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와 함께 성장하는 여인들

방미선

<p class="ql-block">-상해조선족여성협회의 “효• 배달 어르신 캠핑투어”를 말하다-</p> <p class="ql-block">상해조선족여성협회 애심팀이 주최한 “효• 배달 어르신 캠핑투어” 가 (이하 효• 배달) 2023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년 여 사이에 도합 14차 진행되었고 활동에 참가한 애심팀원은 연인수로 50여명, 참가하신 노인은 연인수로 근 300명을 헤아린다. </p> <p class="ql-block">애심팀원들은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 빈도로 수요일 하루시간을 “효• 배달”에 할애했고 매 번 캠핑카를 포함한 자가용 5대로 20명 좌우의 노인들을 모셔 왕복 100여 킬로를 달렸으며 새벽부터 분주히 서둘러 준비한 식자재를 운반하여 투어현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푸짐한 선물도 챙겨드렸다. </p> <p class="ql-block">“효• 배달”에 수요되는 자금은 애심팀의 바자회를 통한 수익에서 매차 천원을 사용한 외 나머지 비용은 모두 애심팀원들이 자체로 해결하였는데 투어에 필요한 텐트, 바베큐용 고기와 기타 식자료, 캠핑카, 자가용의 휘발유와 고속도로 통행요금 역시 애심팀원들이 자원적으로 분담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해 도심에서 근교에 위치한 투어지점으로 이동 중의 안전운전도 확실히 보장했고 노인들의 건강 상태에도 면밀한 주의를 돌리면서 아무 차질없이 열네 번의 캠핑투어를 멋지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p> <p class="ql-block">이같은 일을 단 한번만이라면 혹 누구라도 해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일년내내 무려 열네번이나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여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누구나 함부로 덤벼들 수 있는 게 아니다…. </p> <p class="ql-block">상해조선족여성협회 애심팀은 어찌하여 이같은 활동을 시도했고 이 활동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은 에네지는 어디서 왔으며 그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p> <p class="ql-block">2023년 초 애심팀의 새해 계획을 앞두고 가장 많이 거론된 화두는 “자기 몸으로 행하는 효도의 즐거움 맛보기”였다. 헌금도, 헌품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으로 직접 효도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노인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온 몸으로 감지하고, 효도 과정에서의 힘듦을 통해 얻는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면서 효도의 깊은 뜻과 참 의미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자신들의 “효•배달”이 사랑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되어 보람된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의 감동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p> <p class="ql-block">애심팀은 새해 활동계획 미팅을 애심팀장의 캠핑카에서 가졌다. 당시 코로나에서 금방 해탈된 상해는 아직 원기를 회복하지 못했고 특히 3년이나 집에만 갇겨 있어야 했던 노인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쳐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심팀은 새해에 더욱 많은 시간과 정력을 노인들을 위해 바치자는 생각에 합의를 보았지만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활동을 조직해야 할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혹 노인들의 집을 찾아 청소를 해 드릴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아니면 노래를 불러드리고 춤을 춰 보여드릴까 등 별라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런데 노인들은 태반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혹 젊은이들한테 불편을 조성하는 건 아닐지? 군 음식을 대접했다가 탈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또 어떤 노인들은 조용한 걸 좋아하시는데 노래와 춤으로 벅적거리면 시끄러워하지는 않을런지…오만가지 방법을 떠올려 보았지만 다 신통치않았다. 모두들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골몰하는데 갑자기 애심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캠핑카를 이용해 노인들을 모시고 공원이나 교외로 가면 어떨까요?” </p> <p class="ql-block">팀원들이 깜짝 놀란 두눈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다시 캠핑카를 쓸어보고 만지고 토닥이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도 그럴것이 팀장의 멋진 캠핑카는 가격이 어마어마한데다 구입한지 겨우 두달 밖에 안되는데 그처럼 애지중지하는 캠핑카에 일면식도 없는 노인들을 모신다고? 한심하고 이해할 수 없어서 모두들 머리를 저었다. 뜨겁게 달아 올랐던 토론 분위기가 슬슬 가라앉고 모두들 묵묵히 애꿎은 손톱눈만 뜯는데 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애심팀의 효도행위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캠핑카를 내놓을 수 있다”, “좋은 차를 좋은 일에 사용하면 차의 가치도 확 오를텐데…효도 행사를 하는 기간 절대 캠핑카를 팔아버리지 않을 것이고 혹 뜻밖의 일로 캠핑카에 흠집이 생겨도 절대 애심팀에 책임을 강요하지 않겠다!” 팀장의 강경한 태도와 견결한 의지에 팀원들이 차츰 수긍하기 시작했고 잇달아 많은 건설적인 의견과 방법도 내놓았다. 노인들을 모시는데 캠핑카 하나로 족할까? 문론 부족하니까 너도나도 자가용을 내놓겠다고 나섰고 드디어 캠핑카와 4대의 자가용을 이용해 노인들을 공원이나 교외로 모셔 일일투어를 하자는 데로 의견이 합치되었다. 자기들의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에 팀원들이 서로의 두 손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다음 의논 건은 투어 내용이었다. 모두들 금방 토론 되었던 재밌는 이야기해드리기, 예쁜 노래와 춤 보여주기, 맛있는 음식 대접하기, 선물 챙겨 드리기 등등에 다시 화제를 모아 열렬한 토론 끝에 노인들을 모실 꽤 그럴듯한 방안을 설계하고 활동 명칭도 제법 근사하게 만들었다. </p> <p class="ql-block">바로 이름하여 “효• 배달 어르신 캠핑투어”! </p> <p class="ql-block">“효• 배달”방안은 결정되었지만 실천도 결코 녹녹치 않았다. 우선 투어지점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상해에 비록 400여 개를 헤아리는 크고 작은 공원이 있지만 그러나 캠핑카와 자가용 입장은 불가여서 불가피적으로 교외의 유원지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혹 경치 좋고 거리도 비교적 가깝고 차 입장도 가능한 곳이 있긴 했지만 입장료가 엄청나서 견주기 힘들었고 너무 먼 곳은 년세가 높은 노인들을 모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등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곤난에 부딪치게 되었다. 모두들 사기가 저락될 즈음 부팀장이 전산호(淀山湖)를 추천하였다. </p> <p class="ql-block">상해와 강소성 곤산시 접경 지대에 위치한 전산호는 상해에서 면적이 가장 큰 담수호이고 황포강의 발원지로서 그 주위에 둘러싸인 “동방록주”(东方绿洲), “대관원(大观园)”, “진운기념관(陈云纪念馆)”, “환호생태공원(环湖生态公园)” 등 관광명소와 함께 공기 좋고 바람 좋고 볼거리가 풍성해서 상해 사람들이 일일투어 지점으로 손꼽는 유람지다. 현지시찰 결과 마침 입장료도 안 받고 자유자재로 캠핑카나 자가용을 시간 제한없이 세울 수 있었다. 게다가 노인들에게 필수인 깨끗한 화장실도 가까이에 있고 자그마한 야외무대와 큰 무대로 사용할 수 있는 호수광장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으니 참말로 꿩 먹고 알 먹기가 따로 없었다. 다만 거리가 좀 멀어서 휘발유 등 소비가 예산에 비해 늘고 안전걱정 수위도 다소 높아졌지만 애심팀원들은 그것도 다 안고 가기로 했다. </p> <p class="ql-block">드디어 모든 준비를 원만히 마치고 봄빛이 화사한 4월을 맞아 “효• 배달 어르신 캠핑투어”의 첫 막을 올리며 멋진 캠핑카와 깔끔한 자가용에 노인들을 정중히 모셨다. 그런데 애심팀원들의 흥분된 기분과는 달리 어르신들의 반응은 상상밖에 조금 냉냉했다. 조심조심 50킬로를 달리는 사이 차창 밖으로 높은 빌딩과 거리의 화사한 꽃나무들이 휙휙 지나치고 차츰 교외로 접어들면서 푸른 광야가 예쁜 그림처럼 펼쳐졌지만 차 안의 기분은 여전히 무겁고 차거웠다. 이상한 느낌이 애심팀원들의 마음에서 스멀거렸지만 그러나 팀장의 지휘에 따라 의아함을 속 깊이 감춰가며 계획된 일정을 한가지씩 차분히 소화하고 현지에서 음식을 만들어 풍성한 점심을 차려 드렸다. 노인들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밥상에 다가 오셨다가 맥주 한잔, 막걸리 두잔 마시면서 수근거리더니 차츰 얼굴에 화색을 돋구면서 애심팀원들이 꿈에도 생각지 못한 말씀을 꺼내셨다.</p> <p class="ql-block">“여성협회 회원들 중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는데 혹 무슨 물건을 사게 하려고 좋은 차에 모시는 건 아닌지”, “다단계판매 같은 걸 하려고 노인들을 모아서 꼬시려는 건 아닌지”, “어디 가서 쓰레기라도 같이 주으려는 게 아닌지”하면서 자녀들이 슬그머니 걱정하고 어떤 가정의 젊은이들은 아예 가는 걸 말렸다는 게였다. 황당하고 답답했고, 그런 상황은 그 뒤에도 두번 쯤 계속 되었다. 마음이 산란해지고 열정이 찬물을 확 맞아 가슴이 시렸지만 그러나 애심팀원들은 “효• 배달”을 향한 자신들의 선택에 추호의 흔들림이 없이 오히려 더욱 진정성있게, 열심히 일을 밀고 나갔다. </p> <p class="ql-block">사실 하루의 “효• 배달”을 위해 애심팀은 오랜시간 열심히 준비하고 여러가지 구체적이고 사소한 일에까지 신경을 바싹 조여야했다. 처음엔 애심팀원이 셋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인맥을 통해 다른 팀이거나 회원이 아닌 친구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했고 어떤 회원은 자가용을 낼 수 있지만 운전할 줄 몰랐고 또 많은 사람들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는데 료리솜씨가 별로라 그것도 걱정거리였다. 또 매번 “효• 배달” 시 날씨가 어떤지를 확실히 점검해야 했고 매 차 될수록 다른 식재료 마련하기, 금번 주 자가용을 낼 수 있는 회원 물색하기, 선물은 충족한지, 몇시에 어디에 모여서 떠날지 등등에 모두 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 와중에 때론 차가 부족되면 팀장은 캠핑카 외에도 가끔 집의 자가용까지 내놓았고 함께 떠나야 하는 약속 지점에서 집이 먼거리에 있다보니 투어 시에는 항상 하루에 근 200키로를 달려야 했다.</p> <p class="ql-block">“효• 배달”은 회를 거듭할수록 상황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지면서 운전수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항상 대기하는 기타 팀의 기사애심천사도 생겼고, 회원이 아니지만 친구들의 효심에 감동되어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수요일마다 “효•배달”에 가담하여 요리를 전 담당했고 나중에는 아예 여성협회에 가입하여 애심팀원으로 되었다. 그리고 세명으로 시작되어 봉사자가 모자라 쩔쩔매던 때가 언제인가 싶게 고정 봉사자가 26명으로 확충되어 매 차 8명의 봉사자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여남이 있었다.</p> <p class="ql-block">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차츰 애심팀의 “효• 배달”이 어르신들을 호사시키는 아름다운 행사라는 사실이 입 소문을 통해 상해 조선족 사회에 쫘악 알려졌다. 푸른 물이 끝간데 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가에서 따뜻한 해빛 아래 싱그러운 바람도 마음껏 쐬고 예쁜 젊은이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 맘껏 노래하고 춤 추고 상품도 한가득 받아 안고 오랜만에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의 주름을 쫙 편 즐거운 하루였다면서 노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노인들은 저저마다 “효• 배달” 행사를 향한 기대와 욕망이 가슴에 부풀어 언제면 순번 차례가 다가올까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고 주동적으로 애심팀에 연락을 취한 노인분회도 있었다. 비록 힘들고 지쳤지만 어르신들의 웃음 꽃이 활짝 핀 얼굴을 보면서 애심팀원들은 의미있는 일로 꽉 채운 하루를 보낸 자부심과 함께 가슴속 깊은 곳의 벅찬 희열을 느꼈다.</p> <p class="ql-block">여성협회 가입 시초, 그들이 알고 있는 “효”의 의미는 간단했고 그 실천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모금 시 적극 호응하고 헌품 시 열정적으로 참여하면 그만이었으나 “애심”팀원이 된 후부터 더욱 의미있고 구체적이고 흥미를 띤 효도활동을 시도하면서부터 그들 앞에 효도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힐 요구가 제기되었다. </p><p class="ql-block">효도는 우리민족 전통미덕의 중요한 부분으로서의 비단 가정내에 국한된 부모에 대한 공경 뿐만이 아닌 더 넓은 사회적 령역으로 확대되어 보편적인 도덕적 요구로 되었다. 효도를 적극 행함으로써 어르신들이 생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고 자신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사랑의 의무를 이행한다고 생각했을 때 애심팀원들의 “효• 배달”의 의미에 대한 인식은 한층 또렸해졌고 “효• 배달” 실천에 대한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p> <p class="ql-block">“효• 배달” 초기, 그들은 노인들에게 “드리기”에만 급급했다. 그저 노인들이 즐거워하고 만족하고 행복하기만을 원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만든 단순한 한끼가 아닌 식사자리에 빙 둘러 앉아 신나게 이야기 꽃을 피우는 노인들을 지켜 보노라면 부모, 형제, 친지들이 모여 즐거운 명절을 함께 보내던 광경이 기억의 저 멀리에서 손을 저으며 달려 오는 듯 했고 행복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인들의 함박 웃음 핀 얼굴에 엄마, 아빠의 웃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다가오기도 했다. 즐거운 기억을 끌어내어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고 행복한 추억을 되살려 더욱 행복한 내일을 만드는 효도는 어르신들의 황혼 생활을 배려하여 즐거움을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효• 배달”을 통해 거대 도시의 삶의 경쟁 속에서 생기는 아픔을 무마하는 힐링을 느낄 수 있었고 곤난앞에서 가끔씩 시들해지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때때로 약해지려는 마음을 추슬려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니 그들은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자신들의 소중한 성장을 돌려 받았다.</p><p class="ql-block"> </p> <p class="ql-block">어르신들께 효도하고 남을 돕는다는 건 사실상 자기수련이고 이같은 아름답고 따뜻한 감정경험은 큰 힘으로 발효되어 성장의 밑거름으로, 성숙으로 향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될 수 있음을 그들은 “효• 배달”을 통해 가슴 깊이 느꼈다. “효• 배달”은 그들 삶의 자그마한 한 부분이지만 그러나 이 한부분의 가치있는 삶은 그들의 성장을 돕는 큰 부분으로 되었고 자신의 옳바른 생각으로, 대바른 자부심으로 삶의 길에 “효• 배달”이라는 아름답고 가치있는 추억을 만들어냈다. </p> <p class="ql-block">추억의 힘은 강하다. 힘들고 아름다웠던 “효• 배달” 추억은 또다시 세월과 더불어 더욱 큰 에네지로 발효되어 그들의 삶을 한결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p> <p class="ql-block">“효• 배달 어르신 캠핑 투어”는 그들 생명의 열정, 그리고 성장이었다.</p> <p class="ql-block">뜨거운 생명의 열정으로 효도와 함께 성장하는 우리민족 여성들이 여기 상해에 있다. 그들의 더욱 아름다운 내일을 기원한다.</p> <p class="ql-block">2024년 9월 16일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