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2006년 5월, 뇌출혈환자인 남편을 돌보는 편리를 도모해 새집에 이사오면서 나는 화분재배를 꿈꾸었어요. 그 꿈이 장장 16년동안을 이어지며 실현되여가고 있어요. 열심껏 화분을 다루며 마음의 꽃을 키우는 일거량득의 삶을 살면서 실로 감개무량할 때가 많아요. </p><p class="ql-block"> 몇년전 친구로부터 한뽐되는 커피나무묘목을 선물로 받았어요. 꽃을 잘 키우기에 시름놓고 준다면서 말이예요. 믿음으로 받은 선물 - 커피나무를 잘 키워내리라 정성을 다 쏟았어요.</p><p class="ql-block"> 꽃나무는 키가 우썩우썩 잘도 자랐어요. 그런데 그렇게 정성 넣어도 자꾸 떡잎이 노랗게 지여 아쉬움을 삭이지 못했어요. 후에 알고보니 나무자체 생리인 것을. 남편이 똑같은 실수를 자꾸 되풀이 하는 것처럼 말이예요.</p><p class="ql-block"> 매일 아침 카텐을 여는 순간부터 꽃과의 눈맞춤이 직업병이 되였어요. 물을 뿜어주면서 "화야, 잘 자라서 이쁜꽃을 많이 피워주렴. 열매 많이 거두고 싶어."라고 하는 사설들이 습관화되였어요. 마치 어린애로 되여버린 남편에게 매일과 같이 하는 끊임없는 잔사설처럼 말이예요. </p><p class="ql-block"> 나의 마음이 닿아서인지 커피나무는 어찌도 빨리 자라는지 웃부분을 몇번이나 잘라주었는데도 아지가 쭉쭉 뻗어 어지간한 화분통 3개 자리는 넘치게 차지했어요. 마치도 몸 회복을 위하여 매일과 같이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의 의력을 보는 듯 했어요. </p><p class="ql-block"> 2년반쯤 시간이 흐르니 흰 너울 쓰고 내려오는 선녀들 - 커피꽃과 첫대면을 할수 있었어요. 순백색의 다섯잎 커피꽃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게 예뻤어요. 그리고 너무 귀여웠어요. 커피꽃을 구경 못해본 나로 말하면 실로 하늘이 내려준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어요. 마치도 남편이 내 몸에 의지해 첫발작을 내디뎠을 때의 그 벅찬 기쁨을 만끽하는 느낌이였어요. </p><p class="ql-block"> 커피열매는 어떻게 생겼을가? 또 하나의 궁금증이 조급함을 앞세우고 신비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였어요.</p><p class="ql-block"> 시간이 지나면서 흰 너울 쓴 선녀들은 자취를 감추고 애기원두알만한 커피알들이 파란 옷들을 입고 태여났어요. 매일 커가고 변하는 모습에 완전 매료된 나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땅콩만큼 되였을 때부터 앵두알처럼 색갈의 변화를 일으키며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어요. 마치 남편이 세바퀴차에 앉았다가 쌍지팽이에 의지하는 호전과정을 보는 듯 하여 나절로 감탄이 터졌고 성취감에 행복하기만 했던 나날들이였어요. </p><p class="ql-block"> 열매는 언제면 딸수 있을가. 매일 매시간 수확의 기대감에 도취되여 눈자리 나게 열매들을 지켜보았어요... 빨간 알들이 점점 검은 자주색으로 변하며 익어갔어요. 남편의 병도 하루아침에 씻은듯이 나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나의 조급한 생각을 공상이라고 일깨워 주기라도 하려는 듯 알들마다에 내리 주름쌀들이 자리를 잡았어요. </p><p class="ql-block"> 끝내 커피알들 수확을 기다려냈어요. 살짝 다치기만 해도 떨어지는 정도에서 커피알들을 수확했어요. 커피나무 하나에서 1근 넘어가는 결실을 거두었어요. 나의 사랑으로 가꾼 커피니 그 맛 또한 나에 대한 베품으로 일류일 것은 더 말해 뭣할가요. 우리 부부는 오래도록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 서로를 지켜보고 앉아있었어요. 그렇게 서로 묵시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눈에는 어느덧 이슬이 반짝이였어요. </p><p class="ql-block"> 모멘트에 올려 자랑을 했더니 너도 나도 "꼭 주세요." 오다들이 눈송이마냥 날아들었어요. 수요자들을 만족시켜주려고 싹을 틔우기로 결심했어요. </p><p class="ql-block"> 봄을 기다려 알채로 흙에 묻어 보기도 실패. 랭동고에 얼구었다가 심어보기도 실패, 물에 퍼지웠다 심어 보기도 실패, 퍼진 껍질을 벗기고 심어 보기도 실패...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던 나는 남편이 표현하는 행동의 뜻을 몰라 거듭거듭 남편을 실망시키던 일, 그 뜻을 알아맞추지 못해 바질바질 속만 태우던 일이 한데 뒤섞여 어찌할바를 모르고 멍해졌어요. (꽃들을 잘 키운다고 나한테 특별히 준 건데, 뭐든 실속없이 잘 키웠는데, 행동으로 표현하는 남편의 뜻도 이젠 제법 잘 알아맞추는데 이놈 참 이상해. 작정하고 나의 인내를 고험이라도 하려나 봐.)</p> <p class="ql-block"> 에라, 마지막 수로 흙에 모래를 섞고 거기에 커피알도 섞어 한곳에 방치해 두었어요.</p><p class="ql-block"> 3달후 5월의 어느날이였어요. 흙이 무엇에 떠받들리여 울퉁불퉁 솟아나 있다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커피알 껍데기가 아기싹에 밀리여 올라와 있었어요. </p><p class="ql-block"> 아! 이것이다! 끝내 커피싹이 고고성을 울린 것이였어요. 그때 그 기쁨을 무엇이라고 형용해야 할가요. 과도 흥분상태라 할가요, 남들이 보면 정신이상에라도 걸렸다 할가요. 하여간 그 성공의 희열은 너무도 컸어요. 언어장애로 말문을 닫은 남편이 제일 처음으로 "마마"하고 말을 해냈을 때의 그 경탄과 같은 것이였어요. 새싹이 움트고 밑에는 새파란 실오리 같은 것이 엿보였어요. 그것이 건실한 대로 일어서고 잎사귀가 나왔어요. 나의 얼굴에는 기쁨의 웃음꽃이 함박꽃처럼 피여올랐어요.</p><p class="ql-block"> 7월말쯤 오다에 맞추어 공장친구, 친척, 사회친구, 교회, 봉사자팀, 서법교실 등 곳에 커피모를 일차성종이컵에 모셔서 55송이를 시집 보냈어요. 55개 가정마다 내가 겪은 다채로운 체험을 경험하며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또 그 희열들이 리레경주처럼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참 보람있는 일이라 마음이 뿌듯해났어요. 친지들로부터 "남편돌보기 박사"칭호를 받았을 때의 그런 보람을 느꼈어요. </p><p class="ql-block"> 나는 정말 꽃에 정든 여자인가봐요. </p><p class="ql-block"> 이 몇년간 화분을 키우면서 인내심도 련마하고 재간도 키웠는데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 것이 제일 큰 성과인것 같아요. 기다림의 미학은 나에게 아름다운 꽃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 -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꽃이 피였다고 환히 웃으며 행동으로 표현하는 남편이 감사하고, 친구들로부터 원예사 칭호를 받음에 감사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활짝 핀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는 꽃들이 있어 감사하고 카텐 열자 꽃부터 들여다 보며 이쁘게 크라고 중얼대며 시작하는 습관된 하루 일과도 감사했어요. 더우기 감사한 건 화분을 잘 키우는 비법이 무엇인가 물을 때 식물도 사랑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였어요. 뇌출혈환자인 남편이 나의 살뜰한 보살핌과 인내의 사랑속에서 하루하루가 좋아지는 결과를 말해주는 듯 해서 감사했어요. </p><p class="ql-block"> 꽃과 함께 흘러간 16년 세월, 남편이 뇌출혈로 자리에 들어누워서 지금까지 16년 세월, 갑자기 갓난 아이로 된 남편돌보기가 나의 하루의 주요일과로 된 긴 세월, 꽃 가꾸기는 나로 하여금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찾으며 서로 호응하고 서로 영향주며 꽃과 함께 익어가게 했어요. 꽃가꾸기는 나로 하여금 늘 행복감에 젖은 정을 키워가게 했으며 멋진 사람보다는 감사할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여가게끔 이끌어 주었어요. 꽃가꾸기는 눈앞의 삶에서 행복을 찾으며 생의 활력소를 키우기에 손색없는 역할을 해주었어요. 감사할 줄 아는 매일을 살아가며 꽃들에 또 감사의 마음을 품고 힘든 길이지만 부부가 함께 걷는 아름다운 꽃길이라 생각하고 화분재배의 꿈을 계속하여 더 멋지게 키워갈 것입니다.</p> <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2023년 6월 1일 KBS 한민족방송</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배경으로 나오는 방송은 끝까지 들을수 없으니 내용에 올린 파일로 들으시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