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내 눈에는 천사로 보이는 과일이 있다. 과일이라고 하기보다 과일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다. </p> <p class="ql-block">내가 은행을 알게 된 것은 해외에서 공부하는 시절부터이다.</p> <p class="ql-block">캠퍼스에는 가을만 되면 대학생들이 구학하러 오르고 내리는 길에 연노란 은행이 깔려 길잔치를 연다. </p> <p class="ql-block">자연의 빛으로 포장된 은행과들은 길을 덮고 누워 재생을 꿈꾸고 있는 듯했다. 그 꿈을 풀어주기나 주듯 그 은행을 줍는 일을 내가 하게 되었다. </p> <p class="ql-block">한번은 유학생 인삽캐기 체험차로 버스로 금산을 간 적이 있다. </p> <p class="ql-block">내 옆에 앉은 대학원생은 약학과 대학원생으로 하문에서 온 친구였다.</p> <p class="ql-block">북방에 오면 난쟁이 말을 들을 정도로 키가 자그한 친구였다.</p> <p class="ql-block">세상에 가장 자랑할 것이 병이라고들 한다. 그가 약학과라고 하니 더 자랑이 필요한듯 해서 나는 날씨만 추워지면 기관지기침과 같이 사는데 약학연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방법이 있냐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의외로 진지하게 은행을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p> <p class="ql-block">그래서 나는 은행을 줍기 위한 두개의 천으로 된 자루부터 준비해가지고 은행 줍는 길에 나섰다. 약학과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은행은 그냥 생으로 과육을 먹을 수 없다. </p> <p class="ql-block">일단 먼저 큼지막한 비밀봉지에다 며칠을 담아두면 은행과육을 싼 노란 껍질이 물러진다. 그러면 그채로 힘을 주어 치대주면 그 바깥 노락색이 다 벗겨져 나가고 과육이 알몸으로 나온다. </p> <p class="ql-block">내가 해 보니 참 여자가 할 일은 아닌것 같았다. 껍질과 과육이 누렇고 껄쭉한 액체에 범벅이 되어 있어 보기에 한없이 서글퍼보인다. </p> <p class="ql-block">그래도 기침을 떼보겠다는 욕심에 꽉 잡혀서 그 비닐봉지를 풀고 흘러내리는 물로 누런 껍질을 씻어냈다. 그리고 과육을 추려내는 일을 한다.</p> <p class="ql-block">그 과정은 마스크를 끼고 오만상을 찡그려 붙이고 했던 기억이다. 비닐봉지안에서 며칠간 은행껍질이 싹은 냄새는 구역질나게도 찐했다. 그래도 해냈다</p> <p class="ql-block">포기하지 않고 참고 해낸 덕분에 나는 한겨울 내내 은행을 먹을 수 있었다. 하루에 10알씩을 아침마다 삶아서 먹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기관지기침은 큰 차도를 보였다. 거기에 보람을 느낀 나는 이듬해도 그렇게 했다. 키난쟁이 남방 학생은 몇년을 그렇게 하면 기침이 떨어진다고 하면서 이듬해부터 양을 줄이라고 귀띰해주었다. </p> <p class="ql-block">이듬해부터는 일곱알씩 먹었다. 이렇게 이년정도가 되니 기관지기침으로 했던 고생은 끝을 보게 되었다.</p> <p class="ql-block">지금도 나는 은행만 보면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사람이라면 안아도 주고 뽑보도 해 주고 싶다. </p> <p class="ql-block">가을이 되어 그것들이 노랗게 익으면 나는 오랜 친구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은행나무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사진을 한바탕 찍어서 메모리에 고스란히 담아두곤 한다. </p> <p class="ql-block">이것으로 그를 기억하고 그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올해도 어김없이 은행과 만났다. 자연의 은혜를 늘 가슴에 적어놓고 살아갈 것이다. 은행은 나에게 건강을 얻는 법을 주었고 행복을 곁에 둘 수 있게 도와주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