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 (풀)/ 임은숙

메아리 MEARI 诗朗诵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풀 / 임은숙</b></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사람들은 나를 풀이라 부른다.</p><p class="ql-block">꽃이 아닌 풀이라 부른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흔한 모양새에</p><p class="ql-block">향기라 할 것도 없는 그냥 풋풋한 냄새</p><p class="ql-block">어쩌면 풀이라 불리는 것이 </p><p class="ql-block">당연할지도 모른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풀이라 불린 세월에 익숙해져서</p><p class="ql-block">이제는 제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p><p class="ql-block">풀의 삶을 산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꽃이면 어떻고</p><p class="ql-block">풀인들 어떠랴</p><p class="ql-block">어차피 때 되면 시드는 법</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눈부신 태양 아래</p><p class="ql-block">바람과의 담소로 아름다운 날들이</p><p class="ql-block">내겐 행복이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풀이라 불리며</p><p class="ql-block">꽃이 아닌 풀이라 불리며</p><p class="ql-block">오늘을 사는</p><p class="ql-block">나는 풀이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