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꿈/리명자

慧莲

<p class="ql-block">  나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던 시절은 있었다. </p><p class="ql-block"> 그때는 중학시절, 문학에 취미가있어 책 읽기를 즐겨 많은 명작들과 시를 읽어보면서 문학 소녀의 꿈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소설책에 빠지면 잠자는것도 잊고 때론 수업시간에도 가만히 엎드려 소설책을 훔쳐보다가 선생님한테 들통나 여러번 혼났으며 또 남의책 빌려보다 잃어버려 속태우며 발만 동동 구르던 적도 있었다.</p><p class="ql-block"> 그렇게 다른 과목엔 별로크게 신경 안쓰고 그럭저럭 고중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였는데 그때 내나이 18세였다. </p><p class="ql-block"> 귀향첫해 난 운좋게 대대에서 꾸리는 기업 국수방에서 일하게 되였는데 날마다 돌아가는 시끄러운 전동기 소음과 뽀얀 가루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면서도 오리오리 내려오는 노란 국수오리를 바라보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수 없었다 하여 난 시를 쓴답시고 긁적거려 보았지만 워낙 배운 지식이 짧다보니 제대로 썼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용기를내 지방 잡지에 투고를 했는데 퇴짜를 맞았다. </p><p class="ql-block">그후론 일도 바쁘고 자신감도 없고 점점 책과 멀리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p><p class="ql-block">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아들까지 보았으며 회사에선 착실한 일꾼으로 가정에선 현처량모로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며 나름 만족한 생활을 하면서 꿈 같은건 잊은지도 오래되였다. </p><p class="ql-block">세월은 류수같아 잠깐사이 몇십년이 흘러 아들도 제짝을 찾아 결혼하고 독립하여 살며 회사에서도 퇴직하다보니 나에겐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마음에 공허가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노래교실이요 춤배우러 다니오 하면서 취미에 따라 황혼을 즐기고 있었는데 난 왠지 다 별로였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시조와 인연을 맺고 시조 공부하려 다니기 시작하였다. </p><p class="ql-block">처음에 시조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공부에 나는 열심히 자료들을 읽어보고 모르는것이 있으면 선생님한테 물어가며 선생님 지도도 열심히 받았다. 또 문우님들의 시조를 열심히 배우며 공부하였다. 늦게 시작한 공부인지라 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배웠다. </p><p class="ql-block">차츰 시조쓰는 실력도 제고되면서 난 시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좋은 시상이 떠오르면 일어나서 몇구절 적어놓고 길 가다도 생각나는 구절이 있으면 적어 놓으면서 명시조나 옛시조들은 수첩에 베껴놓고 시간날때마다 읽어보며 부족한 나의 글 재주를 미봉하려 애썼더니 노력은 헛되지 않아 어느날 잡지에 내이름 석자가 박힌 시조가 실리게 되였다. </p><p class="ql-block"> 황혼에 접어들어 꿈을 찾고 자아를 찾아가는 그 뿌듯함 이루다 형언할수없었다. </p><p class="ql-block"> 아직도 나의황혼이 얼마나 아름답게 불타오를려는지... 오늘도 나는 책가방을 메고 시조공부하러 간다. </p><p class="ql-block">시조</p><p class="ql-block"> 황혼 청춘</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저 멀리 노을가에</p><p class="ql-block">청춘이 붓을 드오</p><p class="ql-block">먹 향에 취해가며</p><p class="ql-block">인생사 그렸더니</p><p class="ql-block">멋지다</p><p class="ql-block">호수가에는</p><p class="ql-block">천년송이 비끼네</p><p class="ql-block">2023년 2월21일</p> <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2023년 4월 6일 KBS 한민족방송</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br></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주:배경으로 나오는 방송은 끝까지 들을수 없으니 내용에 올린 파일로 들으시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