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사진: 수혜</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단편소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다홍빛 소용돌이 / 리정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눈앞이 아슴해지면서 불꽃이 아른거린다. 후둘거리는 다리를 겨우 내 디디며 그녀는 피시방’PC’을 빠져 나왔다. 어제 저녁부터 쌀물하나 입에대지 않고 눈 한번 붙이지 못하여서인지 쓰러질듯 비틀거렸다. 기댈수 있는 나무 한그루 조차도 보이지 않아 그녀는 땅에 풀썩 주저 않았다. 벌판에 홀로 버려진 고아 같았다. 서산에 기울어지는 해는 마치 큰 함정같이 여겨져 외로웠고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달달 떨리는 손끝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 전화 번호를 눌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금씨 잘지내고 있지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다정다감한 웅글진 목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목이 꽉 메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화선생님…”</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흑 흑 하면서 눈물부터 나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금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저…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거기 어디예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서…서시장 남쪽 골목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곳에 꼼짝 말고 있어요, 내가 금방 갈게요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뒷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서산으로 미끄러져 가는 석양빛 뒤 꼬리에 한올한올 타는 그녀의 가슴은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몽롱한 의식에 어제 집을 뛰쳐나간 눈물 투성인 손자가 그녀를 향해 허우적 거리는 모습이 스쳐갔다.</b></p> <p class="ql-block">찰떡 붙이는 판</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1</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첫 돌 지난 외손자를 맡아 키운지도 어언간 14년이 되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큰 딸이 3년 련애끝에 결혼한 남편과 애 둘 낳고도 리혼 할 줄이야, 자식들 위해 도박꾼 남편과도 리혼못하고 살아온 그녀와는 너무 달랐다. 자기는 엄마처럼 자식들 때문에 자기 인생을 저당잡히지 않겠다고 한다. 지속되는 불화를 끝내겠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혈서로 각서까지 쓰면서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서도 시집에서 마련해준 집마저 도박빚에 다 말아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삶의 가시밭길에서 세집살이를 전전긍긍 하면서도 가정을 지켜 두 자식을 잘 키웠냈던 것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독한년 같으니라고 에미 돼가지고 어쩜 새끼 버리고 자기 잘 살겠다고 리혼한단 말이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녀는 도무지 납득히 가지 않았다. 큰 손녀는 친가에서 키우고 작은 손자는 그녀가 키우게 되었다, 퇴직후 삶을 그려가던 그녀의 아름다운 화폭은 산산 쪼각이났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세상물정 모르는 손자의 새별같이 광채가 도는 두 눈과 해시시 웃는 얼굴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하였다. 그때로부터 그녀의 모든 일상은 손자를 위해 돌아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손자를 특별히 이뻐했다. 손자의 머리결도 자기를 닮아 곱슬 머리이고 머리 뒤통수에 팥알만한 빨간 점도, 입 가장자리에 작으마한 점도 그녀의 것과 똑 같았다. 그녀는 자기 분신인것만 같아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의로움에 놀랐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손자를 공부도 잘하고,자립성도 키워 주며 덕이 있는 아이로 키우려고 그녀는 무척 애쓰며 손자의 모든 일정을 철저히 관리하였다. 초중에 올라가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릴가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감시하였다. 중점 고중에 진학 할수 있는 성적으로 앞자리로 끌어 올리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다. 수학학원, 영어 학원, 물리학원 주말이면 손자도 팽이처럼 돌아쳤다. 축구도 배웠다. 손자가 숙제 할 때면 그녀는 즐겨 시청하는 련속극도 보지 않고 곁에서 책을 들고 읽는 척 하기도 하면서 저녁 늦게라로 손자가 숙제가 끝날때까지 함께 하였다. 그녀의 모든 포커스는 손자에게로 향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나름대로 ‘줄탁동시’ 학습법으로만 생각하고 애썼지만 성적은 제자리 걸음으로 도저히 올라갈줄을 몰랐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요즘엔 웬지 할머니와 통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물어보는 말도 툭, 툭 퉁명스럽게 던진다. 례의 바르고 반에서도 모범생으로 반주임도 귀여워 하고 활발하여 인기가 있다고 하는 손자인데…</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토요일 날이다. 학원을 가던것이 정부에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학원을 못하게 하여 집에 있다. 아침밥을 먹은 후 숙제도 하지 않고 손가락 끝만 만지작 거린다. 핸드폰을 놀지 못해 매삼질임을 그녀는 눈치챘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핸드폰을 모두 거두어 보관하여 평일에는 핸드폰을 놀지 못하지만 휴일이면 오전 한시간 오후 한시간 저녁 한시간으로 그녀의 핸드폰으로 노는 시간을 손자와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일단 핸드폰을 쥐면 시간가는 줄 모르다. 그녀는 오전에 정신 집중이 잘된다고 하여 숙제를 오전중으로 하라고 닥달해 왔다. 아홉시가 되었지만 공부 할 념을 하지 않았다. 공부하란 말 하면 두 볼만 툭 불거져 나올 것만 같아 핸드폰을 구석에 놓고 집안 청소를 하였다. 손자는 살살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쥐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시엄니살이, 시누이살이, 남편살이’ 는… 있는줄 아나 '손자살이' 도 있을 줄이야… 그녀는 서글픈 마음에 울적해 났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핸드폰을 쥔지가 한시간도 넘었는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정신없이 폰을 터치한다. 야들야들한 눈망울에서는 레이저 빛이 번뜩인다. 또 한식경이 훨씬 넘었다. 그녀는 올라오는 화를 겨우 눅잦히면서</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얘 이제는 공부할 시간이 되었구나, 공부해야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는 듣는둥 마는둥이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숙제해야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의 음성에는 노기가 묻어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알았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의 볼 부은 소리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훌겨보더니</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할머니는 그저 공부, 공부 밖에 몰라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고분고분 말 잘 듣던 손자가 오늘은 눈을 딱 부릅뜨고 마주보며 대들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래, 네 임무가 무엇이겠니 공부가 아니겠니 공부도 다 때가 있단다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손자를 바라보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할머니 저 후회해도 상관없어요, 할머니 이젠 그만 상관안하면 안되겠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떻게 상관 안 하냐 너네 엄마가 너를 나에게 맡겼으니까 내가 책임지는 거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만 책임졌으면 이젠 저 절로 할게요, 할머니는 맨날 ‘숙제 다했니’ ‘얼마 남았니’ ‘어디 보자 검사하자 검사할줄도 모르면서’ ‘열심히 해라’ 할머니 전 이젠 그 말이 딱 질색이란 말이예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느새 호수같이 맑은 눈동자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 아이구, 네가 내 손자니까 다 너를 위해서이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의 여린 눈물을 보니 마음이 누그러졌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할머니 나를 위한다는 그 사슬로 나를 옥죄이지 마세요, 저 고통스럽단 말이예요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니 그게 뭐 사슬이냐? 관심이고 사랑이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할머니 쇠사슬보다 더 무서워요, 나를 통제하려고 하고, 할머니 뜻대로만 하라고 강요하고, 욱박지르구...”</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눈 언저리가 벌겋게 달아오르며 울먹울먹 하더니 둑이 터진 봇물같은 눈물이 뚜루루 떨어진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엉 엉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코물에 범벅이되어 폭풍같이 쏟아붓는 표효하며 울부짖는 절규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왕 ‘꼰대’ 할머니 같은게”</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뭐라냐”</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의아한 눈길로 손자를 바라보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저에게 자유를 주세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는 악을 바락바락 쓰더니 현관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녀는 아연실색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왕 꼰대’라니 무슨 말이지? 이 세상에 나 처럼 손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니가 몇이나 되는 가 싶었는데… 휴,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바람이나 좀 쐬이다 들어오겠지 하며 아려나는 마음을 졸이면서도 붙잡지 않았다.</b></p> <p class="ql-block">수험생들</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가 사춘기가 온 것이였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그녀의 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 손녀가 매스레 울다가 웃다가 한단다. 그녀에게 같은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라 애끓는 심경을 하소연하는 것이였다 사춘기인지 우울증인지 자기도 모르겠단다. 자녀들과 말하고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보면 좋으련만, 그 할머니는 아들에게 전했지만 재혼한 아들은 엄마 알아서 하라고 무관심이란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주변에 사춘기 애를 둔 엄마들과 할머니들의 심각하게 고민하고 티비에서도 사춘기 아이와 트러볼이 생겨서 애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본지라 그녀는 마음이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사춘기에 관하여 손자에게 한 번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소학교 졸업하기 직전에 반에서 사춘기에 관한 수업을 하였다는 것이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래 사춘기란 뭐라고 하더냐”</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할머니, 사춘기란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합디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래 너는 어느 시점이라더냐”</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하, 하 할머니 나는 이제 갓 사춘기에 들어서는 계단이랍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래, 그램 너두 어른으로 장성해 가겠구나, 셈이 들겠구나 장하다 우리 손자” 그녀는 기뻐하면서도 내심 걱정도 되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7학년을 올라가면서 크림도 외국에 있는 엄마에게 부탁해서 사고, 거울에 자주 비추기도 하고, 옷과 신발에도 무척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손자가 사춘기에 들어섰다는 직감을 하였다. 8학년이 되면서 자기 방에 들어가면 잘 들어가면 잘 나오질 않고 혼자 있으려고만 한다. 말을 해도 듣는둥 마는둥 ….하루에도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우왕좌왕이다. ‘초중2병’이라고 말하는 ‘사춘기’ 손자가 험난한 사춘기 시작임을 직감하였다. 그래도 나는 손자앞에서 사춘기란 ‘사’자 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아예 애들의 사춘기를 모르는척 티를 내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사춘기를 지혜롭게 잘 넘길가 내심 노력중이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내가 손자에게 잘해 주기만 하면 사춘기를 무난하게 잘 넘기겠지”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런데 공부 잘해라는 귀띔도, 삼복철 샤워 매일 하라는 충고도, 간식을 먹은 그릇은 자기절로 씻으라라는 말도, 그래야 색시 얻으면 사랑받는다고 … 이 모든 것은 손자에게는 잔소리였고, 손자를 옥죄이는 고통의 사슬이 되었던 것이였다. 손자의 눈물 호소를 들으며</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나도 이젠 늙었나봐 나의 관심이 손자에게는 고통이되다니…호”</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딸에게서 전화가 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머니, 은진이가 너무 힘들답니다. 어머니 마음에 안든다구 넘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반항심만 생길것 같아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핸드폰도 없는 손자가 어떻게 엄마와 통화했을가? 자기 엄마에게도 고통을 털어 놓았는가보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가만 놔두라구, 핸드폰만 가지고 놀아도 가만 놔두란 말이야”</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가만 놔 두세요, 자기가 잘 되든 못되든 이젠 자기가 알아갈 나이예요, 공부 시간과 핸드폰 노는 시간을 정해 놓으세요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래, 방학기간에 시간표를 짜 놓았지, 그런데도 시간표대로 하지않는단 말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 어머니, 이젠 맘 편히 그냥 가만히 놔 두면 안 되나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한집에서 살면서 어떻게 가만히 놔 두냐, 자식을 나에게 맡겼으면 이 엄마가 하는 대로 놔두었으면 좋겠다. 너희들도 다 엄마 손에서 대학 공부까지 하지 않았니”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머니 옛날의 나로 만들지 말았으면 해요, 나도 어머니하고 진짜 힘들었어요, 동생도 얼마나 힘들어 했다구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뭐라구 네가 힘들었다구, 그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여 다니는 너희들을 가만 놔 둬야 했단 말이냐, 네 동생이 쌀개패 무리에서 어울리는 것을 밤낮으로 쫓아다니면서 그 무리에거 빼내 왔었잖았니”</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어머니 지금 애들과 우리 자랄때 비기면 안돼요, 어머니는 우리에게 언제나 명령조로, 따지듯, 말 안들으면 혼내주고… 어머니도 수고하는것 아는데 …” 딸은 말끝을 흐리었다. 그녀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네가 그래 잘못됐냐, 그렇게 엄마가 엄하게 하였기에 너희들이 대학공부까지 할수 있었단 말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재봉공장에서 잔업까지하면서 손끝이 피가 터지도록 일하고는 눈이 짓무르도록 삯바느질도 하면서 끝내는 두 애를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 작은 아들은 한국 류학가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국내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큰 딸은 외국에서 한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엄마에게 감사해도 다 감사하지 못하겠는데”</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딸애에게서 처음 듣는 하소연이다. 그렇게 엄하게 키웠기에 자식들이 제 노릇을 잘한하다고 늘 자랑스럽게 생각 하였었는데, 독재자 부모였다니 그녀의 스쳐가는 생각에 큰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머니 은진이가 지금 사춘기예요 매우 민감하단 말이예요 “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사춘기, 너희는 사춘기를 몰라도 잘만 자랐단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지금 세월은 애들을 사춘기라 몰아 부치면서 애들의 반항심을 키워주고 부추겨 주는 것만 같아 의구심이 들었다. 자기 자식이 울며 할머니를 공소하는 부르짖음에 딸애도 가슴 앞았던것 같았다. 자기가 자식을 맡아 키우지 못하는 것도 자책하면서, 어머니의 고생도 가슴 아프고, 자기 자식의 울음 소리는 더욱 딸애의 가슴을 허비였을 것이다. 그러나 딸애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그녀대로 울화통이 터졌다.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손자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단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럼 네 자식 네가 키워라 난 모르겠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녀는 목구멍까지 튀여나오는 말을 꿀꺽 삼키었다. 그녀가 힘들어도 외국에서 고생하는 딸애의 마음에 근심걱정을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머니, 어머니 고생하는것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엣날 방식대로 자녀교욱을 하면 안된는 것이예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인정을 해 주어야 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제절로 키우지도 못하면서’</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래 알았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b></p> <p class="ql-block">수험생들</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소학교 때에는 손자에게 회초리도 몇번 들었던 것이다. 자녀교운 방법에 엄중한 문제점은 쇠하여가는 그녀의 머리를 멍 때리듯 하였다. 그녀는 세대차이의 사고 방식의 갈등을 실감하며 한숨만 나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후”</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하고 토해내는 단김에 벽면 거울속에서 한 초라한 여인이 나타나 뚫어지게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난데없이 뛰여든 혈혈청년 초보 운전자와 경색하다가 뒤엉켜 서로가 ‘네가 잘못했다’는 삿대질에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모습같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네가 바로 손자에게 군림하려하고, 손자를 통제하려하고, 자기 의사에 무조건 따르게하고 말 안들으면 혼내주고 벌 주고…네가 바로 손자의 말처럼 ‘가정의 통치자’ 라고, 자기 밖에 모르는 ‘자아중심’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거울속의 여인은 날카로우면서도 측은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래, 나는 두 자식과 손자를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헌신했단 말이야”</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억울한듯 허망한 눈물이 거울에 곬을 내며 존재를 잃어가는 여인을 지워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할머니,할머니…”</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몽롱한 환각속에서 수렁에 빠진 손자가 눈물 범벅이되어 허우적거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은진아 은진아…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녀는 얼빠진 사람마얀 거울을 마구 끌어않았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초첨없는 눈길에 정신이 번적 들었다. 정신줄놓지 말아야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친구 엄마들에게 전화를 하여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손심 강한 손자가 알면 역효과가 날가 두려웠다. 문뜩 언젠가 손자가 자기반의 한 학생이 자기와 함께 피시 방에 가자고 하는 것을 가지 않았다며 자랑스레 말하던 기억이 났다. 엄마 아빠가 외국에 가서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그애는 공부도 뒤자리부터 일등을 하여 반급 친구들에게도 늘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였다. 동병상련이랄가, 손자는 그 친구를 그녀집에 데려와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아마 그 친구는 ‘게임’에 중독된것 같다고 하던 손자의 말이 생각났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그 친구를 찾아가지 않았을까’</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다른 생각할 여지도 없이 부랴부랴 피시방을 다급히 찾아나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주변에 있는 피시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손자도 친구도 보이지 않았다. 후줄근해 축처진 어깨로 집으로 향하는데'물고기' 피시방이란 간판이 눈에 띄였다. 그녀는 한줄기 희망을 품고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억대우 큰 아저씨가 가로막아 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뭘 하려 왔어요? 못 들어갑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경비원인가 싶다. 아래우로 훓터보더니 눈쌀을 찌프렸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디라고 마음대로 들어가려구요, 아줌마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구요” 아저씨의 퉁명스런 말투와 요상한 눈길에 자신을 훓어 보았다. 꽃 몸빼 바지에 헐렁한 색바랜 적삼에 맨발에 끌신이 걸쳐 있었다. 부수수한 옷매무새에 내 자신도 민망할 정도였다. 아저씨의 어투를 리해한듯 그녀는 마음이 좀 나긋해 졌다. 그녀는 사연을 말하며 사정사정 하였다. 그 아저씨도 자식을 둔 남자라서인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퍼뜩 훑어보고 나오세요, 사장님이 알면 나 직장 떼웁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하면서 목에다 손으로 칼로 베는 시늉을 하였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불이나케 피시 방으로 들어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피시 방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유리 칸막이를 해놓았다. 어둑 시그레한 방에서 칸막이 넘어로 오고가는 혼잡한 소리, ‘청소년 출입불가” 란 표지판은 번듯이 걸렸었지만 돈에 눈이 어두운 업주는 법률도 무시하고 청소년이라도 모르는척 받아서인지 청소년으로 보이는 애들이 많았다. 요즘 류행되는 한국 ‘오징어 게임’에 유니폰은 입은 청소년들이 무궁화 꽃을 컴퓨터와 가지런히 놓고 오징어 게임에 빠져 판타지 세계에서 선과악의 경계에서 네가 죽고 내가 사는 잔인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쪽에서서는 ‘띠띠띠 따따따’요란한 총소리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였다. 나의 귀에는 세대간 싸뭄터의 총소리로 들려 정신이 아찔하였다. 파란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손에 라면컵이며 음료며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복무원인 뜻 싶다. 그녀는 한사람 한사람 얼굴을 훓어가며 살펴보았다. 손자 친구가 정신없이 컴퓨터를 터치하고 있었다. 손자는 아무리 훓어 보아도 보이지 않아 그녀는 망설이다가 그와 물어보지 않고 살며시 피시 방을 빠져나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b></p> <p class="ql-block">수험생들</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2</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몽롱한 중에 오장을 후벼파는 것 같은 손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금씨, 선금씨”누군가 그녀를 흔들며 불렀다. 그녀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거의 실신 상태로 축 처져있는 그녀를 본 선생님은 무슨 사연인지 묻지도 않고 그 넓은 가슴에 포근히 껴안아 주었다. 그녀의 모든것을 품어주는 산, 기댈수 있는 언덕이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형언할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려 선생님의 앞섶을 적시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생님은 그녀의 손을 잡고 길옆 작은 레스토랑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맥없이 선생님이 내여놓는 의자에 털썩주저 않았다. 아담하고 아늑하였지만 둘곳 없는 마음은 안절부절 하였다. 초점없는 그녀의 눈에는 부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열둬살 되어 보이는 여자애와 열네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를 데리고 그녀의 맞은켠에 상에 앉은 것이 눈이 들어왔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엄마 난 스파케티 먹을래”</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여자애의 말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빠 난 파스타 먹을래”</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로서는 알지도 못하는 음식 이름을 애들은 주어댔다. 엄마아빠에게 재롱을 떨며 행복해하는 애들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손자의 모습과는 명암이 너무 대조적이여서 코마루가 찡하며 가슴이 짜릿해 났다. 엄마아빠의 사랑속에서 가정의 열매인 자식들이 잘 자라는것 이것이 온전한 가정이 아닐까? 그녀는 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느라니 눈엔 눈물이 괴여올랐다. 어느새 그녀가 좋아하는 해물 탕면이 올랐다. 선생님이 주문한 것이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서 먹어요, 먹고 기운내서 애를 찾아야지요” 그녀의 사정을 대충 들은 선생님은 젖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찗질한 삶의 고배가 면발에 묻혀 눈물과 반죽해 입속으로 들어가는 해물탕면은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만 같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집 근처 공원에 찾아보았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공원, 강변, 피시방…다 찾아 봤어요, 반주임과 친구들에게는 물어보지 못했어요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자존심이 강한 애들은 자기의 초라한 모습을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한답니다. 친구도 찾아가지 앉지요 처음 집은 나온지라 멀리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공원을 다시 찾아봅시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음식물이 위속에 들어가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부랴부랴 조금 먹은후 그녀는 선생님과 함께 손자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섰는데 한 여인의 날카로운 음성이 귀청을 때렸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 “ 매초롬한 여인이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 아직도 이 아줌마를 만나고 있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오싹 소름을 돋게하는 날카로운 음성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어…” 선생님은 당황하여 말을 잊지 못한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 오늘 저녁 아버지 생신 파티를 한다고 하였잖아요, 지금 친척들이 모두 모여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예요 너무나 련락이 되지 않아 아버지 핸드폰 위치 추적기로 겨우 찾아왔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랬냐, 깜박했구나” 계면적은듯 작은 음성으로 화선생님은 말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아줌마, 아줌마는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꼬셨으면 아버지가 빠져나오지 못하지요? 아줌마와 아버지는 안된다구 몇번이나 말했어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함구무언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이젠 정말 만나지 마세요, 아줌마 이제 다시 만나면 혼내줄거예요, 아버지 빨리가요, 찰거머리 같은게” 선생님의 따님은 그녀를 흘겨 보며 웅얼웅얼 던지는 말이 그녀의 귀전을 떄렸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누가 찰거머리인데”</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도 중얼중얼 입속으로 내 뱉었다. 선생님의 딸은 아버지의 팔을 잡고 자가용 차로 향해 갔다. 몇번이나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애절한 눈빛에 그녀는가슴이 먹먹해 났다.</b></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자녀를기다리는 수험생 부모님들</p> <p class="ql-block">3</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생님과 사귄지도 어언가 2년이라 시간이 지났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손자 학부형회의를 가면 학부형으로 온 한 할머니와 가지런히 앉다나니 동병상련이랄가, 그녀와 동갑이로서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 하면서 매우 가깝게 지냈다. 이름은 은희였다. 그와 친숙해지자 그녀보다 출생일이 여섯달 앞선 자기를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느 무더운 여름날 은희가 그녀를 '평화랭면' 집에서 랭면을 먹자는 전화가 왔다. 그녀가 랭면집에 나가보니 다부지게 생긴 남자 한분과 함께 앉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오늘 랭면 생각이 나서 오빠하구 나왔다가 언니 생각이 나서 불렀어요, 저의 오빠예요” 활달한 성격인 그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분을 그녀에게 소개시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반갑습니다 저는 김병춘이라고 합니다. 퇴직하고 지금은 화랑에서 그림 그리기를 배우는 중이랍니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저는 지금 집에서 손자를 보구 있답다. 리선금라고 합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의 우람진 손은 그녀의 가녀린 손을 꽉 잡에 주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병춘이는 한참이나 그녀를 뚫어지듯 바라보더니</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니, 우리 서광학교 선전대에서 막내라 부르던 선금이 아닌가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아니 누구신지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의 입 가장자리에 뚜렷한 집이 있어 금방 알아보았는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나 선전대 대장 병춘이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 그녀는 병춘이를 찬찬히 훓어보았다. 그제날의 옛 모습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초중 다닐때에 그녀보다 상급학년인 병춘이는 학교 선전대 대장으로 선금이와 함께 충성무를 추며 농촌에도 가고,가도에도 다니며 문예 선전대 활동을 하였던 것이다. 애어린 소녀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병춘이를 좋아했던가!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서도 만난다더니. 이렇게 만날 줄이야! 병춘이는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내려갔다가 대학입시가 회복되면서 시험보고 연변대학에서 문과를 전공하고 졸업하여 본 대학에 교사를 종사하였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의 혈혈 청년의 모습에 세월과 세파에 견뎌온 성숙된 남자의 농후한 세련함을 덧입어 중년의 매력이 넘쳐나고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병춘이는 은희의 입을 통하여 그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열여섯날 소녀로 되돌라간듯 첫사랑에 얼굴 붉이던 옛 추억이 묻어나 잡은 손결에 남자의 체취가 전율해 오는 것만 같아 괜히 가슴이 쿵닥거렸다. 남편이 하늘 나라고 간 십여년가 손자의 뒤바라지에 이성과 완전히 담을 쌓고 있던 그녀는 웬지 서먹서먹 하여 몸둘바를 몰랐다. 간단한 반찬에 맥주도 곁들여 마셨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이름도 참 예쁘시네요 손자 보기 힘들지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맥주를 부으며 어색해 하는 그녀를 안심시키려는듯 말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인연이면 분명 다시 만난다더니, 우리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가 봅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센스있는 병춘이의 제스처에 긴장감이 좀 풀리는듯 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지금껏 집안에만 북박혀 있던 그녀는 병춘 형제와 사귀면서 은희의 계획있는 주선으로 셋이서 모아산, 비암산도 함께 가고 장백산도 함께 갔다. 은희도 그림을 그렸다. 때론 셋이서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선 은희가 살짝 빠지기도 하여 둘만이 등산을 갈때도 있었다. 병춘이도 상처한지 심여년에 한번 재혼하였다가 헤여졌다고 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와 병춘이의 간격은 점점 줄여져서 때론 화판을 들고 벼향기 풍기는 황금벌판으로, 사과배 사랑노래 부르는 사랑의 전당으로… 은희가 그녀에게 화판을 하나 선물해 주어 그녀도 그림을 배우면서 그들과 함께 하였다. 병춘이는 그녀를 동생처럼 허물없이 대하더니 좋아한다고 고백하였다. 모아산 자락에 코그모스 물결을 바라보면서 하이얀 얼굴에 약간 우수가 어린듯한 모습이 마치 가을의 여인같아 보여 자기가 코스모스처럼 활짝 피워주고 싶다고 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가 선생님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화폭으로 보이나 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앙상하고 주름진 세월이 새겨진 손등을 마구 문질렀다. 그녀는 석양빛 여울에 속삭이는 몽롱한 안개꽃에 이미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병춘이를 화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화선생님의 그린듯 숫짙은 둥근 눈썹에 시원한 눈매에 믿음이 가는 저음의 목소리와 사글사글한 자상스러운 말투와 지적인 풍모에 그녀는 이미 매료되어 버렸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선금씨는 그림 좋아하세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선생님이 가을 들판을 물들이는 코스모스를 스케치 하면서 물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당황함을 감추며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그림 볼줄은 잘 모르는데 빈센트 반고흐의 열 다섯 송이 해바라기를 좋아한답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그러세요” 화선생님은 의외인듯 나를 정겹게 바라보았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 그림은 빈센트 화가가 고독한 내면을 해바라기에 꿈의 소망을 담아 현실화로 그려놓은 것 같아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그래서 반고흐의 작품마다엔 불같은 정열로 살아있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듯 하여 사람들은 그를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 라고 부른답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나는 놀란듯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반고흐의 열 다섯 송이 해바라기 앞에 서면 빈센트 반고흐가 부모님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비록 자신이 못난자일지라도 사랑하는 부모님들과 형제자매 친구들과 오붓조붓 모여 오구작작 웃음꽃 피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 같아요”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와! 선금씨 그림 보는 안목이 독특하네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 그림을 보면 모든 수심이 가시고 마음이 금새 밝아지게 된답니다. 화랑에서 맞춰 집 벽면에 걸었답니다. 저의 고독과 외로움을 씻어주는 그림이랍니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것이 바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의 힘’이 랍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다음엔 우리 해바라기 밭으로 갑시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선생님은 참 센스쟁이야’ 그녀는 화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새로운 것도 깨닫게 되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저는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참 좋아한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내 마음에 별 하나 품고 있으면 언제든지 꿈을 꾸며 일어설수 있거든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예” 그녀는 그림에 감성이 무딘지라 입을 다물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선생님은 그녀의 초상화도 그려 주었다.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와 화선생님은 서로 부담없이 만나면서 우정을 키워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남녀간의 우정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종래로 없지 않을까? 그들의 우정의 간격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이성은 감성의 노예라고 하였던가’ 메말라 잎 떨어진 나무같은 그녀에게도 깊숙한 곳에서는 이성을 갈구하는 감성이 흐르고 있음을 그녀는 느꼈다. 분출구가 없던 감성은 분출구가 터지자 아낌없이 솟구쳐 뿜어져 나왔다. 마음의 창으로 비치는 햇살 빗은 그녀의 외로움에 시달린 험난한 세월에 찌든 고독을, 우울을 빗질해 주고 있었다. 화선생님의 웅숭깊은 신비로움은 소녀마냥 그녀의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두 심장이 부딫쳐 튕겨나오는 불꽃은 먹구름을 날려보내고 석양을 남김없이 태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녹쓸었던 그녀의 삶의 궤적위에 새로운 레루장이 놓여져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와 화 선생님은 재혼을 하기로 기약 했다. 그녀의 자녀들은 별로 탐탁해 하지 않았지만 엄마 뜻대로 하라고 하였다. 그녀의 관문은 억지로라도 통과 되었지만 화가님의 집에선 일장풍파가 일어났다. 쥐꼬리만한 퇴직금에 손자까지 딸린 여자와 재혼하다니, 자녀들은 펄쩍 뛰었다. 먼저 여자처럼 아버지의 칠천여원 되는 퇴직금을 탐하여 재혼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 선생님이 재혼 여자에게 어지간히 당했나 보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금전이란 판에 놓고 부모의 재혼을 저울질하는 그들의 소행에 야속하기만 했다.</b></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4</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사라진 차의 뒤꼬리의 여운을 터져나오는 눈물로 삼키며 애꿎은 손톹눈만 잡아 뜯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손자를 찾아야 했다. 그녀는 또다시 허둥지둥 공원에 들어섰다. 푸르름을 더해가는 공원 숲에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더욱 마음을 울렸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해는 서산으로 뉘였뉘였 불을 지피며 넘어가고 있었다. 노을은 피로 번진 암투의 불길되어 끓고있는 그녀의 마음을 태우고 있었고 붉은 칼날이 되어 그녀를 수술하고 있는 것만 같아다. 피 붇은 칼날에 온몸이 부르르 떨며 모진 진통을 느꼈다. 숮덩이가 되어가는 가슴을 붇안고 이곳저곳 훓어가며 살펴보았다. 큰 언니가 위생학교 다닐때 심었다는 락엽송이 재목이 되어 아슴아슴한 노을에 향기를 뿜고 있었다. 미화원들의 살뜰한 보살핌에 나무와 더불어 의좋게 살아가는 자연적으로 자란 생명력 넘치는 파란 풀이 그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미화원들의 정성어린 손끝은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이루게 하는구나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자기만의 아름다움과 향을 발산하는 풀을 바라보면서, 손자도 적당히 좀 놔둘걸 그랬나, 미화원들이 풀에, 나무에 감기는 엉겅퀴만 뽑아 준것처럼, 손자에게 너무 잔소리 한것 같았다...그녀는 김수영님의 ‘풀’ 시가 생각났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바라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인은 풀을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말했다고 하지만 오늘을 웬지 풀에서 손자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녀는 모든 진액을 쏟아 부으며 키워온 손자가 현재의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어날것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로 안겨왔다. 한참 걷노라니 발길에 밟힌 잔디밭이 보였다. 사람들이 질러 가느라 길을 내 짓밟은 잔디가 신음하고 흐느끼며 구원을 바라는 것만 같았다. 성급한 사람들의 무지로 사망에 이르는 저 잔디를 보느라니 손자를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하늘에서 맡겨주어 키우게 한 천하보다 더 귀한 영혼인데 손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의 의사대로 하기만을 바랬던 자신을 자책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자식은 내 곁에 잠시 머무는 손님 이라는데’ 믿고 기다려 줘야겠다. 처절한 사춘기를 잘 겪고 나면 어였한 남자로 장성하겠지, 선금이의 눈은 공원의 한 구석진 곳에 머물렀다. 의자에 웬 쭈크리고 누워있는 물체가 보였다. 그녀는 다급히 뛰여갔다. 두 손을 턱밑 가슴에 딱 붙이고 두 무릎은 배에 올리다 붙이고 옹송그레 죽은듯 손자가 누워 있었다. 엄마 배속의 태아의 모습처럼, 엄마의 품이 그리워서일까?</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은진아 은진아”</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꺽 ,꺽, 목메임을 부여잡고 놀랄가봐 살며시 흔들었다. 한참 지나 손자는 겨우 눈을 떴다. 간신히 할머니를 뜯어 보더니 쓰러질듯 그녀의 품에 안기였다. 세찬 비바람을 피하려 어미의 품에 파고드는 병아리마냥 할머니의 품을 파고 들었다. 한마디 말 없이 손자와 그녀는 서로 부등켜 안고 흑, 흑, 흑 흐느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손자를 의자에 눕혀 놓고 공원 관리소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 했다. 그들은 선뜻 차로 그들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5</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 일이 있은 후부터 화선생님은 더욱더 그녀에게 관심을 쏟아부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막을래야 막을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 하였던가’ ‘막을수로 더 뜨거워지는 것이 사랑이라 하였던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화선생님은 자녀들의 반대에도 그녀에 대한 사랑은 드팀이 없었다. 그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애쓰셨다. 화선생님 딸이 읽던 엄마의 사춘기 수업 ‘ ‘지금 내 아이 사춘기 처방전’이라는 책도 그녀에게 주었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인간은 엄마의 배속에서 잉태 되면서부터 이 세상을 다할기까지 무슨기 (期)가 그리도 많은지 태아기, 유아기, 아동기…청소년기에 들어서 사춘기, 변성기, 반역기, 의련기, 잠복기, 청춘기 (叛逆期 依恋期 少年期 青春期 潜伏期 ) …수많은 기 속에서 인간들은 들볶이우면서 그 기를 넘어 가면서 성장하고 성숙한 사나이로, 현숙한 여인으로 익어가며 황혼기에 들어서는 것이겠지.</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사춘기 시기 인격의 형성이 잘못되면 크나큰 인생의 락오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어떻게 잘 지내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결정된다’ 는 글도 적혀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의 미래가 달려있는 사춘기, 사춘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스레 느끼며 놀랐다. 급변하는 사회 질서속에서 세속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이 세대 차이의 심한 갈등으로 고뇌에 찬 단김이 목구멍을 뜨겁게 달구며 뿜어져 나왔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자아 중심적인 삶을 절제하면서 강압적인 행동, 명령조를 바꾸어 손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문의하고, 상의하는 어조로 바꾸었다. 빈번한 격돌은 피하였다. 손자가 좋아하는 축구도 함께 응원하고, 흥분하고, 감격하면서 어떻게 하나 많은 공감대를 이루어 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불티에 트러블이 생길가봐 조심스럽기만 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손자의 학업성적운 좀처럼 제고되지 않았다. 화선생님께서는 중점대학 2학년을 다니는 자신의 손자 지우를 설득하여 은희 손자와 그녀의 손자를 수학,물리, 화학을 가르쳤다. 지우는 활달하고 유모어도 좋고 ,애들을 데리고 축구도 하여 두 애들은 지우를 잘도 따랐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어느덧 격전의 고중 시험 날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전날에 찹쌀을 담가 놓았다가 영시가 되자 쌀을 가마에 쪄서 돌절구에 찧어 찰떡을 만들었다. 둬시간 가량 만들고나니 새벽이 푸름히 밝아오기 시작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회색과 노란색이 절반인 (辉煌)티셔츠를 입고 택시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였다. 벌써 몇명 학부형들이 마련해 놓은 찰떡 붙이는 판에 찰떡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도 찰떡을 들고 높은 곳에 붙이겠다고 올리뛰고 하였다. 키가 작은 편인 그녀로서는 도저히 높은 곳에 붙일수 없었다. 걸상을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빌려 달라고 하여도 빌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풀쩍풀적 올리뛰며 애썼다. 갑자기 누군나 그녀를 번쩍 들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녀는 내려다 볼 새도 없이 찰떡을 제일 높을 곳에 턱 하니 끝내 붙이고 말았다. 숨을 몰아쉬며 발을 땅에 붙이고 바라보니 이 새벽에 웬 사나이냐, 화선생님이 시무룩히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기쁘고 놀라서 소녀마냥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콩콩콩 두드렸다. 이튿날에는 화선생님도 그녀와 같은 티를 입고 함께 손자를 응원하였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시험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였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눅잦히며 해가 중천에 떴을 때애야 학교로 나갔다. 시험 성적표 계시판을 올리훓고 내리훓고 겨우 은진이의 이름을 찾았다. 두눈이 휘둥그래 졌다. 중점 고중록취 선보다 4점이 더 나왔던 것이다. 눈을 비비며 확인하고 확인한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덧 눈물이 샘솟듯 솟아 올랐다. 그녀는 구석진 곳을 찾아 얼굴을 가리우고 흐느꼈다. 누군가 살며시 다가와 손수건을 건너주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축하합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선생님의 다정한 중 저음 목소리였다. 화선생님의 이외의 출현에 놀란 그녀는 내심의 기쁨을 감추며 </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마음을 눅잦히며 나지막히 말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다 선생님 덕분입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우리 커피솝에나 가서 맛있는 커피나 마십시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화선생님은 그녀의 손을 잡고 끌었다. 둬발짝 떼였을까,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은희와 선생님 따님이 맞은켠에서 있었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화선생님의 팔에서 살며시 자기 팔을 빼며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멈춰섰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오빠… 선금이…”</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은희가 웃음지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살며시 화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너부죽한 얼굴에 앞이를 살짝 내비치며 웃는 것이었다. 시선을 돌려 화선생님 따님의 얼굴에 살펴보았다. 입고리가 살작 올라가며 신비함과 미묘함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오늘 정심에 제가 맛있는것 살게요 우리 아들도 중점 고중 록취선을 넘었거든요"</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은희가 웃으며 오빠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맛집을 찾아 우리 넷은 부르하통하 강변으로 걸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우기를 갓 지나서인지 부르하통하는 풍성함으로 출렁이고 있었다.</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그녀는 윤슬이 반짝이는 물결이 보뚝아래로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소용돌이속 기이한 빛에 흠칫했다. 부서지는 해빛을 받아 빚어내는 영롱한 다홍빛이 소용돌이 속에서 몽싯몽실 피여 오르고 있을 줄이야...</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끝</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단편소설 (연변문학 2023년3기에 발표)</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