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따라스 쉡첸코의 처녀시집 (1840년) 『콥자르』(Kobzar, 유랑시인)의 표지이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57, 181, 74);"> *** ***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名詩 산책]</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넓은 드네쁘르가 포효하고 신음하네 (外6수)</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따라스 쉡첸코[우크라이나]</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따라스 쉡첸코(Tarasa Shevchenka, 1814~1861)는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농노로 태어났다. 부모를 일찍 여읜 그는 자라면서 역시 농노였던 할아버지가 낭송하는 우크라이나의 민중시를 들으면서 성장했는데 이것이 훗날 그의 시세계 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1838년 러시아의 많은 문화계와 사교계 인사들의 주선으로 마침내 농노신분에서 해방되었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1840년 처녀시집 <유랑시인>(콥자르)을 출판하여 가장 아름답고 강렬한 우크라이나어를 구사하는 시인으로 떠올랐으며 이후에는 미술가보다 시인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1843년 이후 고향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면서 지식인을 만나고 그들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민족문제를 논하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민족의 자율 및 해방적 범슬라브주의를 지향하는 최초의 근대적 정치결사인 키릴루스-메토디우스 형제단원들과 가까이 지냈다. 그의 시집 <삼 년>은 형제단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그들의 현실 비판의식을 고취시켰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1847년 봄 쉡첸코는 체포되었다.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민간인이었던 쉡첸코에게 어처구니 없이 러시아 육군 일등병이 되는 형벌을 내렸으며 일체의 집필과 미술창작 활동을 금지시키고 유배형에 처했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10년만에 유배형에서 풀려나 1857년 상트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와 미술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며 시 창작을 계속했으나, 유배생활에서 얻은 중병 때문에 외로움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드네쁘르강 (Dnepr江)</span></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넓은 드네쁘르가 포효하고 신음하네/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드네쁘르 사납게 노호하고</p><p class="ql-block">나무잎 떨구는 질풍</p><p class="ql-block">수림에 세차게 불어서</p><p class="ql-block">험한 파도 일으킨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밤하늘 검은 구름 속을</p><p class="ql-block">으스름달이 헤맨다</p><p class="ql-block">파도 속의 쪼각배처럼</p><p class="ql-block">보이였다 사라진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마을은 꿈 속에 잠겨 있고</p><p class="ql-block">닭 울 무렵 다가온다</p><p class="ql-block">숲 속에서 밤새가 울고</p><p class="ql-block">나무가지 설레인다</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소곡(小曲)/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어찌하여 나에게 </p><p class="ql-block">검은 눈썹에 다갈색 눈동자와 </p><p class="ql-block">유쾌한 소녀의 </p><p class="ql-block">청춘의 세월이 주어졌는가? </p><p class="ql-block">나의 젊은 세월은 </p><p class="ql-block">하염없이 사라져 가고 </p><p class="ql-block">눈동자는 눈물로 젖고 검은 눈썹은 </p><p class="ql-block">바람에 쐬여 빛이 바랜다.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마음은 시들고 괴로움으로 고민한다 </p><p class="ql-block">자유를 빼앗긴 작은 새와 같이.... </p><p class="ql-block">행복은 없다고 하는데 </p><p class="ql-block">왜 내게 아름다움이 주어졌는가? </p><p class="ql-block">이 세상에 고아로서 </p><p class="ql-block">살아가는 것이 나는 괴롭다 </p><p class="ql-block">가족들조차 ㅡ타인(他人)과 같아서 </p><p class="ql-block">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눈에 왜 눈물이 괴였는가 하고 </p><p class="ql-block">물어보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p class="ql-block">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고 </p><p class="ql-block">왜 암컷 비둘기처럼 </p><p class="ql-block">밤낮으로 쿠쿠쿠쿠 하고 울고 있는가 하고 </p><p class="ql-block">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어느 누구도 그것을 물어보지 않고 </p><p class="ql-block">알지도 못하고 들리지도 않는다. </p><p class="ql-block">타인들은 그것을 물으려 하지 않을 것이니 </p><p class="ql-block">어찌 그것을 물을 이유가 있으랴? </p><p class="ql-block">고아를 울게 하지 말았으면</p><p class="ql-block">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았으면....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마음이여 울어라, 눈동자여 눈물로 가득하라 </p><p class="ql-block">영원한 잠 속에 이르기 전에 </p><p class="ql-block">울어라 좀더 큰 소리로, 좀더 가련하게 </p><p class="ql-block">바람이 울음소리를 듣고 </p><p class="ql-block">작은 폭풍이 되어 </p><p class="ql-block">푸른 바다 저 멀리 </p><p class="ql-block">검은 머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실어 가도록 </p><p class="ql-block">크나큰 슬픔을 주기 위하여.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노래/타라스 세브첸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물은 푸른 바다로 흐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네 </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행복을 찾아 떠돌아도 </p><p class="ql-block">어디에도 행복은 없네 </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온 세상을 돌고 돌았네 </p><p class="ql-block">푸른 바다 슬피 울고 </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마음 또한 파도처럼 </p><p class="ql-block">슬피 울며 생각에 잠겨 이야기하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 어디까지 왔던가 </p><p class="ql-block">사랑하는 부모님과 애인을 </p><p class="ql-block">누구에게 맡기고, </p><p class="ql-block">타향에 낯선 사람뿐 </p><p class="ql-block">이들과 살기 어렵네, </p><p class="ql-block">함께 울 사랑도 나눌 사람도 없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바닷가에 앉아 있네 </p><p class="ql-block">푸른 바다 사납게 파도치고 </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행복을 찾으려던 곳에서 </p><p class="ql-block">슬픔만을 보았네 </p><p class="ql-block">두루미 떼도 유유히 제 집을 찾아 </p><p class="ql-block">날건만, </p><p class="ql-block">코사크 젊은이 타향에서 눈물만 짓네</p><p class="ql-block">지나온 고향 길은 가시덤불로 덮였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 누구의 말인가?/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 누구의 말인가?</p><p class="ql-block">회색 갈기를 가졌군</p><p class="ql-block">난 저 소녀가 좋아지네</p><p class="ql-block">난 저 소녀가 좋아졌어</p><p class="ql-block">저기 작은 소녀가.</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소녀는 그렇지 않네</p><p class="ql-block">하얀 얼굴을 가진 그녀</p><p class="ql-block">말에게로 가서, 소녀는</p><p class="ql-block">말에게로 가서, 어여삐</p><p class="ql-block">말 손질을 하네.</p><p class="ql-block">소녀는 바짝 다가서서</p><p class="ql-block">귀여운 손으로 어루만지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 내가 말이었으면</p><p class="ql-block">아, 내가 말이었으면</p><p class="ql-block">사랑이란 무엇인지....</p><p class="ql-block">사랑-, 사랑-,</p><p class="ql-block">저녁부터 아침까지</p><p class="ql-block">해가 다시 떠오를 때면</p><p class="ql-block">해가 다시 떠오를 때면</p><p class="ql-block">사랑은 사라져버릴지 몰라.</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 따라스 쉡첸코의 자화상 (1840년)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운 명 /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오 운명이여, 너는 나를 농락하지 않았나니</p><p class="ql-block">그대는 이 가난하고 불행한 자의 형제요 친우였노라.</p><p class="ql-block">내가 아즉 어린 아이였을 때 자네는 나의 손을 이끌고</p><p class="ql-block">주정뱅이한테 몇 가지 지식을 얻을 양으로</p><p class="ql-block">나를 교구 학교로 데려갔지.</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자네는 말했네. "착하지, 아이야. 공부만 열심히 해.</p><p class="ql-block">그러면 머지않아 넌 큰 인물이 될 거야!"</p><p class="ql-block">나는 귀담아들어 공부를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p><p class="ql-block">교육을 받았네. 그러나 그대는 거짓말을 했다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지금의 나를 보게나.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 있겠나!</p><p class="ql-block">자네와 나, 우리 둘은 사람들을 기만하지도 않고,</p><p class="ql-block">그들과 타협도 않고, 거짓말이라곤 입가에 </p><p class="ql-block">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며 살지 않았나.</p><p class="ql-block">그러니 나의 살뜰한 운명이여, 같이 앞으로 나아가세!</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의 겸허하고 진실되고 강직한 친구여!</p><p class="ql-block">계속 전진하게나, 저기 영광이 누워 있으니;</p><p class="ql-block">앞으로 전진하세 ― 그것이 나의 마지막 바람일세. </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1858년)</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 만년의 따라스 쉡첸코 (1859년)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카프카스 (Kavkaz)/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우리의 영혼은 결코 죽지 않기에,</p><p class="ql-block">우리의 자유도 죽지 않으며,</p><p class="ql-block">아무리 지독한 자라도</p><p class="ql-block">바다가 누운 들판에서 거두지는 못하리.</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살아 있는 정신도,</p><p class="ql-block">살아 있는 언어도 묶을 수 없는 것이니,</p><p class="ql-block">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p><p class="ql-block">신성한 영광을 더럽힐 수 없으리.</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 따라스 쉡첸코의 墓碑 *</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미리 쓴 유언>/따라스 쉡첸코</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나 죽거든 부디</p><p class="ql-block">그리운 우크라이나</p><p class="ql-block">넓은 벌판 위에</p><p class="ql-block">나를 묻어 주오</p><p class="ql-block">그 무덤에 누워</p><p class="ql-block">끝없이 펼쳐진 고향의 전원과</p><p class="ql-block">드네프르 강 기슭</p><p class="ql-block">험한 벼랑을 바라보며</p><p class="ql-block">거친 파도 소리 듣고 싶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적들의 검은 피</p><p class="ql-block">우크라이나 들에서</p><p class="ql-block">파도에 실려</p><p class="ql-block">푸른 바다로 떠나면</p><p class="ql-block">나 벌판을 지나</p><p class="ql-block">산언덕을 지나</p><p class="ql-block">하늘나라로 올라</p><p class="ql-block">신께 감사드리겠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내 비록 신을 알지 못하나,</p><p class="ql-block">이 몸을 땅에 묻거든</p><p class="ql-block">그대들이여</p><p class="ql-block">떨치고 일어나</p><p class="ql-block">예속의 사슬을 끊어 버려라</p><p class="ql-block">적들의 피로써</p><p class="ql-block">그대들의 자유를 굳게 지키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리고 위대한 가정</p><p class="ql-block">자유의 새 나라에서</p><p class="ql-block">날 잊지 말고 기억해다오</p><p class="ql-block">부드럽고 다정한 말로</p><p class="ql-block">날 가끔 기억해주오.</p><p class="ql-block"></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