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르몬또브 (Lermontov/莱蒙托夫) 의 文学 庭园

레르몬또브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단편소설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 《화요일의 씨에스따》</p><p class="ql-block"> [La siesta de]</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G. G. 마르케스[콜롬비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árquez, 1927년 ~ 2014년] 콜롬비아의 소설가이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라틴 아메리카의 창세기(創世記)로 일컬어지는 장편소설 《100년 동안의 고독(1967)》으로 1982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기차가 흔들리는 모래질의 바위 터널을 벗어나와 균형 잡힌 끝없는 바나나 농장을 횡단하기 시작하였다. 공기가 후텁지근해지고 이제 바다의 미풍도 느껴볼 수가 없었다. 숨 막히는 일진의 연기가 차창 안으로 들어왔다. 철로와 나란히 나있는 좁은 길 위로는 초록빛 바나나 송이를 실은 소달구지가 보였다. 길 너머로 이따금씩 들어앉은 경작되지 않은 공간에는 선풍기가 있는 사무실, 붉은 벽돌의 건물, 먼지 앉은 종려나무와 장미 덤불 사이로 테라스에 의자와 흰 탁자가 놓여 있는 주택들이 있었다. 오전 11시였다. 무더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유리창을 닫으렴” 하고 여인이 말했다. “머리에 검정이 잔뜩 앉겠다.”</p><p class="ql-block">소녀는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녹이 슬어서 차창은 꼼짝 않았다. 적적한 삼등차간에는 승객이라곤 그들뿐이었다. 기관차의 연기가 계속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소녀는 자리를 떠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짐을 내려놓았다. 먹을 것과 신문에 싼 꽃다발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자루였다. 소녀는 어머니를 마주보며 창가에서 떨어진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모두 수수하고 빈약한 상복을 입고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소녀는 열두 살이었고 기차를 처음 타본 터였다. 눈꺼풀에 보이는 파란 정맥이나 승복처럼 재단한 옷을 입고 있는 조그마하고 부드럽고 볼품없는 몸매 때문에 여인은 소녀의 어머니라기에는 너무 늙어 보였다. 그녀는 등골을 자리의 등받이에 착 붙이고 앉아 있었고 에나멜 가죽 핸드백을 무릎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가난에 익숙한 사람의 양심의 고요함을 지니고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열두시가 되자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기차는 시가가 없는 정거장에서 급수를 하기 위해 10분간 정거하였다. 바깥에는 농장의 불가사의한 고요 속에 그림자들이 선명해 보였다. 그러나 기차 안의 정지한 공기는 무두질하지 않은 가죽냄새를 풍겼다. 기차는 속력을 내지 않았다. 기차는 화사한 빛으로 페인트칠을 한 나무로 된 집이 있는 두 개의 똑같은 시가에서 정거하였다. 여인의 고개가 끄덕이더니 그녀는 잠들어버렸다. 소녀는 구두를 벗었다. 그녀는 꽃다발을 물에 적시기 위해 세면실로 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소녀가 자리에서 돌아오니 그녀의 어머니는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치즈 한 조각, 옥수수 팬케이크 반 조각, 쿠키 하나를 주고 플라스틱 자루에서 자기 몫을 그만큼 끄집어내었다. 점심을 먹는 사이 기차는 철교를 아주 서서히 지나가고 또 그전 시가와 똑같은 시가를 지나갔다. 단 이번에는 광장에 군중이 모여 있는 것이 달랐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찌는 듯한 태양 아래서 악대가 활기 있는 곡조를 연주하고 있었다. 시가 저쪽으로는 농장이 가뭄으로 땅이 갈라진 평원에서 끝나고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여인이 먹기를 멈췄다.</p><p class="ql-block">“구두를 신어라.” 하고 그녀가 말하였다.</p><p class="ql-block">소녀는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에겐 인적 없는 평원밖에 보이지 않았다. 평원에서 기차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쿠키의 마지막 조각을 자루에 집어넣고 재빨리 구두를 신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여인이 소녀에게 빗을 건네주었다.</p><p class="ql-block">“머리를 빗으렴.” 하고 여인이 말했다.</p><p class="ql-block">소녀가 머리를 빗는 사이 기적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인은 목의 땀을 훔치고 손가락으로 얼굴의 기름을 닦았다. 소녀가 빗질을 멈추었을 때 기차는 전의 것들보다는 훨씬 크지만 더 쓸쓸해 보이는 시가의 주택들을 지나가고 있었다.</p><p class="ql-block">“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해두렴.” 하고 여인은 말하였다.</p><p class="ql-block">“나중에 갈증이 심하더라도 마시지는 마라. 무엇보다도 울지 말아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관차에 기적소리, 낡은 차량의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메마르고 불 같은 바람이 차창으로 들어왔다. 여인은 나머지 먹을 것이 든 플라스틱 뭉치들을 집어 핸드백 속에 집어넣었다. 잠시 동안 눈부신 팔월 화요일의 시가의 완전한 정경이 유리창에 빛났다. 소녀는 흠뻑 젖은 신문지에 꽃을 싸고 차창에서 더 떨어진 곳으로 나가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어머니의 상냥한 표정이 되돌아왔다. 기차가 기적을 울리기 시작하고 속력이 늦추어졌다. 잠시 후 기차가 멈추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정거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리 저편 편도나무의 그늘이 진 보도 위에 당구장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시가는 무더위 속에 둥둥 떠 있었다. 여인과 소녀는 기차를 내려 인적 없는 정거장―타일 사이사이로 난 풀 때문에 타일은 사이가 벌어져 있었다―을 가로질러 거리의 음지 쪽으로 건너갔다. 거의 두시였다. 그 시각엔 졸리움에 눌리어 시가가 잠을 자고 있었다. 상점, 관공서, 공립학교는 열한시에 문을 닫았고 네시 직전에야 다시 열었다. 네시는 기차가 돌아가는 시각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정거장 건너편에 있는 술집과 당구장이 달려 있는 호텔과 광장 한쪽에 있는 전신전화국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바나나회사를 모델로 한 것이 대부분인 집들은 문들 안쪽에서부터 잠그고 휘장을 내려놓았다. 어떤 집에서는 너무나 무더워서 거기 사는 이들은 앞마당에 나와서 점심을 먹었다. 어떤 이들은 편도나무 그늘이 진 담에 의자를 기대놓고 바로 거리에서 낮잠을 잤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편도나무의 안전한 그늘을 고수하며 여인과 소녀는 낮잠을 훼방감이 없이 시내로 들어갔다. 그들은 곧장 교구사택으로 갔다. 여인은 손톱으로 대문의 쇠창살을 긁적거리고 잠시 기다리다가 다시 긁적거렸다. 선풍기가 안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들은 발자국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문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했더니 쇠창살 바로 곁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여인은 쇠창살 안을 보려고 하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신부님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말했다.</p><p class="ql-block">“지금 주무십니다.”</p><p class="ql-block">“급한 일입니다.” 하고 여인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p><p class="ql-block">대문이 소리 없이 약간 열렸다. 창백한 피부의 쇠빛 머리숱을 가진 뚱뚱하고 원만해 보이는 여인이 서 있었다. 두터운 안경 속 그녀의 눈은 너무나 작아 보였다.</p><p class="ql-block">“들어오세요.” 라고 말하며 그녀는 대문을 활짝 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들은 묵은 꽃냄새가 차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집 여인이 모녀에게 나무 벤치에 앉으라고 권했다. 소녀는 앉았으나 어머니는 두 손으로 핸드백을 움켜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선풍기 소리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p><p class="ql-block">그 집 여인이 방의 저쪽 끝 문에 다시 나타났다.</p><p class="ql-block">“세시 이후에 오라고 하시네요” 하고 몹시 낮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하였다. “신부님은 바로 5분 전에 누우셨어요.”</p><p class="ql-block">“기차가 세시 반에 떠납니다.” 여인이 말하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녀는 상냥했지만, 짧고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집의 여인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p><p class="ql-block">“알겠습니다.” 하고 그녀는 말하였다.</p><p class="ql-block">저쪽 끝 문이 닫히자 여인은 딸 곁으로 앉았다. 좁은 대합실은 빈약하고 말쑥하고 청결하였다. 방을 가르고 있는 나무 난간 저쪽에는 책상이 있었다. 유포 커버가 덮여 있는 수수한 책상으로 그 위에는 꽃병 옆에 원시적인 타이프라이터가 한 대 놓여 있었다. 교구의 기록은 그 너머에 있었다. 독신녀가 정돈해놓은 사무실임을 알 수가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잠시후 문이 열리고 신부가 나타났다. 신부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물었다.</p><p class="ql-block">“무엇을 도와드릴까요?” </p><p class="ql-block">“묘지의 열쇠가 필요합니다.” 하고 여인은 말하였다.</p><p class="ql-block">소녀는 무릎에 꽃다발을 놓고 벤치 밑으로 다리를 엇갈려놓고 앉아 있었다. 신부는 소녀를 바라보고 이어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고 유리창의 철사 그물 사이로 구름 없이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 무더위엔……” 하고 그가 말했다. “해 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p><p class="ql-block">여인은 조용히 고개를 움직였다. 신부는 난간 건너편으로 건너가 캐비닛에서 유포를 싼 공책 한 권, 나무 펜 꽃이, 잉크병을 끄집어내고 책상에 앉았다. 그의 두 손에는 머리의 대머리를 벌충하고도 남을 만큼 털이 많이 나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어떤 무덤을 찾아보려는 겁니까?” 하고 그가 물었다.</p><p class="ql-block">“칼로스 센티노의 무덤입니다.” 여인은 말했다.</p><p class="ql-block">“누구요?”</p><p class="ql-block">“칼로스 센티노.” 하고 여인은 되풀이했다.</p><p class="ql-block">신부는 이해하지 못하였다.</p><p class="ql-block">“그는 지난 주일 이곳서 사살된 도둑입니다.” 하고 여인은 똑같은 어조로 말했다. “저는 그의 어머니입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신부는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고 신부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종이장을 채워가며 그는 여인에게 자기 신분을 밝히길 요구했고 그녀는 마치 읽어대기라도 하듯이 정확한 신상을 주저없이 불러 주었다. 신부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왼쪽 구두의 끈을 풀고, 신을 벗고, 발을 벤치의 가로막대에 얹어놓았다. 오른발도 그렇게 했다.</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지난주 월요일 새벽 세시에 그곳 몇 구획쯤 떨어진 곳에서 일이 일어났다.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과부인 레베카는 이슬비 내리는 소리 사이로 밖에서 앞문을 부숴 열려는 소리를 들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녀는 벌떡 일어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시절 이후에 아무도 쓴 일이 없는 구식 연발권총을 골방에서 찾아내고 전등도 켜지 않은 채 거실로 갔다. 자물통에서 나는 소리보다도 이십 년의 고독에 의해 그녀 속에 발전해온 공포감에 따라 사태를 판단한 그녀는 상상 속에서 문이 있는 장소뿐 아니라 자물통의 정확한 높이를 겨낭하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녀는 두 손으로 무기를 꽉 잡고 두 눈을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가 총을 쏘아본 것은 그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발포 직후 아연칠을 한 지붕 위에 내리는 이슬비 소리밖엔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시멘트 현관에서 둔탁한 금속성이 나더니 상냥하나 기진맥진한 낮은 목소리로 “아이구, 어머니.” 하는 소리가 났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침이 되어 집 앞에서 사람들이 발견한 코가 엉망이 된 죽은 사나이는 현란한 줄무늬가 있는 프란넬 셔츠와 혁대달린 일상용 바지를 입고 있었고 또 맨발이었다. 시내에 그를 아는 사람이라곤 없었다.</p><p class="ql-block">“그의 이름이 칼로스 센티노였군.” 하고 쓰기를 마치자 신부님은 중얼거렸다.</p><p class="ql-block">“센티노 아얄라.” 하고 부인은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이었지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신부는 캐비닛으로 갔다. 캐비닛 문 이쪽에는 큼지막한, 녹슨 열쇠 두 개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의 소녀시절에 그랬고 신부 자신도 이따금 그렇게 생각했듯이 그 열쇠는 성 피터의 열쇠일 것이라고 소녀는 생각하였다. 그는 열쇠를 내려서 난간 위에 펴논 공책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으로 그가 방금 글씨를 썼던 책장의 한 곳을 가리키며 부인을 바라보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여기 서명하십시오.”</p><p class="ql-block">여인은 겨드랑이에 핸드백을 끼고 자기 이름을 갈겨썼다. 소녀는 꽃다발을 들고 발을 질질 끌며 난간께로 와서 골똘히 어머니를 지켜보았다.</p><p class="ql-block">신부는 한숨을 쉬었다.</p><p class="ql-block">“그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하셨던가요?”</p><p class="ql-block">서명을 마치자 그녀는 말하였다.</p><p class="ql-block">“그는 아주 착한 아이였어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신부는 여인을 바라보다 시선을 소녀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경건하다고 할만큼 차분한 모습에 놀라움을 느꼈다. 여인은 같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는 누군가가 먹을 필요가 있는 물건을 훔치지 말라고 일렀어요. 그는 제 말을 잘 따랐답니다. 걔가 예전에 권투를 할 때는 두들겨 맞아 기진맥진해서 사흘씩이나 누워 있기도 했지요.”</p><p class="ql-block">“이를 모두 뽑아내야 했어요.” 소녀가 말참견을 했다.</p><p class="ql-block">“그랬어요.” 하고 여인은 맞장구를 쳤다.</p><p class="ql-block">“당시 내가 밥을 먹을 때는 아들 녀석이 토요일 밤에 얻어맞은 주먹냄새가 났었어요.”</p><p class="ql-block">“하느님의 의사는 불가해한 것입니다.” 하고 신부님은 말하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러나 그는 별다른 신념 없이 이 말을 하였다. 경험이 그로 하여금 회의적이 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더위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일사병을 막기 위해 머리를 가리라고 일러주었다. 하품을 하며 이제 거의 잠이 든 채 그는 칼로스 센티노의 무덤을 찾는 방법에 관해서 몇 가지 일러주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들이 돌아왔을 때 노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문 밑에 열쇠를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곳에 할 수만 있다면 성당을 위한 연보를 놓아두면 된다는 것이었다. 여인은 골똘히 신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미소는 보이지 않은 채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신부는 거리 쪽으로 나 있는 대문을 열기도 전에 코를 쇠창살에 대고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음을 눈치채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밖에는 한 떼의 꼬마들이 몰려 와 있었다. 대문이 활짝 열리자 꼬마들은 흩어졌다. 여느 때 같으면 그만한 시각에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꼬마들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편도나무 아래로 사람들의 떼가 모여 있었다. 신부는 무더위 속에 헤엄치고 있는 거리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해가 갔다. 조용히 그는 다시 대문을 닫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잠시 기다리시오.” 하고 여인을 보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p><p class="ql-block">파자마 위에 검은 재킷을 걸치고 머리채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채 그의 누이가 저쪽 끝 문에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말없이 신부를 바라보았다.</p><p class="ql-block">“웬일이야?” 그가 물었다.</p><p class="ql-block">“사람들이 눈치를 챘어요.” 하고 그의 누이는 중얼거렸다.</p><p class="ql-block">“앞마당으로 난 문으로 나가도록 하세요.” 하고 신부님은 말하였다.</p><p class="ql-block">“그쪽도 마찬가지예요.” 그의 누이 말이었다.</p><p class="ql-block">“모두들 창가에 붙어 있어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때까지 여인은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쇠창살 사이로 거리 쪽을 내다보려 하였다. 그러더니 소녀에게서 꽃다발을 뺏아들고 대문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소녀가 그녀를 뒤따랐다.</p><p class="ql-block">“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세요.”하고 신부가 말했다.</p><p class="ql-block">“온통 몸이 녹을 거예요.” 하고 그의 누이가 방 뒤쪽에서 꼼짝 앉은 채 말했다.</p><p class="ql-block">“기다려요. 양산을 빌려드릴게요.”</p><p class="ql-block">“고맙습니다.” 부인이 대답했다. “이대로 괜찮아요.”</p><p class="ql-block">그녀는 소녀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끝)</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씨에스따; 오후의 낮잠. 중남미 사람들은 매일 오후 2시에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span class="ql-cursor"></span></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