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라종애

慧莲

<p class="ql-block">《아버지~~~》</p><p class="ql-block"> 《아버지~남조선 큰고모를 찾았어요~》</p><p class="ql-block">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린지 땅에서 올라오는 소린지 분명 아버지는 무슨소리를 듣고 채소를 심다 말고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들러보시다가 한참만에야 급기야 달려가는 시집간 딸인 나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계셨다.</p><p class="ql-block"> 《아버지~남조선 큰고모를 찾았다구요~》</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다시 한번 큰소리로 웨쳤더니 그제서야 손에 들었던 호미자루를 땅에 떨어뜨리더니 《어~응 고모를 찾아? 이게 무슨 소리야! 》하시면서 급기야 집안으로 들어오시더니 어서 빨리 말해보라며 독촉하셨다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 실감이 나시는듯 털썩 마루에 크나큰 몸을 철석 맡기시더니 낙노를 하시였다.</p><p class="ql-block">《어~메 이일을 어찌하면 좋으나요!ㅎㅎㅎ》</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돌아가신 할머니를 부르시면서 그 큰 눈에서는 물줄긴지 비줄긴지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아버지 우시는 모습 처음 보았다.</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50년 세월의 기나긴 기다림과 외로움이 뒤엉킨 눈물 ,50년 세월에 고향을 떠난 쓰라림의 눈물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쏟아져 내렸다.아버지의 아픈상처 씻어주기라도 하듯이 온집식구 아버지를 둘러싸고 펑펑 울었다. 그 눈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고향 계시는 고모한테로 흘러가라고! 타향땅 중국 길림에서 오매에도 그리워하던 남동생이 살아있다고! 혈붙이가 남아있다 전하기라도 해달라고! 마음 졸이며 살아오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야 한단 말입니까! 눈물 바다가 되였다.</p><p class="ql-block"> 말수 적기로 소문이 나신 아버지는 굳게 닫힌 말문을 열으셨다.</p><p class="ql-block"> 1930년대 할머니는 한국땅에서 할아버지를 만나 세딸을 낳고 막내인 아버지를 배속에 배였을때 할아버지는 살길을 찾아 중국 동북땅으로 떠나셨다. 기막힌 할머니의 인생살이가 시작되였다.먹고 살기가 험한 세상인지라 다 같이 굶주림을 당하지는 말고 한아이라도 살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큰고모를 당시 경제토대가 좋은 정씨네 집으로 민며느리로 시집을 보내고 집도없이 남의집 헛간에서 아버지를 낳으셨단다.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남편도 옆에 없이 아이를 낳았다니! 그 아픔인들 오죽했으랴! 상상이 가지않는 고생살이였다.피가 철철 흐르고 살이 찟기는 역겨운 삶을 나약한 여자의 몸으로 견뎌내야 했었다.</p> <p class="ql-block">  그렇게 살아가던 아버지나이 일곱살이 되던해에 중국땅에서 자리를 잡으신 할아버지가 처자식 데리러 고향에 오셨다. 시집간 큰고모를 어쩔수없이 고향땅에 놔둔채 두 딸과 아버지를 데리고 생이별을 해야만 하는 기막힌 사연이였다.</p><p class="ql-block"> 동란시기라 길이 막혔다.임진강은 예와 같이 흘러흘러도 피를 나눈 혈육은 만날길이 없었다.할머니와 아버지는 무척 말씀이 적으셨다.아마 침묵으로 두고 온 딸의 사무친 그리움과 아픈상처를 달래였을것이다.</p><p class="ql-block"> 어렸을때 나의 기억으로는 할머니는 늘쌍하면 굽은 허리에 두손을 얹으시고 뒤창문을 하염없이 바라 보시다가도 두눈에는 눈물이 그으덕 고여진다.어린 내가 《할매,왜 울어?》하고 물으면 저기 고향땅에 두고온 너의 큰고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길이 없어서~ 그러면서도 이할미는 꾸역꾸역 밥을 먹고 살고 있다며 한탄을 하셨다.그때 큰고모 한분이 남조선에 살고있다고 얻어 들었다.</p><p class="ql-block"> 내가 시집간 동내에 아버지 친구분이 계셨는데 남몰래 밤 열두시에 사람을 찾는 KBS방송에서 아버지 나로균을 누님 되시는 나귀순이 찾는다는것이였다. </p><p class="ql-block">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한번도 보지도 못한 고모였지만 찾는다는 소식에 내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고 한달음에 친정집으로 달려가 이 소식을 전했다. 차츰차츰 소식이 이어져 끝내는 누님을 찾아 전라도 고향땅을 밟게 되였다.비행기에서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첫눈에 동생을 알아보신 큰고모는 《분명 너가 내동생이로구나! 아버지를 꼭 닮았어~꼭 닮았구나~》하시며 허둥지둥 달려와 동생인 아버지룰 부둥켜 안으시고는 《내가 천시냐 바보냐 ! 반세기를 이렇게 살았구나!》하며 고개들어 하늘을 쳐다 보시면서 통탄을 하시더란다. 남동생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며 부모를 본듯이 평생 소원이 풀린다면서 금방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시더란다.</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아니 십년도 아니고 이십년도 아닌 오십년의 달이 지고 해가 가도 그 긴긴세월 생리별에도 끊어지지 않는것이 끈끈한 혈육의 정이였다. 두고온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 하시던 한 여인 할머니는 끝내는 딸과의 상봉을 하지 못한체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이승에 남아있는 형제분들이 만나서 할머니가 다 하지못한 정을 나누었다.이 또한 혈육의 진한 정이 아니겠는가!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점점 이웃사랑 형제사랑 친인사랑이 매말라 가고 삶의 촉박함에 인정이 각박해지는 현시대 혈육의 정을 소중히 여기시라!</p><p class="ql-block"> 2021년 7월 7일</p> <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2022년 7월 7일 KBS 한민족방송</p><p class="ql-block" style="text-align:center;">"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