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아버지 어머니 산소</span></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추석이구나 “ 금년 추석도 여느 해와 같게 또 돌아왔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나는 해마다 추석이면 남들이 부모님의 산소로 가서 벌초도 하고 음식상도 차례놓고 술도 따르고 절도 하는것을 무척 부러워 하는 사람이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나와 너네 엄마는 죽으면 말이야 너들이 우리 골회를 여기 저 큰 강에 뿌려다오 ”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그때마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 보았는데 정색해서 대답하신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엄마랑 둘이서 하시는 말씀을 엿듣게 되였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여보 ,나랑같이 만주에 온것 후회해본적이 없소 ?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난 후회한적이 없는데 엄마랑 쌍둥이 남동생들은 너무 많이 보고싶구려 . 근데 우리 저 얘들을 잘 키우고 공부 잘 시켜서 눈을 뜨게 하고 나처럼 이렇게 고생하지 않게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앞서 한가하게 보고싶어할 겨를도 없네요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얘들이 착하고 공부도 잘하니깐 앞으로 출세해서 당신이 걱정 안하게 다들 잘 살거요 .우리는 살아서 고향에 못돌아가니깐 죽어서라도 고향은 가야 하오 .강물은 이렇게 저렇게 돌고돌아 마지막엔 한곳으로 모이니깐 우리 저옆에 20리 떨어진 강의 물은 두만강까지는 갈수가 있을거요 .그러니깐 당신도 죽은 다음 얘들보고 자기 골회를 저 강에 뿌려달라고 하지?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네 알았소 나도 그렇게 하리다 “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그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저 우리 엄마 아버지는 우리때문에 조선이라는 고향으로 못가는것을 알았고 엄마 아버지 때문에라도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것만을 이해한듯 했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아버지는 23살 어머니는 21살때에 중국으로 왔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일곱남매다 .위에 오빠 둘은 조선태생이고 나머지는 중국태생이다. 부모님들은 우리 칠남매를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고 열씸히 사셨다 .내 기억에는 못하셨던 일이 거의 없었던것 같았다 . 환갑나이를 퍽 지났어도 돈이 된다는 험한 바깥일을 계속 하셨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식들 공부 뒤바라지를 했고 막내까지 대학공부 마쳐주었다 . 막내가 시집가던 그 이듬해 아버지가 68세 되시는 해에 주무시면서 갑자기 돌아가셨고 엄마는 5년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 . 근데 내가 모르는 유언이 또 하나 있었다. 세째딸은 너무 멀리에 있어서 오면서 길에서 고생하니깐 우리가 죽었어도 걔한테는 장사에도 오지 말게 해달라 했다고 한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해 그때 내 나이가 33살이였다 . 나는 이렇게 아버지 임종도 어머니 임종 그리고 부모님 장사에도 불참한 이런 불효한 세째딸이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아버지 돌아가시고 몇년동안 나는 아버지 보고싶어서 혼자서 자주 울었고 엄마 돌아가신 후에도 몇년동안은 많이 울었었다 .부모님 생전에 효도 못한 자책감도 있었겠지만 부모님 돌아가셨을때 마음껏 통곡하면서 울지 못한것이 한이 되여서인지도 모른다 .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나는 아버지 엄마 보고 싶을때마다 내가 살고있는 근처에 강이나 바다를 찾아 다닌다. 강물이나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흐르는 강물이 아버지 엄마같고 그 물결에 따라 아버지와 엄마가 고향으로 가시는것 같아 오래오래 눈을 떼지 못한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2px;">오늘은 추석이다 . 나는 내 살고있는 근처에 있는 강을 찾아간다. 금년에도 아버지 엄마와 할말이 많은데 제일 하고 싶은말이라면 이 세째딸이 엄마 아버지 많이 보고싶어 왔다고 다들 착하고 열씸히 살고 있다고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니깐 마음놓고 흐르는 강물따라 두만강건너 그 조선이라는 고향에 가시라고 알려드리고 싶다 .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 20px;">-- 2022.09.10 북경에서 </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