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자는 안해로 강해지고 어머니로 위대해진다” ‍ㅡ 2 0 2 5. 1. 7 ㅡ

扶宣（拒私聊）

어머니 자서전 제목이다. 해마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말일이면 이 제목이 떠올려진다. 어머니는 이 제목처럼 안해로 강하게 사셨고 어머니로 위대함의 정상에 우뚝 섰다. 2010년 8월 어머니의 자서전이 국제문화예술협회로부터 “허난설헌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하기에 앞서 2008년 한국 “열린문학” 논픽션 부문 최우수 당선작으로 당선되였다. “열린 문학”이 밝힌 당선 리유다. “방채봉 녀사는 독립 운동가였던 할아버지, 일본헌병대의 숱한 매질과 고문을 당했던 아버지의 비극적인 운명,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어린 나이로 세상을 등진 오빠 등, 련이은 수난의 가족사를 으면서 할머니 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방채봉 녀사의 파란만장한 삶의 드라마는 우리민족의 수난사와 흡사하다고 할까.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방채봉 녀사의 수난사는 우리 민족의 혈투사의 축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냘픈 녀인으로 극복하기 힘든 수많은 역경과 좌절을 딛고서 일어선 오뚝이 같은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극기와 인내로서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는 등,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의 드라마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할 때 어머니가 병상에서 나를 보고 하신 말씀은 딱 세 마디였다. 첫 말씀은 “뭘 이렇게 많이 사가지고 오냐? 다음에 올 때는 빈손으로 오너라. 네 얼굴만 보면 된다.” 맏이인 나는 삼형제중 유일하게 로임 봉투에 매달려 산 월급쟁이다. 명절이나 부모님 생일이나 또 직장에서 이것저것 나누어 주면 그냥 들고 찾아가면 어머니가 곱씹는 말씀이 “돈 많이 팔았겠구나, 힘든 신세에. 다음부턴 빈손으로 오너라”이다. 귀가 할 때면 내가 좋아하는 된장국을 싸주면서 꼭 택시타고 가라고 기어코 내 손에 돈 백 원, 2백 원을 쥐여준다. 그러면서 또 하시는 말씀. “못된 세월을 만나 15살에 농촌에 간 너한테 내가 용돈 한번 푼푼이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속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두 번째 말씀은 “훈이야 네가 오면 맛있는 것이 정말 많다”이다. 병상에 누워서 하신 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나는 동년시절로돌아간다. 동년시절 어머니가 퇴근하시면 나는 어머니가 든 가방부터 본다. 가방에서는 꼭 맛 나는 과일이나 과자, 사탕이 나온다. 그래서 “엄마가 퇴근하면 맛있는 것이 꼭 있다”는 말이 생겨났다. 어머니 역시 이제는 맛있는 것을 기대하던 동년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 번째 말씀은 “너는 훈이!”라고 곱씹는 말씀이다. 기운이 없어 그냥 두 눈을 감고 계시다가 내가 어머니 손을 잡아 쥐면 눈을 뜨시는데 입가엔 인차 웃음이 피여 오른다. “제가 누굽니까”하고 물으면 한 손을 겨우 올려 나를 가리키면서 련신 하시는 말씀이 바로 “너는 훈이! 너는 훈이!”다. 이 말씀은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씀이다. 먼 길 떠나시기 전까지 어머니는 맏아들의 이름을 잊지 않으셨고 맏아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길을 떠나셨기에 가시는 길에 외롭진 않으셨을 것이다. 모정의 세월은 비록 막을 내렸어도 어머니는 여전히 위대함의 정상에 서 계신다. 김영건 시인의 시 "엄마의 저녁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서녘 아궁이에선홍빛 노을이 타오른다밥솥에 모락모락 밥냄새옹기종기 산머리들배고파 숨 고른다 까만 뚜껑 열어버린 밤하늘익어터진 하얀 별밤허기진 그리움 퍼 담노라밥죽모양 큰곰자리칠성별 한창 바쁘다 /勋之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