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광구를 보고서도 태양을 봤노라고</p><p class="ql-block">그 고운 처녀의 얼굴을 </p><p class="ql-block">그 빨간 처녀의 웃음을</p><p class="ql-block">그 뜨거운 처녀의 정애를</p><p class="ql-block">봤노라고</p><p class="ql-block">얼마나 우스운 일인거냐</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태양의 참모습을 나는 보았노라</p><p class="ql-block">새빨간 거짓말</p><p class="ql-block">진한 먹물에 잠그어도 </p><p class="ql-block">그냥 새빨간 거짓말</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태양은 예나제나 경계의 단 바늘로</p><p class="ql-block">우리의 두눈을 멀구어 놓는다</p><p class="ql-block">우리는 눈으로가 아니라</p><p class="ql-block">미더운 넋으로</p><p class="ql-block">사나이의 예민한 감으로</p><p class="ql-block">태양의 모든 것을 느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태양은 예나제나 제 모습을</p><p class="ql-block">신비의 미궁에 깊깊이 숨겨두고</p><p class="ql-block">경계어린 그러나 살가운 빛으로</p><p class="ql-block">사심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베푼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우리는 다만 </p><p class="ql-block">미더운 넋으로</p><p class="ql-block">그 무르녹는 사랑을 </p><p class="ql-block">그 작열하는 정애를</p><p class="ql-block">느낄 수 있을뿐</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1985년 4월 13일</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