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향 마을 김수산

金寿山

사라진 고향마을 김수산 고향, 내가 태여나서 자라난 곳, 동년시절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둔 잊을수 없는 고장 .나는 화룡현 로과향 신풍촌에서 태여나 아름다운 동년을 보냈고 첫 사랑의 단 맛과 쓴 맛도 보았다. 신풍촌은 그 무슨 명승고적도 이름높은 산과 강도 없는 산간 마을이 였지만 나의 동년시절에는 그 곳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였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던 고향마을이 사라지고 인적 없는 산골짜기로 남아있다. 나는 사라진 고향이 그리워 동년시기에 그렇게도 아름답던 고향을 글로 써보련다. 아~~고향 넌 그렇듯 아름다웠섰는데!!!! 어릴 땐 밤이면 해님이 마을 동산뒤에 숨었다가 아침이면 높은 봉우리로 떠 오른다고 생각하고 해님 뜨는 동산이라 했었다.그 동산은 무릎우에 손을 얹어 놓고 의자에 점잖게 앉아있는 거대한 불상과 같아 창공에 치솟은 산봉우리는 불상의 머리가 되었고 좌우량측에서 시작하여 앞을 향하고 벋어내린 민민한 산발는 어깨에서 내리드리운 팔과 같다. 두 줄기 산발은 유아원 마당의미끄럼대 처럼 쑤욱 내려오다가 상아처럼 약간 쳐들면서 각기 자그마한 산부리를 만들었는데 마치 무릎우에 놓은 주먹 처럼 보인다. 이 두 산부리는 애 시절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두 개 군단으로 나뉘여 전쟁놀이 할때 각 군단이 고수해야할 고지였고 군단 지휘소를 설치했던 곳이다. 불상의 두 무릎 사이에는 아낙네들이 곡식을 까부는 키 모양으로 된 골짜기로 이루어져 두 군단 용사들이 직접 맞다들어 싸우는전쟁터로 되었다. 골짜기 양지쪽에는 살구나무, 진달래나무, 자작나무들이 자라 계절이 바뀔때이면 제가끔 몸 단장하면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마을을 향하고 앉은 불상의 왼쪽은 깍아 지른듯한 절벽이 평풍 처럼 섰는데 푸른 소나무들이 벼랑 사이에억센 뿌리를 밖고 거연히 서서 고상한 자태를 자랑하고, 오른손 쪽으로는 우중충한 산봉우리들이 녀인들이치마폭 처럼 꿈실 거리며 북으로 북으로 뻗어져 있다. 고향 마을의 북쪽은 소골령과원수림장이 둘러섰고, 원수 림장에서 시작하여 흘러 내리는 원수하는 계곡을 따라 줄달음치듯 내려오다가 마늘골에서 흘러 나오는 맑은 시내물과 손 잡고 마을로 흘러든다. 원수하가 나의 고향마을을 벗어나려 하자 동산 벼랑굽, 느릅밭골에서 조달대며 흘러나오는 벽하수도 원수하의 등에 엎지여보석 가루마냥 반짝이는 빛을 뿜으며 먼 길을 바래주고 있다. 맑디 맑은 원수하는 꽃무늬 같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산천어, 버들개, 돌쫑개, 빠들치 같은 물고기들이 명절이나 쇠듯이 오락가락 헤염치고 있다. 강변에 꽈악 밖아선 버드나무들은 머리를 맞대고 하느적 하느적 춤추고, 버드나무에 앉은 물새들은 꽁지를 달싹이면서 목청껏 노래 부른다. 원수하와 마늘골 내물이 합치는 합수목에 물레방아간이 있었는데두 대의 큰 방아가 물레바퀴가 돌아가는 힘에 의하여 엇갈아 머리를 쳐들면서 곡식을 찧고 있었다. 쿵당쿵당 방아찧는 소리는 애 어린 나의 귀를 끄잡아 갔고, 물을 담았다 쓷으며 돌아가는 요술쟁이 물레 바퀴는 번마다 나의 발목을 붇잡아 두었다. 나는 물레방아에 호기심이 끌려 몇 번이고 구경 갔댔고, 방아 찧지 않을 때이면 물레바퀴에 들어가 다람쥐 채바퀴 돌리듯물레바퀴를 돌리면서 신나게 놀았다. 서쪽산 밑을 감돌며 흐르는 원수하 옆에는 반듯한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오월 단오와 추석 명절 때이면 아름답고 멋진 옷을 떨쳐 입은 온 마을 남녀로소가운동대회를 열고 륙상, 축구, 널뛰기, 그네뛰기,씨름시합을 하였다. 그때면 녀인들의 고운 옷이 꽃동산을 이루고, 응원소리 웃음 소리가 창공에 울려 퍼져 흘러가던 꽃구름도 구경에 여념 없었다. 향긋한 음식 냄새와 술 냄새가 산골안을 꽈악 메워산 중의 짐승들이 마을로 달려올 지경이고, 술기운이 오른 남성들이 두르려대는 북소리에 아낙네 들이 치마자락 날리며 춤추어 댄다. 수십채 농가집들은 흰 눈같이 새하얀 벽에 똑같은 짚 모자를 눌러쓰고 룡드레우물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인심이 찰찰 넘쳐나는 생활을 하고있다. 산 좋고 물 맑아 경치 좋아서인지, 마을 중심에 있는 룡드레우물과 동구밖에 있는 옹달샘이 맛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불상과 같은 동산이 보살펴 주어서인지 고향 사람들은 저마다 근로하고 용감하며, 순진하고 정직하며, 자애롭고 상냥스러웠다. 70년대 내가 고향을 찾아 갔을때는 나의 동년에 깊은 인상을 주던 물레방아도, 개울 옆 운동장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모래와 자갈돌들이 어수선이 널려있는메마른 물곬으로 변하였다. 아마 어느 해인가 큰 홍수에 모두 밀려간 듯 했다. 마을의 농호가 많이 줄어들었고 적지 않는 집들이짚모자를 벗어 버리고붉은기와를 쓰고 넓은 울안에서, 넓은 길 옆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 옛날의 그 모습이 더욱 그리웠었다. 2008년 가을 우리가 탄 승용차가 신풍을 경과하는 순간고향 마을 살풍경에 나는 깜짝 놀랐다.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초가집과 기와집들이 몸부림 치고 있었고 벽돌을 쌓다 내버려둔 2층집이 괴물마냥 웅크리고 있었다. 인적이 사라진 터전에는 쑥대들이 주인행세로 흐느적 거리고,반갑게 반겨주던인사소리와 집 짐승소리는 들리지 않고, 락옆을 쓸어 내는 쓸쓸한 가을 바람소리만 가슴을 파고 들었다. 고향마을이 사라졌다. 꿈 속에서 종종 찾아오던 고향마을이 사라졌다.휑뎅그레한 공허감이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고 이름모를 슬픔이 나의 가슴에 은근히 자리를 폈다.바야흐로 발전하는 사회, 도시화로 진군하는 시대는 나의 고향 마을 짖밟아 버렸지만 내 마음속의 아름다운 고향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김수산 22.7.22 다녀가신 여러분들게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김수산 2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