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수십년 교원사업을 충실하게 마치고 정년 퇴직한지도 오래다. 행운스럽게 우연히 이름난 작가로부터 글짓기를 즐겨 보라는 간곡한 권고였다. 우선 간단한 글 시조 짓기부터 배우기로 하였다 . </p><p class="ql-block"> 옛사람의 지혜와 글재주에 탄복하면서 명인들의 시조를 읽고 외우고 하는 가운데서 점차 미립이 트기 시작하였다. 시조는 말 그대로 간단하여 나같은 황혼 인생에는 안성맞춤 하였다. 내용배비형식도 중국 당조때의 률시와 꼭 같아서 원래부터 당시에 흥미를 갖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였다. </p><p class="ql-block"> 마지막 장이 관건이다. 남다른 표현법 특이한 느낌 독특한 견해 기이한 주장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완성이라 하겠다. </p><p class="ql-block"> 한동안 련습했더니 인젠 제법 즐길만하게 되였다. 매일같이 평범하게 지내던 예사로운 일상생활에서도 시감이 생기고 늘 보아 눈에 익은 사물도 다시금 돌아 보며 시를 더듬어 보려니 참 기분이 난다.마</p><p class="ql-block"> 누라가 인젠 날씨가 더워졌다며 두터운 옷은 죄다 치워 두잔다. </p><p class="ql-block"> 《 두터운 옷 둬 견지는 그대로 놓아 둬요. 여름에도 추운 날 있을테니.》</p><p class="ql-block"> 내 자신이 한말일망정 무언가 뜻이 담긴같았다. 여름처럼 뜨거운 부부사이라도 가끔 얼굴 붉힐때가 있지 않았던가? 자연스럽게 한 수 지어졌다. 마누라는 나에게 엄지손을 내밀어 보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자기야 무슨일로</p><p class="ql-block">갑자기 차거웠지?</p><p class="ql-block">미안해 저도 몰래</p><p class="ql-block">괜시리 골이 났어</p><p class="ql-block">괜찮아</p><p class="ql-block">삼복간에도</p><p class="ql-block">추운날 있을라니</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폰을 켜니 다정한 친구부부가 점심참 마련으로 만두를 빚었는데 입맛이 서로 다르다 보니 서로의 몫은 다른 속을 다져 넣었단다. 찍어 보낸 먹음직한 만두 사진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며 시조를 적어 보냈다. 친구는 박수를 보내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다정한 신랑신부</p><p class="ql-block">물만두 빚는다오</p><p class="ql-block">네몫은 돼지고기</p><p class="ql-block">내몫은 부추달걀</p><p class="ql-block">속 다른</p><p class="ql-block">만두 빚은들</p><p class="ql-block">마음이야 다르랴</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점심식사 마치고 조용히 책을 드니 밖에서 짹짹짹 새소리가 들려온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글소리 귀맛좋게</p><p class="ql-block">쟁쟁쟁 울리는데</p><p class="ql-block">지나며 듣다 말고</p><p class="ql-block">창가에 앉은 새야</p><p class="ql-block">너처럼</p><p class="ql-block">하늘 날고파</p><p class="ql-block">세상공부 한단다서</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쪽하늘엔 저녁노을 빨갛다 가을단풍도 붉게 불타지 않았던가 ? 똑같은 빨간색이 머리를 스친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서럽다 노을 타고</p><p class="ql-block">하루가 넘어가고</p><p class="ql-block">애닯다 단풍위로</p><p class="ql-block">한해가 도망간다</p><p class="ql-block">세월아</p><p class="ql-block">가겠거들랑</p><p class="ql-block">나만 두고 가렴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덧없는 세월이다. 범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하지 않던가. 나의 이름은 아버님께서 고르고 골라 지어 준 것이란다. 그 이름 덕이랄가. 기나긴 세월 무난히도 견뎌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산같은 기대담아</p><p class="ql-block">내 이름 지었다오</p><p class="ql-block">다정히 부르시며</p><p class="ql-block">내 삶을 지켰다오</p><p class="ql-block">소중히</p><p class="ql-block">간직할게요</p><p class="ql-block">아버님의 금선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나는 피천득선생님의 명함을 대단히 좋아한다. 무슨일이나 천번 거듭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라고 알고싶다. 나도 시조를 천수를 바라고 짓고 지으면 선생님처럼 책을 낼수 있지않을가 꿈도 꿔본다. 이미 적지않게 지어 냈고 더러는 신문과 간행물에 실리기도 했다. 그렇다. 희망을 가지고 흥취가 있는 일을 하여 나아가리라.</p><p class="ql-block"> 2022년 5월 28일</p> <p class="ql-block">2023년 6월 22일 KBS 한민족방송</p><p class="ql-block">"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방송은 끝까지 들을수 없을 수 있으니 내용에 올린 파일로 들으시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