 있으라

🐹银实

<h3>한정된 자유를 누리러 집을 나설 때 나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두 권과 필기노트를 가방에 넣었다. </h3><h3><br /></h3><h3>지갑 열쇠 등등을 챙기니 가방이 제법 무거웠다. </h3><h3><br /></h3><h3>6.1절을 맞아 도도에게 새옷 한 벌 사 주려는 생각도 있었다. </h3><h3><br /></h3><h3>무거운 가방을 들고. 쇼핑몰로 와서 아기옷 매장을 돌고 옷을 산 뒤 쇼핑몰 일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책을 볼 계획이었다. </h3><h3><br /></h3><h3>무거운 가방을 들고 옷장을 헤맸으나 맘에 드는 옷을 고르지 못해 다시 또 무거운 가방을 들고 커피숍으로 내려와 앉았고. 나는 갖고 온 책을 꺼내 놓았다. </h3><h3><br /></h3><h3>조금 읽다가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h3><h3><br /></h3><h3>음악도 들어야 했다. </h3><h3>주섬주섬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듣는데. 영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h3><h3><br /></h3><h3>음악을 들었다,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저 책을 집어들었다 하는 새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는 새 휴대폰 바테리도 닳아갔다. </h3><h3><br /></h3><h3>배터리 양이 20프로가 안 된다는 신호가 뜨자 보고 있는 책에도 듣고 있는 음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h3><h3><br /></h3><h3>멀티탭(插线板)은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멀티탭이 있는 테이블로 옮기려고 보니 빈 자리 없이 꽉꽉 차 있다. </h3><h3><br /></h3><h3>그런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h3><h3><br /></h3><h3>나는 동행이 없어 보이는 한 여자 앞으로 가서 태연하게 앉아 휴대폰 연결선을 꺼내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멀티탭에 꽂았다. </h3><h3><br /></h3><h3><br /></h3><h3>간신히 초조한 마음을 달래놓고 다시 책을 집어든다. </h3><h3><br /></h3><h3>[지구별 여행자]/류시화. 의 인도 여행기이다. </h3><h3><br /></h3><h3>분주한 마음 사이로 들어온 어느 인도 구루(영혼 스승)의 한 마디... </h3><h3>"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h3><h3><br /></h3><h3>내 몸은 오늘 집을 나왔지만 나는 어디에도 있지 못했다. </h3><h3>분주하고 초조한 맘으로 지금 이곳에도 있지 못했다. </h3><h3><br /></h3><h3>어디에도 가지 못하고</h3><h3>아무것도 못한 오후에. 말 한 마디 건졌네. </h3><h3><br /></h3><h3>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 </h3><h3>이마저도 성급히 얻은, 결국 내 속으로 들어오지 못할 깨달음일지도 모르겠지만... </h3><h3><br /></h3><h3><br /></h3><h3><br /></h3><h3><br /></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