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b style="color:rgb(22, 126, 251); font-size:20px;">나의 서울살이 동네주택가 현장 스케치</b></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개혁개방 이전에는 한국의 서울을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신비로운 도시로 여겼다. 그러나 중한 수교이후 양국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체류하고 취업하는 일이 기능해졌다. 그리하여 나도 한국 출국 열풍에 가담하여 서울에서 여러 해 거주하며 실생활을 하는 동안 다양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서울은 역사가 깊은 도시이기 때문에 신개발 지역을 제외하면 오래된 노후 주택가가 많다. 이 지역들은 좁은 도로와 밀집된 주택들이 벌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 이웃과 창문을 통해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도 있다. 문을 열어 두면 옆집에서 나는 기침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밀집된 환경이 특징적이다. 거기에 애완견을 키우는 집에서 끊임없이 짖어 대는 소리는 정말 짜증날 정도이다. 그래서 전세나 월세 집을 잘못 선택하면,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집을 잘못 골랐다고 후회하게 된다. 오죽하면 TV에서도 이웃 간 소음 문제로 인한 잦은 다툼과 폭력적인 사건 기사가 자주 보도되겠는가? 많은 노후 건물의 앞뒤 거리가 너무 가까워, 실생활을 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이 심각하다. 다가구 주택가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그 내면을 살펴보면서, 아래에 내가 직접 겪었던 사례를 몇 가지 열거하고자 한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span class="ql-cursor"></span></span></p> <p class="ql-block"><b style="color:rgb(22, 126, 251); font-size:20px;">스케치 1</b></p><p class="ql-block">나는 서울시 강서구의 한 빌라 셋집에 자리 잡은지 몇 년이 되었다. 어느 날, 오후 한 시 정도에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는데, 옆 건물에서 티각태각 다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더니 나중엔 더 큰 목소리의 대판 싸움이 진행되었다. 갑작스레 크게 울리는 소리에 앞 집의 애완견도 놀랐는지 마구 짖어 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는데, 여자의 비명 소리에 울음소리 뒤섞여 들리더니 딩강댕강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련이어 났다. 남자가 "씨팔, 오늘 너 죽고 나 죽고 끝까지 해 보자 " 퉁탕탕 무엇을 치는지 마구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 오는데 여자가 "야, 씨발 개새끼, 네가 어디서 술을 가득 쳐 먹고 와서 이 난리야? 너 오늘 미친게 아니야? " 보아하니 부부끼리 가정 싸움을 하면서 폭행으로 집기를 부시며 점점 더 크게 화가 번지는 듯 했다. 한참 높은 언성으로 계속 부부 싸움이 진행 되는데 누군가 그 집에 와서 한참 꾸짖으며 말리더니 그 요란한 싸움 소리는 잠잠해 지며 모두 다 같이 어디론가 떠나 가는 것이었다.한동안 고요한 주택가에 울러 퍼지던 요란한 싸움 소리는 동네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었다. 마치 여름날 갑작스러운 소낙비처럼 주택가 창문이 들썩 거리게 하는 우뢰 소리 같이 와장창 소란을 피우다가 잠잠해졌다. 그러자 애완견도 짖던 것을 멈췄고, 주택가도 다시 원래의 고요를 되찾아 조용해 지었다.</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 style="color:rgb(22, 126, 251); font-size:20px;">스케치 2</b></p><p class="ql-block">어느 날, 옆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온다고 짐을 나르며 분주하게 들락거렸다. 이삼짐을 정리하던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믹스 커피를 쟁반에 받쳐 들고 권하면서 부산 사투리 어조로 앞으로 이웃으로 잘 지내자며 인사하러 우리 집에 찾아왔다.</p><p class="ql-block">그렇게 열흘쯤 지나갔다. 야밤 자정이 지난 시각에 너무 시끄러운 큰 소리가 들려와서 잠결에서 놀라 깨어났다. 알고 보니, 옆집에서 그 60대 초반의 남녀 동아리들이 야밤에 모여 도박성 고스톱을 치다가 서로간 시비가 붙어 목소리를 높여가며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을 계기로 그들은 낮에는 조용히 잠을 자다가 꼭 자정이 지난 시간에 모여서 고스톱판을 벌였다. 놀랍게도 젊은이들이 아니라 나이 든 남녀 노인들이 날마다 무리지어 다니며 한자리에 모여 술을 곁들어 마시면서 도박으로 고스톱판을 벌이면서왁작 떠들어 대는 것이 고요한 밤의 동네를 아주 시끄럽게 들썩여 놓았다.</p><p class="ql-block">이웃들은 달콤한 잠을 자다가도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나 투덜거렸다. 출입문 밖에는 빈 소주병 상자가 무룩하게 쌓여 있었고, 매캐한 담배 연기를 내뿜는 환풍기의 바람은 옆집들의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간다. 이웃들은 고스란히 담배 연기로 인한 공기 오염을 당해야 했다. 매일 자정 무렵이면 나이든 남녀들이 모여들어 고스톱을 치며 술을 마시고 떠들며 동네의 조용한 평화를 깨뜨렸다.</p><p class="ql-block">결국 어느 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 세 명이 단속하려고 찾아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과 약 한 시간 가량 대치했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경찰은 경고장을 남기고 돌아갔다.</p><p class="ql-block">그후, 며칠 동안 조용하더니,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밤마다 도박판이 열렸다. 경찰이 다시 출동했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소득 없이 엄중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 동네에는 이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건물주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그들에게 다른 곳으로 당장 이사 갈 것을 요구했다.</p><p class="ql-block">결국, 그들은 부랴부랴 이사하여 갔다. 그 이후로 밤마다 동네를 떠들썩하게 하던 도박판은 사라졌고, 건물은 다시 조용한 분위기를 되찾았다.</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 style="color:rgb(22, 126, 251); font-size:20px;">스케치 3</b></p><p class="ql-block">지금은 한겨울이라 날씨가 몹시 추워서 두꺼운 옷을 입어도 밖에 나가면 으스스 몸이 떨린다. 어느 날, 옆의 새로 지은 빌라 건물에 사는 한 아가씨가 두툼한 겨울 옷속에 자그마한 흰색 애완견을 가슴에 품고, 머리만 내놓은 채 마당에서 한참 동안 강아지에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말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아가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머리만 갸우뚱하고 말뚱한 눈으로 얼굴만 쳐다 본다. 그녀는 계속 강아지를 어루만지면서 마당에서 한동안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더니 갑자기 "앗, 이걸 어쩌나!" 하고 외치며 강아지를 품에서 꺼내 땅에 내려 놓았다. 옷을 곱게 입힌 강아지의 몸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왔다. 강아지가 품속에서 오줌을 어찌나 많이 쌌는지 온몸이 푹 젖어 있었고, 아가씨의 옷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황한 아가씨는 울상을 한 채로 엉거주춤 쭈그려 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p><p class="ql-block">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송아지만큼 큰 대형견을 목줄로 끌며 헐레벌떡 뛰어오던 아줌마가 숨을 헐떡이며 잠시 멈추었다. 대형견은 전봇대 옆에서 냄새를 킁킁 맡더니 그 자리에 대량의 배설물을 쏟아냈다. 아줌마는 무어라고 투덜거리며 비닐봉지를 꺼내어 황급히 변을 담아 챙겨 들고는 부랴부랴 그 자리를 떠났다. 동물법상 애완견 산책 시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으면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환경 위생과 이웃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면 깨끗이 처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이다.</p><p class="ql-block">멀리서 또 다른 아줌마가 애완견 두 마리를 유모차에 곱게 태운 채, 불편한 다리를 절룩거리며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힘들게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고 있었다.</p><p class="ql-block">요즘은 이상하게도 어린아이들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것은 온통 애완견들 뿐이다. 애완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곳곳에 너무 많다. 뉴스에서도 애완동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한국 전체 인구를 따라 잡는다고 통계가 발표되었다.</p><p class="ql-block">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남녀들은 독신 생활을 선호하고, 혼인율은 낮아지며 신생아 출생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애완 동물 개체수는 급작스레 늘어나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었다. 이는 세계 선진국들의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해도 뚜렷한 효과가 없는 상황이란다.</p><p class="ql-block">이대로 가다 보면 몇 십년 후에는 심각한 인구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회적 과제라고 한다.</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 style="color:rgb(22, 126, 251); font-size:20px;">스케치 4</b></p><p class="ql-block">서울의 노후 주택가에서는 열악한 환경의 불편한 실태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정부는 해당 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한 노후 주택 개조 사업을 추진하고자 재개발 지역을 곳곳에 확정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시작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해당지역의 좁은 골목마다 "주택단지 개조 사업 반대" 라는 구호가 붙어 있으며,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주민들 나름의 이유와 속사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정부와 주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은 장기간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는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처음 한국에 입국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여건이 넉넉하지 않아 교통이 편리하고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반지하나 옥탑방과 같은 저렴한 주거지를 선택했을 것이다. 반지하의 습기와 곰팡이, 옥탑방의 창고 같은 얇은 벽에 비좁은 방도 마다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조건을 따지지않고 세입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살다 보노라니 점차 경제적 여유가 생기어 더 좋은 조건의 월세나 전세로 이사할 기회가 생긴다.이 과정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경험하고 목격하며, 각자의 인생 이야깃거리를 하나 둘 쌓아간다. 그렇게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국 땅에서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 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얼굴에는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은 어느새 희어 지었다. 고향에는 널직하고 호화스러운 집이 그냥 비워 있지만, 이국에서는 열악한 조건속에서 세입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오늘도 역시 일터로 향한다. 비록 이국 땅에서의 힘든 삶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희망이 가득하다. 고된 여정이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 낸 노력과 성취는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며, 오늘도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여 땀을 흘리고 있다.</p><p class="ql-block"><b>2025. 2. 7</b></p><p class="ql-block"><b></b></p><p class="ql-block"><b><span class="ql-cursor"></span></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