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b style="font-size:22px;">엄동설한의 출퇴근 길</b> </p><p class="ql-block"> 글/남철우</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매서운 한파가 휘몰아치는 서울의 추운 겨울 아침, 오늘도 역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어둠을 깨우는 이른아침의 알람 소리가 어김없이 울린다. 그 소리에 날마다 적응된듯 익숙해진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하여 잠에서 깨어난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한밤의 따뜻함을 가득품은 이불을 포개며 하루를 시작한다. 옷을 걸쳐 입고 출근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시계를 들여다보며 분주하게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엄동설한의 추위와 분주함 속에서 매일마다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지만, 어쩌면 계속 쌓여가는 겨울의 눈처럼 모든 순간들을 쌓아가며 또 새로운 하루를 향해 나아간다. 인생의 생존 법칙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음을 암시하며, 다양한 감정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 준다. 이러한 생존 법칙에 따라 매일 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오늘도 종전과 다름없이 고난과 역경을 겪는 삶의 현장으로 몸 담그러 두툼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엄동설한 한파의 칼바람이 매섭게 스치어 몸은 저절로 움츠려 들기 시작한다. 비록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있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만은 더욱 따뜻한 것 같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오늘따라 동장군의 거세찬 냉기로 불어대는아침의 찬바람이 강해서 꽁꽁 언 귀를 두 손으로 감싸지고 버스 정류장에서 한 동안 기다려서야 승차하게 된다. 오늘따라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여 버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 할 때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 추워서 손이 시린데 단말기는 자꾸만 카드를 다시 찍으라고 하여 앞에서 줄지어 있는 승객들은 불만스럽게 투덜댄다.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붐비어 버스안은 승객들이 꽉 찬다. 그 중에는 임산부 노약자석에 다리를 꼬고 버젓이 앉은 어떤 30대의 아가씨가 입안에 무언가를 넣고 씹으면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그 옆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백발의 할머니가 힘들게 서 있는데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모르는 척하며 그냥 틀고 앉아 있는다. 곁의 사람들은 아니꼬운 눈총으로 그녀를 흘겨 본다. 그렇게 버스 타고 40여분 경과하여 하차한 후 숨이 차도록 회사까지 재빨리 걸어서 헐떡거리며 도착한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회사에 출근하여서는 하루의 일정에 따라 자신의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작업 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곤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정신을 가다듬고 오로지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렇게 회사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사이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지어 겨울의 짧은 하루가 금방 어두워진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오늘도 퇴근 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 입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운전기사 한 분이 “자동차 계기판에 노란 수도 꼭지 모양의 경고등이 뜨면서 차가 힘이 없어 잘 달리지 못한다” 고 했다. 나는 “어서 빨리 회사로들어 오셔서 점검을 받으십시오”라고 대화하여 한참을 기다려 자동차가 도착한 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엔진 체크 경고등이 노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스캐너 장비로 점검한 결과, 이그니션 코일에 고장이 발생하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바로 신품으로 교체하고 고장 코드를 소거하였다. 그 결과 고장 결함이 해결되었고 차량은 정상 상태로 회복되었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비록 몸은 지쳤지만 기사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회사 밖으로 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의 노동에 대한 깊은 보람을 느꼈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12월의 겨울은 낮이 짧아 오후 6시되면 금방 어두워진다. 가로등 불빛아래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귀가길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던 피곤함도 잊게하고 빨리 집에 가고자 하는 마음에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게 한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퇴근길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아 차창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지붕마루 위에는 어느덧 달이 떠서 휘영청 밝게 빛나고 있다. 오색영롱한 불빛속의 찬연한 서울 거리에는 다양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반짝이고 있다. 버스 차창을 언뜻 지나가는 유리창 너머로 식당 안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모여 앉아 행복하게 저녁 외식을 하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광경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외식을 하고 별이 윙크하는 달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다정히 가족과 행복하게 손 잡고 거리를 활보하며 오손도손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던 지난 시절이 새삼스레뇌리를 스치며 재현된다. 지금도 역시 고향의 밤 하늘에는 달과 별이 떠 있겠지, 같은 하늘아래 같은 오늘 밤의 이 시각에 똑같은 달과 별이 반짝이며 비추고 있지만 타관 땅에서 바라보는 달은 고향에서 바라보는 그 모습과 다르게 느껴진다. 해란강의 맑은 물이 흘러 적시며 싱그러운 향토 내음을 풍기던 내 고향은 풍경화 같은 멋진 경치에 찬란한 웃음소리가 듬뿍 넘치던 매혹적인 곳이었다. 그렇게 들끓던 내 고향, 청정한 고향산천의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하였을까?</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버스에 앉아 고향에 대한 깊은 추억에 흠뻑 잠겨있다 보니 하마터면 내려야할 집 근처 정류장을 지나칠 뻔했다. 버스가 출발하려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운전 기사에게 "잠깐만요, 내릴게요" 라고 말하며 얼른 카드를 찍고 하차했다. 집으로 걸어가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몸을 부대끼며 바쁘게 일을 해야하나 반문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건강하다고 단언하던 나도 요새 너무 정신없이 승용차 변속기 두 대를 연거퍼 교환하는 큰 작업으로 체력노동하며 근육을 많이 썼더니 여기저기 온몸의 구석구석이 잡아당기며 피곤하여 연륜을 느낄 때가 가끔씩 인지되고 있다. 나이는 정말 속일수가 없는가 보구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저녁을 먹으려고 밥상에 앉으니 평소 혼자서는 잘 마시지 않던 술 생각이 문득 나서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캬" 하고 몇 잔을 원 샷으로 마셔 보았다. 그러자 액체 에너지가 몸속으로 스며 들면서 기분 전환의 파워로 작동하여 하루의 피곤이 확 풀리며 기분이 홀가분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늘 식사전에 반주술을 마시는 것에 의문을 품곤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지쳤으면 술로 마음을 달랬을까”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여태껏 실제로 체험하지 못했던 음주 효과 매력의 새로운 사색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저녁을 먹은 후 TV를 켜고 오늘의 국내외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를 집중하여 본다. 뉴스가 끝나고 일기예보까지 보았더니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와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게로 내려 앉으며 졸음에 스르르 빠져 꿈 나라로 들어간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세월의 시계바퀴는 참으로 야속하게 빠르게 가고 있다. 소리 없이 가만히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은 어쩌면 나이테와 주름살 뿐이다. 한국에 입국했을 때만해도 파릇파릇했던 선남선녀들이 세월속에서 서서히 노화의 과정을 면치 못하여 얼굴에는 고생의 흔적만 남겨놓고 머리에는 서리가 내리어진다. 마음은 여전히 새파란 데 겉 모습은 낙인이 찍혀진 단풍으로 물 들어 가는 이미지이다.실로 금방까지 나무위의 파란 잎을 바라 보았었는데 땅에 떨어진 그 잎을 주어 봤더니 그것은 세월이 였더라. 그 세월은 우리와 함께 동행하여 어느새 단풍이 들게 되었다. 단풍 잎 같은 황혼 노을빛 인생 고개마루에서 이제는 쉬엄쉬엄 느긋하게 주어진 자기 일정을 잘 소화하면서 행복을 추구하여야 하는데 언제까지 해외에서 노무대군에 합류하여 계속 일을 해야 할까, 이렇게 반문하면서 또 한번 정리해 본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에 출국할 땐 몇 년간 열심히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계획한다. 그렇지만 그 몇 년이 지나면 그 계획에 욕심이 얹혀지면서 또 다시 십년을 채우고 그 십년이 지났는데도 기약없이 더 머물러 있게 된다. 또 수 년이 지나도 애매모호하게 어느때까지 어떻게 할지를 단정할 수 없어서 망설이며 확실한 결론의 정답을 찾지 못한 채 그냥 그럭저럭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처음에는 외식도 하지 않고 아끼고 열심히 힘들게 일하며 돈을 벌려고 욕심 부리던 것이 지금은 점차 나이가 들어 가면서 건강을 챙기며 자기 일상생활 용돈만 살살 벌면 된다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때까지 더 머물러 있어야 할지 확실한 정답과 도착점이 없는 현재를 이어가면서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그만 두어도 될 것 같지만 어쩐지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이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행복이란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이러한 매일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책임감을 안고 최선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꽃다발을 드리고 싶다. 오로지 가정을 위한 깊은 사랑과 의무를 짊어지고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가족의 행복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피땀을 흘리며 헌신하고 있는 그들은 진정한 무명 영웅이다. 나도 역시 그 대오에 가담한 일원으로써 매서운 겨울 한파속에서 오늘도 의연히 아침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비록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어 춥지만, 가족을 위한 마음은 더욱더 따뜻하기만 하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2024년 12월 5일,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서울시 화곡동에서</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a href="https://mp.weixin.qq.com/s/Pkah5s6k3te4WpAchHfQaA" target="_blank" style="font-size:20px;"><b>엄동설한의 출퇴근 길</b></a></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조글로에 실린 문장</span></p><p class="ql-block"><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