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은 타오른다

신석운

<p class="ql-block">  지난 8월 9일 30년 만에 고향에 갔다.앞강의 강물도 여전히 변함없이 동으로 흘러가고 병풍처럼 고향을 둘러싼 산도 여전히 푸르다.그러나 고향은 변하였다.현에서 곡창으로 불리던 고향의 3000무 논밭에 당년에 수입을 올린다고 개암나무를 심었다. 일년 벼농사를 하여봤자 입쌀 1근에 2원5십전이라고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 100년 전 조상들이 황무지를 개간하여 기름진 논밭으로 만들었지만 지금 한족들이 이 논밭에 개암나무, 그타 묘목들을 심었다.조선족 200가구가 오붓하게 살던 고향 지금은 8가구가 고향의 혼을 지키고 있다.학교운동장은 풀밭이 되었고 빈집들은 빗물에 무너져 있다.천만다행 옛날 총각시절때 어머님과 깊은 인연을 맺은김씨 어머니가 나의 손을 덥석 잡고 《이 사람아 그래도 고향을 찾아 왔네.》하면서 다짜고짜 나를 나무걸상에 앉히고는 옛날 어머님 손씨처럼 집 뜰안에 임시 설치한 양치통에 마른 나무를 한아른 가져다 불을 피우고 옛날 무쇠가마투껑을 열고는 뒤 밭에 심은 풋강냉이 여라무이삭을 따다 옥수수 껍질과 수염을 완전히 제거한후 한번 씻고는 가마솥에 옥수수를 담고 옥수수가 장길 정도로 물을 붓는 것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니《자네,좋은 세상 먹을 것 많지만 고향 옥수수를 맛보게.》하며 다짜고짜 나를 재다시 나무의자에 앉히는 것이었다.순간 나는 코등이 쩡하면서 말문히 막히었다.</p><p class="ql-block">시간이 20분. 흘러가자 고향 어머님은 빈그릇을 가져다 가마뚜껑을 열고 김이 나는 가마솥에서 국자로 옥수수를 꺼내서는 《식기전에 어서 맛보세.》하면서 옥수수를 내손에 들려주는 것이었다.아,고향이 풀마져 변하였지만 인간의 정은 여전하며 시골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옛날처럼 타오르는 것이었다.</p><p class="ql-block">15년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장날이면 시장에 나서 일년 사시절 삶은 옥수수를 사먹지만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덜하였다.그러나 오늘 고향 어머님이 장작불에 삶은 오수수는 착착하면서 달자지근한 맛 이었다. 지난 8월6일 귀국하여 무순시 이름있는 불고기 또는 개장집,중국요리 등 요 며칠 소문난 식당을 다녔지만 어찌 고향 어머님이 장작불에 삶은 옥수수에 비교하랴?&nbsp;</p><p class="ql-block">그렇다 고향의 삶은 옥수수 산해진미가 아니지만 오늘 고향 어머니가 삶아준 옥수수를 먹고나니 마침 백년묶은 산삼탕을 마신것처럼 나의 마음은 뜬끈뜬끈 해졌다.</p><p class="ql-block">/신석운</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