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댁은 누구세요. 물어보려다 말고 그냥 지나치는 발걸음을 무심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림자가 참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 거울이 생각난다. 목욕을 하고 머리를 단정히 빗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댁은 누구신지 키만 컷더라면 하고 되뇌이던 젊었던 내가 생각나 허구프게 웃어버린다. 우리는 참 허를 실로 알고 용케도 살아왔고 또 그냥 살 때까지 살아갈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태여난 값어치나 하기 위해서라고 자기를 설득한다. 그래도 하늘과 땅과 해와 달과 구름과 바람과 꽃과 풀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였다.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였다. </p><p class="ql-block"> 해진 자락이 펄럭이는 우주의 어느 변두리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분명히 들려온다. 우리의 말과는 전혀 다르지만 무슨 뜻인가는 령적으로 느껴진다. 우리한테 오세요. 이곳에는 태양도, 달도,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정신도 없습니다. 오롯이 령적인 교류만 있을 뿐입니다.</p><p class="ql-block"> 가야 하나? 그림자에게 묻습니다. 거울 속의 허상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p><p class="ql-block"> 나중에는 나의 마음에 묻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