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며칠전에 나와 동갑내기 한 친구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이사 가버리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고 뒤숭숭해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p><p class="ql-block"> 어떻게 하면 저 친구 처럼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수 있을가 자나깨나 궁리중인데 마치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우리 엄마와 동성동명인 장수로인이 멀지도 않은 같은 연변의 한 시골에서 살고 계신다는 반가운 소문을 듣고 나는 모든 일 제쳐놓고 찾아 떠났다. (옳지, 우리 엄마와 동성동명 이라니 장수비결을 알려 주시겠지) </p><p class="ql-block"> 내가 훈춘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돈화역까지 가서 다시 시외버스를 바꿔 타고 장수 할머니가 살고계시는 돈화시 관지진에 도착 했을때는 점심무렵 이였다.</p><p class="ql-block"> 뻐스역 부근에서 대충 점심을 먹고나서 할머니의 집주소를 알아낸 나는 쉽게 할머니댁 문을 노크 할수 있었다.</p><p class="ql-block"> «누구여? 문 안 걸었승께 들어 오이소»</p><p class="ql-block">석쉼한 목소리에 실려 오래동안 듣지 못했던 숭늉처럼 구수한 사투리가 집안에서 울려나왔다. 나의 사연을 듣고난 할머니도 무척 반가워 하셨다.</p><p class="ql-block"> 할머니는 올해 99세인데 다른 로인들과 달리 허리도 크게 휘지 않으셨고 얼굴에 로년 반점도 크게 보이지 않고 기력이 상당히 좋으셨다. 금요일에 태여나셨다고 강금녀라는 이름이 지어졌단다.</p><p class="ql-block">우리 엄마와 동성동명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동명은 아니고 그저 동성(同姓)이셨다.</p><p class="ql-block">이 할머니는 강금녀(康金女)이신데 우리 엄마는 강금려(康锦丽)시다.</p><p class="ql-block"> 엄마와 동명이 아니라서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순간에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마치 엄마를 다시 만난것처럼 기뻐서 나는 소나무 껍질처럼 터실터실한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놓을줄 몰랐다.</p><p class="ql-block">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장수 하실수있는 비결이 무언가고 묻자 할머니는 허ㅡ허ㅡ허 웃으시며 «금요일을 잘 보내면 돼!»라고 하셨다.</p><p class="ql-block">«녜?! 금요일은 왜요?»하고 내가 의아해 묻자 할머니는 자기도 아버지한테서 들은 얘기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p><p class="ql-block">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들은 다 만든 사람이 있듯이 이 세상도 태초에 스스로 계시는 창조주께서 만들어 놓으신것 이란다.</p><p class="ql-block"> 창조주는 6일에 걸쳐 세상 만물을 만들고 7일째 되는 날은 쉬셨는데 5일째 되는날에 아담이라는 사람을 만들고 아담더러 세상만물을 이름 짓게 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라고 하니 «금»을 고르고 요일이름을 지을때 자기가 다섯째 날에 태어났으므로 그날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금»요일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그만큼 금요일날은 인류의 조상 아담의 생일날 이자 아담이 제일 좋아하는 금자 붙은 날이기에 이날만은 옷도 제일 좋은 옷을 갈아입고 좋은 음식 차려 먹고 말도 행실도 곱게 하면 조상님께서 복 주신다고 말씀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시종 희색이 넘치셨고 때론 조상의 축복을 받은 자기를 보란듯이 어깨를 으쓱으쓱 하셨다. 할머니는 입이 쉴새 없으셨다.</p><p class="ql-block"> 장수비결을 얻으러 백사불구하고 찾아 왔다가 뚱딴지 같은 기독교 설교를 한바탕 들어 기분이 언짢았지만 할머니의 거듭되는 만류에 못이겨 그날밤에는 할머니 댁에서 하루밤 묵게 되였는데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버섯, 산천어, 총각무우, 영채김치 등 푸짐한 밥상으로 저녁한끼 호강 누렸다.</p><p class="ql-block"> 밤에는 할머니와 한방 쓰게 되였는데 할머니는 예수님, 부처님으로 부터 모주석에 관한 이야기에 민간 전설까지 많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신것 같은데 나는 어느결에 잠이 들고 말았다. </p><p class="ql-block"> 아침에 깨여나보니 누군가 나의 가방에 고소한 향기가 풍기는 개암, 잣, 버섯 등 귀중한 «보물»들을 가득 꿍져 넣었었다.</p><p class="ql-block"> 생각 밖에 이 모든 것이 다 할머니께서 아들을 조르고 졸라 함께 산에 가서 채집 하신것 이라니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p><p class="ql-block"> 비록 내가 요구하는 장수비결은 얻지 못했지만 후더운 인정에 가슴이 울컥 하였다. </p><p class="ql-block"> 꿩 잡으러 산에 갔다가 산토끼 주은격 이랄가</p><p class="ql-block">기분이 시나브로 좋아지기 시작 하였다. </p><p class="ql-block"> 인사를 하고 뻐스타러 진 소재지로 가는데 할머니는 짐이 너무 무겁다며 아들을 시켜 기어이 뻐스역까지 배웅 하시란다.</p><p class="ql-block"> 내가 아무리 사양해도 쓸데가 없었다. </p><p class="ql-block">«갑시다, 우리 어머니 고집을 못 이겨요. »</p><p class="ql-block"> 막무가내로 할머니 아드님과 동행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거개가 할머니의 생활을 둘러 싸고 이야기가 오갔던것 같다. </p><p class="ql-block"> 집에 와서 할머니가 꿍져주신 개암을 깨 먹으려고 하는데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쳤다.</p><p class="ql-block"> «그렇지,바로 이거야!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것, 쉴새없이 말 하시는것. »</p> <p class="ql-block">2023년 7월 13일 KBS 한민족방송</p><p class="ql-block">"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방송은 끝까지 들을수 없을 수 있으니 내용에 올린 파일로 들으시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