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로년의 삶과 길.</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태명숙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 는 말을 가끔씩 실감한다. 살맛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 재미를 알 것 같아 느껴볼만하니 어느새 로년이란 문턱 하나만 달랑 남겨놓고 살며시 가 버린 세월이다. 한 쪼각 두 쪼각 퍼즐같은 삶, 어떻게 맞출가 걱정하다가 거의 다 완성되여 가는데 이곳저곳 몸이 삐걱대면서 말쌔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한 마디로 우리 로년의 삶을 긴 마라톤 경기에 비긴다면 멀지 않은 앞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리맥이 풀리면서 등수를 놓치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와도 흡사하다. 전반생의 고생끝에 후반생엔 락을 누려야 되는데 말이다. 세월은 한해 두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터치를 했지만 늘 바쁘게 사느라 인지를 못했으니 애매한 세월 탓 한들 무슨 소용이랴.</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나의 경우만 봐도 30대 초반에 핍박에 의해 량산에 오르듯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였다. 두 어린 자식을 위해 혼자 몸으로 김치 장사를 시작했고 결국에는 로무로 사이판을 거쳐 한국에까지 와서 못해 본 일이 별로 없다. 몸을 흑사시키면서 돈을 버는데만 급급했으니 강철인들 당해낼수 있었을가. 좀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건강한 삶을 살았을 텐데 후회 막급이다.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2년전에 나는 허리디스크로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이 두가지 증상은 척추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이 파열되여 밀려 나오면서 허리와 다리 신경근을 압박하여 신경이 눌리워 통증이 오는 질환이다. 꼬리뼈 윗쪽 4,5번에 문제가 생겨 수술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까지 왔다. 더 시간을 끌었다면 평생 허리에 철 삔을 박고사는 신세까지 갈 뻔 했다. 신경외과 원장님이 어제까지 일을 했다하니 무척 놀라는 눈치다. 아들딸에게 수술 날자를 알리자 "우리 엄마가 언제 허리가 아팠어?" 뜻밖이라 한다. 아픈티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일을 했으니 모를만도 하다. 수술을 받자마자 통증이 완화되여 지금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환갑나이를 훨씬 넘겼으니 여기저기 다 아플나이다.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현명하다는 옛 어른들 얘기를 귀에 못 박히게 들었지만 난 괜찮겠지 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버티다가 결국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였으니 이제 와서 뼈저린 후회를 해도 소용 없게 되였다. 아프고 병나면 그때 번 돈이 곱절로 병원에 들어가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그 진리를 이제야 터득이가고 실감하니 이미 엎어진 물을 다시 퍼 담을수도 없는 일로 되였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요즘은 건강 프로를 봐도 나한테 하는 얘기처럼 들린다. 어느덧 건강이란 단어가 맘에 와 닿는 로년의 길목에서 서성거리는 나이가 돼 버렸다. 우리 조부모들 시대에는 칠순이면 고래희라고 했다.그리고 좀 지나서 어르신 취급으로 고방을 지키는 그런 단명 시대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백세 시대에 살고 있다.구순이던 백세이던 맨날 골골거리면서 병원이나 들락날락하는 신세로 산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가, 즉 량보다 질이 중요할 것 같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요즘 들어 세계인의 평균 수명이 남성은 79세 여성은 83세라고 하는데 아마 이것도 먼 얘기거리로 되면서 멀지 않아 곧 갱신 될 것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주위에는 90여세의 고령에도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종종 볼수 있다. 건강한 신체와 열정이 있으면 마음이 늙지 않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육체적으로 건강할거라 생각한다. 운동으로 몸을 다지면서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장수비결이 없을거라 생각된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산이 좋으면 산으로가고 바다가 좋으면 바다로 가면서 책이 좋으면 책을 읽고 글이 좋으면 글을 쓰면서 각자 취미 생활에 식사 한끼 건너뛰여도 무방할 만큼 열심히 사는 것이 최고의 보람찬 삶이 아닐가 생각된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계절이 오고 또 가고 이렇게 반복되는 세월따라 우리는 차츰씩 늙어 간다. 그 과정에서 힘들때도 있었고 울고 싶을때도 있었으며 또 웃고 싶을때도 있었다. 희로애락이 동반된 인생에서 그렇게 빨리 뛰지 않아도 될 일들, 또 그렇게 가슴을 졸이면서 살지 않아도 될 기억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힘들게 일을 할때는 너무 피곤이 쌓여 눕기만해도 숙면을 취했지만 한가한 요즘에는 수면제로 해결하고 있으니 그래도 열심히 뛰여 다니던 그 힘들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 아니였는지 뒤돌아 본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힘들고 궁핍할때가 어려운 시절 같았지만 그때의 고생과 눈물이 오늘의 편안함이 되였고 그때의 열심과 노력이 오늘의 넉넉함이 되였음을 세월이 깨우쳐 준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두 어께가 무겁고 움켜진 두손이 아프기만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넘치는 물건을 정리하듯 하나하나 내려놓는 련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젊었을때 챙기지 못했던 내 몸에 녹 쓴 기계를 다루듯 기름을 쳐서 살살 잘 돌게하는 재생의 이치로 생각하면서 내 몸에 투자하고 내 몸에 미안하지 않게 최소한 대우와 예우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우리가 초년의 길은 물덤벙 술덤벙 피가 터지고 돌 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터벅터벅 걸어 왔다. 또 중년의 길도 휘청휘청 가정을 위해 가파른 층계를 톺았다면, 앞으로 걸어야 할 로년의 길은 전혀 익숙치 못한 초행 길이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겪어 보면서 성숙은 되였지만 늙어가는 길만은 살짝 두렵기도 하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어제일도 깜빡깜박하고 날마다 쓰던 핸드폰도 랭장고에 넣은채 찾아 헤매는 헤프닝도 있을수 있고 그 어떤 불안감에 멍을 때리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외로울때도, 가슴을 도려내도록 아플때도 있을 것이다. 또 예측치 못했던 상상외의 병마가 친구로 될수도 있고 또 그 것으로 인해 지팽이가 절실할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번 쯤은 꼭 체험할 로년의 삶과 그 길이다. 운이 좋으면 지나갈 법도하지만 내가 꼭 피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우리가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면서 대처할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저 멀리 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석양은 가슴이 미여지도록 아름답다. 일몰도 일출 못지 않게 눈이 부시게 황홀하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마음속에 짧은 앞날이 아쉬움으로 물들기 때문이고 로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살아온 추억이 익어가는 것이 아닐가?</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전반생의 삶이 보기좋게 익어가면서 살아갈 후반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여 그 어떤 위기가 닥치고 험한 가시밭 길을 걷는다해도 준비된 우리들 로년의 삶과 그 길은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이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 2023. 7. 30.</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0px;">2023년 10월, "로년세계"에 실린 원본입니다</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