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지지 않는 첫사랑

金寿山

안녕하세요 저는 부끄러운 나의 첫 사랑 졸작인 저의 글 <잊어지지 않는 첫 사랑>을 물동이, 떡방아, 련애편지, 첫키스, 손거울, 리별로 여섯번 나누어 올리렵니다. 존경하는 울님들의 많은 가르침을 바랍니다 잊어지지 않는 첫 사랑 김수산 첫 사랑은 잊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신비로움으로 깊은 락인을 찍어 놓았지만 실패로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많은 추억을 만들었지만 성공의 문앞에서 눈물 뿌리며 헤여져야 했었다. 눈물 범벅에 해쓱해진 얼굴, 흐느낌에 떨리는 가냘픈 두 어깨, 가슴을 찟는 그 사연, 애처러운 그 울음소리 ………. 【1】 물동이나는 맏아들로 태여났고 아래로 남동생 둘과 여동생 둘이 있었다. 화룡현 남평중학교2학년 여름 방학에 집에오니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누웠는데 3살 여동생과 젖 먹이 여동생을 돌보느라 가정생활을 유지하여 나갈수 없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농사일을 하면서 녀자애 처럼 어머니 일손을 돕기 시작했다. 나의 첫 사랑 금옥이네는 앞 뒤집 사이고 그의 부모들은 년세 많고 몸이 불편한 분들이였다. 그 집에 주요 로동력인 언니가 외지로 시집 갔기에 그도 나 처럼 남평 중학교를 그만 두고 집에 왔었다. 우리는 한 생산대에서 일하였고 앞 뒤 집사이에 서로 도움이 오갔다. 우리 두 집이 룡드레 우물과 멀리 떨어져 있어 물 한 동이 긷기가 무척 힘들었다. 금옥이는 자기집 물을 긷고는 번번히 우리집 물까지 길어 주었는데 그가 물을 길어주지 못할 때면 우리 집은 물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어느날 금옥이가 물을 길어오자그한테 말했다. 《나 너와 함께 물길러 갈테다.》《너 사람 우끼네. 남자가 어찌 물동이를 이고 다니니.》《남자들은 왜 물동이를 이고 못 다녀?》《너 남보기 부끄럽지 않니?》《부끄럽기는 자기집 물을 긷는데.》《너의 엄마가 알면 야단 칠거다.》《지금 엄마가 안계실 때 너 따라가 물을 길어 보자. 정말 안되면 그만두고.》《너 정말 온 동네사람 웃기겠다. 그만 두어라, 그만둬.》 그가 안된다고 잡아뗐지만 나는 물동이와 따바리를 찾아들고 나섰다. 그는 물동이를 인 나를 보더니 우습다고 키드덕 키드덕 웃어 대면서 더는 말리지 않았다. 우물가에 있던 아낙네들이 나의 모양을 보고 웃기도 칭찬도 하여 주었다. 나는 남들이 웃던 칭찬하던 개이치 않고 물을 이고 갈 생각만 하였다. 금옥이가 드레박으로 물을 끌어올려 물동이에 담아놓고 나더러 먼저 물동이를 이라했다. 내가 따바리를 머리우에 놓고 물동이를 높이 쳐들어 머리 우까지 올려갔는데 따바리가 땅에 떨어져 저멀리 구을러 갔다. 내가 어쩔봐 모르는데 금옥이가 자기 따발을 제꺽 머리우에 놓아주었다. 그의 눈길은 방금 전 웃음의 눈길이 아니라 긴장한 눈길이였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눈길이였다. 나는 물동이를 이고 걸었다. 물이 철렁이며 넘쳐나 머리와 어깨를 적셔 놓았다. 금옥이가 뒤에서 천천히 걸으라는 둥, 목과 허리를 흔들지 말라는둥 알려 주었다. 집에 들어서니 병보려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물동이를 빼앗았다. 나는 우리집 물은 내가 길어야 하고 금옥이와 함께 물긷는 것이 싫지않아 어머니 손에서 물동이를 빼앗아 금옥이 따라 나섰다. 이번에는 내가 드레박으로 물을 끌어올려 동이에 담았다. 그러는 사이 금옥이는 머리댕기를 풀어 나의 따바리를 동여매고 있었다. 그가 무슨 장난 하는가 했는데 내가 물동이를 이려고 하자 따바리를 나의 머리우에 놓아주고 댕기 한 끝을 나의 입에 물려 주었다. 그의 용의를 알아 차렸다. 물동이를 머리우로 올릴 때 머리를 뒤로 젖혀도 따바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물동이를 이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흥겹게 물을 길었다. 하루, 이틀, 사흘…… 서로 기다리고 함께하는 물 길이, 부끄럼도 힘드는 줄도 모를고 하냥 즐겁기만하던 물 길이, 사랑신이 남몰래 우리들을 묶어 놓고 있었지만 우리는 몰랐었다. 2】 떡방아 할머니 3년 돐 제사날이 였다. 저녁에 손님을 청해야 했기에 어머니는 아침 부터 바삐 돌아쳤다. 제일 힘든일은 그래도 떡방아 찧는 일이여서 어머니는 나더러 일하려 가지말고 방아를 찧으라했다. 큰 나무함지에 수북히 쌓여져 있는 떡쌀을 보니 맥이 풀렸다. 내가 금옥이를 데려오려 했으나 어머니 꾸중을 듣고 그만두었다. 그의 집에는 그가 일하려 가지 않는다면 가을에 량식 살 돈 없어 큰 일 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방아간에는 커다란 방아공에 짤록한 허리, 짧다란 방아다리 두 개인 발방아가 있었다. 집에 방아가 있다보니 나는 보리방아, 옥수수방아, 떡가루방아를 얼마나 많이 찧었는지 모른다. 보리방아와 옥수수방아를 찧을 때면 껍질이 잘 벗겨지라고 물을 넣고 찧기에 한 사람이 방아찧고 한사람은 방아호박 옆에 앉아 손으로 께끼여야 한다. 그러나 나는 보리방아 찧을때면 발로 방아찧고 오른손에는 께끼대를 쥐고 확안을 정확하게 께낄수 있기에 혼자서도 찧을 수 있었다. 내가 방아 찧고 어머니는 떡쌀을 께끼기도, 다 찧어진 가루를 보드라운 채로 쳐내기도 한다. 내가 맥 없이 방아를 디디고 있는데 문이 소리없이 열리면서 금옥이가 들어왔다. 나는 너무 기뻐서 그를 끌어 당겨 방아덕에 올려 세우려는데 어머니가 물었다.《너 일하려 가지않고 어째 여기에 왔니?》《우리 엄마가 몸이 편찮아 나를 보냈습꾸마.》《제사 지내는 일이 무슨 큰 일이라구 너를 여기 보낸다니. 여기는 철산이 혼자도 되니 너는 일하려 가거라. 》나는 그가 갈 것 같아 눈을 껍쩍 거리며 가지 말라는 암시를 했다. 《모두 일밭으로 나간지 오랜데 이제 어떻게 가겠슴둥. 우리 엄마가 저녁 때까지 일손을 도우라 했는데……》그는 어머니와 나의 눈치를 살피였다. 《너의 엄마두 참……》어머니가 더는 그를 돌려 보내지 않자 나는 방아덕 안쪽에 들어서면서 방아다리 하나를 그한테 내주었다. 나는 방아 찧으면서 오른쪽 팔굽으로 그의 왼쪽 팔굽을 툭툭치면서 웃었다. 그것은 네가 오니 정말 기쁘다는 뜻이였다. 그도 나를 마주보면서 깜찍한 웃음을 보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 방아다리 디딤이 빨라졌다. 우리가 한창 성수나게 방아찧는데 부엌간에서 어머니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가 떡가루치는 일을 금옥한테 맡겨놓고 나가자 나는 금옥한테 말했다《아침에 널 데리려 가려했다.》《그런데 왜 안왔니?》《엄마가 말려서 못 갔다. 혼자 방아찧는것이 재미없어 죽을번 했어.》《네가 방아찧기 싫어하기에 내가 온거야.》《너 정말 내 마음 잘아는구나.》《나는 네 마음 잘아는데 넌 내 마음 잘아니?》《네 마음 어느걸 말이야?》《내가 말하지 않은 마음 말이다.》《체, 네가 말하지 않는걸 내가 어떻게 아니?》《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네 마음 아는데 너는 왜 모르니? 정말 모르면 됐다. 방아공이나 들어라 떡가루 퍼내겠다.》불만에 소리였다. 내가 방아다리를 디디고 있자 그는 떡가루를 퍼내고 무거리를 확에다 활 쏟아 넣었다. 한동안 말없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요먼저도 말 했는데 기음맬 때면 어째 내가 기음매는 밭 이랑만 방조하니?》 《널 마중하면 기분 좋아 그러지.》《너 남들의 뒤 공론이 두렵지 않니?》《내가 도와주기 싶은 사람을 방조하여 주는데 뒷 공론은 왜 한다니?》《나도 몰라.》그가 나를 쳐다보면서 이미 심장한 웃음을 짓고는 계속 말했다.《어른들이 우리 또래 아이들과 롱정을 잘하니 말이다.》《우리는 친척간인데 무슨 롱담을 하겠니?》《우리는 가까운 친척이 아니야. 그러니 금후 부터는 남의 눈치도 보면서 일해라.》《너는 내가 방조하는 것이 싫니?》《아니, 그건아니야.》《요지음 너 참 이상스럽구나. 어째 큰 할머니 집에도 오지 않니?》《가고 싶은데 엄마가 단속이 심해서 못간다.》《단속은 왜?》《다 자란 아이들이 너무 가깝게 지내면 못 쓴단다. 너 나를 기다렸니?》《혹시 오는가 기다렸다.》나의 대답에 그는 만족스레 생긋 웃었다.어머니가 들어왔다. 나와 금옥이는 함께 방아찧으며 제각기 생각을 굴리였다.내가 중학교를 그만두고 돌아 온 후 홀로 사시는 큰 할머니집에서 잤는데 때론 금옥이도 마다매(큰 어머니) 보려 온다면서 놀려 다녔다. 우리는 깜박이는 석유등 밑에 마주 앉아 큰 할머니 옛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두 사람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여지군 하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 부터인지 그가 큰 할머니 집에 오는 차수가 적어졌고, 말수도 적어지고 얌전해져 함께 노는재미 적었다. 오늘도 그는 이상한 말 많이했다. 무슨 뒷 공론이 무서우니 남이 눈치를 보란다. 무슨 뒷공론일가? 이름 지을수 없는 그 무엇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금옥이를 보니 연분홍색 볼에 달콤하고 맑은 미소가 담겨져 있었고, 이마와 코등에는 이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아나 어느때 보다도 예뻐 보이였다. 나는 그의 고운 얼굴을 찬찬히 훝어 보았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있었지만 이렇게 주의하여 보기는 처음이였다. 떡방아를 찧고 금옥이도 집에 갔건만 달콤하고 깨고소한 심정으로 한동안 기쁘기만 했다. 사랑은 여자애 한테 먼저 오는 듯 그는 사랑의 올가미에 걸려들었지만 헴이 들지 못한 나는 사내 아이들의 장난으로 그를 난감하게 할 때도 많았다. 【3】약혼 편지 일밭에서 돌아올 때 그와 큰 할머니 집에서 만나자 약속 했는데 등잔불 켠지 오랜데 그가 오지 않았다. 혹시 어머니한테 붙잡혀 못 오려니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그가 들어 섰다. 그는 몹시 분개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방에 들어가 조용히 이야기하자.》《방에 등불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니?》《이 등불을 가지고 들어가거라. 나는 일찍 자야겠다.》큰 할머니 말씀이였다. 우리가 방에 들어가자 그는 가물거리는 등불만 물끄럼이 보고 있었는데 심각한 표정이였다. 《너-- 엄마한테 꾸중들었니?》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대답대신 머리를 가로 저었다.《그럼 누구와 다투고 오는 길이니?》그래도 그는 한식경이나 말 없다가 입을 열었다.《여기로 오려고 집을 나섰는데 뒤집 순옥이가 할 말이 있다면서 나를 끌고 큰길 따라갔어. 그런데 그 곳에 그의 오빠가 있지 않겠니. 능청스러운 그 년을 꼭 혼내여 놓고야 말겠다. 내가 순옥이 따라 돌아오려는데 그의 오빠가 앞을 막고 못오게 하였다.》《그가 너를 붙잡고 무얼했어?》나는 긴장해 났다.《그가 나하고 련애하자면서 이 편지를 주었어.》그는 채곡 채곡 접은 편지를 나한테 주었다. 《뭐! 그가 너하고 련애하자구. 그래 너 동의했니?》나는 다잡아 물었다.《넌 내가 그와 련애 했으면 좋겠니?》나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묻는 말이다.《아니, 아니야. 넌 그와 련애못해.》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왜 못해?》《그건 나도 몰라.》나는 어쩔줄 몰랐다.《내가 누구와 련애하던 너는 나를 상관못해.》《내가 안된다면 안되는 거야.》나는 불안한 심정 숨길수 없어 소리쳤다.《네가 무어기에 큰 소리로 야단이야.》《넌, 넌, 넌, 나한테 시집 와야돼.》나는 내가 격동하고 있음을 느꼈다.《너 한테로?》《응》《넌 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너 나를 사랑하니?》《그런 것 같애. 넌 나한테 시집 안올래?》《나도 몰라.》《너 그와 련해하지 말어. 우리 련애하고 시집 장가 들 자.》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도 나의 손을 꼬옥 잡아 주면서 웃었다.《너 나한테 시집오는걸 동의 했니?》《너 정말 눈치 무디구나. 이때까지 나의 마음 몰랐니?》《난 내 마음도 몰랐어.》《너 바보야.》《넌 바보 안해야.》우리는 키드득 키드득 웃어댔다.《편지에다 무어라 썼는가 보아라.》그의 말이다. 내가 너무도 움켜쥐여 꼬기꼬기해진 편지를 머리를 맞대고 읽어 내려갔다. 사랑한다는 사연을 적은 편지였다.《너 무엇이라 회답편지 쓰겠니?》《나는 궁리나지 않으니 네가 대신 써라.》《그건 안된다. 너의 글씨체로 써야지, 남자들의 글씨로 쓰면 되니? 내가 말할게 네가 받아써라.》우리는 종이와 필을 찾아 나이 어려 련애같은 것은 생각지 않으니 다시는 이런 편지를 쓰지 말라는 편지를 썼다. 순옥이 오빠 희철이는 금옥이 보다 나이가 5-6살 더 많았고 외지에서 이사온지 얼마 안된다. 그는 체격이 우람지고 마음이 어지고 노래와 춤 재간도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의 집은 형제가 많았는데 그는 항렬로 둘째였다. 나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련애편지 사연 후 부터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히지 않았다.《난 인젠 집에 돌아가겠다.》《벌써?》《늦으면 엄마한테 꾸중 듣는다. 그리구 우리 약혼한거 남한테 말해선 안된다.》《그런건 나도 안다.》《잠 잘자라.》《내가 데려다 줄까?》《남이 보면 어쩔라구.》《이전에도 너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는데.》《그러나 지금 부터는 안돼.》《그럼 잘가라.》인사가 집안에서 끝났지만 그가 문밖에 나서니 뒤따라 멀리까지 바래주었다. 이전 같으면 툭툭 밀치면서 장난도 하였겠지만 오늘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마음속에 할 말이 있는것 같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 가슴이 뜨거워 났다. 불을 죽이고 자리에 누웠지만 흥분으로하여 잠들수 없었다. 나는 금옥이를 좋아했다. 그러나 련애하고 결혼까지 하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그와 련애한다니 나는 결혼까지 하자 했다. 내가 단순이 그를 좋아한것만 아니야. 나는 그가 없으면 그리웠고,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심정이 유쾌하며 무슨 말이나 그와 만 할수 있으니 이것이 아마 사랑인 가봐. 나는 그를 사랑해, 그가 있음으로 하여 나의 생활이 하냥 즐거 웠으니깐. 그가 오래 전 부터 나를 사랑했다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돌이켜 보면 그는 많이 변했어, 말도 조심하고, 얌전하여 졌고. 눈길도 더욱 고와졌어. 아마 이것이 녀자애들이 사랑 표달인 모양이지? 그럼 나는 어떻게 그를 사랑할까? 사랑이란 무었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것 조차 몰랐어도 티없이 아름다운 미래로하여 가슴이 벅차 올랐고, 이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보물을 나혼자 가진듯 기쁨의 불꽃이 피여났다. 아—나도 인젠 사랑하는 처녀가 있는 어른이 되였다. 우뢰와 같은 풋사랑 뜨거운 사랑이 쇠물처럼 나이 가슴에 흘러들었다 【4】첫 키스생산대 탈곡이 막 끝나는 초 겨울이였다. 금옥이가 탈곡장에서 콩딱대기를 수레에 싣고 있기에 그를 거들며 물었다.《콩깍때기를 이렇게 많이 실어선 무얼하니?》《집에 땔나무가 떨어졌다.》《그럼 우리집 땔나무를 가져다 땔거지.》《너의 집에도 땔나무가 많지 않더구나……》《너, 나무하려 다녀 보았니?》《가보지 못했어, 탈곡이 끝나면 언니가 나무하려 오겠다니 그때까지 콩깍때기를 때야하겠다.》《우리 래일 나무하려 갈가?》《너, 나무하려 다녀 보았니?》《이전에 아버지 따라 몇번 다녀 보았다.》《우리 둘이 될수 있을가?》《꼭 될거야.》《아버지한테 여쭈어보고 동의하면 함께 가자.》우리는 콩깍 때기를 가득 실어다 마당에 부리워놓고그의 아버지를 찾아 땔나무하려 가겠다고 청들었다. 그는 우리를 번갈아 보다가 《우리도 너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하며 머리를 끄덕이였다.이튿날 구불통발구 두대를 가지고 산길에 들어서니 첩첩 산중에 우리 두 사람 뿐이였다. 통쾌하게 웃고 목청껏 소리쳐도 누구도 들을수 없고, 손잡고 걸어도 마주보며 웃어도 보는 이가 없다. 한량없이 즐겁고 날 듯이 기뻐서 가슴이 탁 트인다. 우리는 손에 손잡고 구불통발구를 따라가며 이야기 꽃 피우다가도 때론 소들을 멀리 떨구어 놓고는 뒤쫓고 쫓기우면서 숲속에 숨기도 하였다. 산속 깊숙히 들어가 자리를 정하고 나무를 하기 시작했다. 첫 솜씨지만 사랑하는 녀자애와 단 둘이서 일하니 힘이 솟구쳐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찍어 넘겼다. 나는 그가 쉽게 나무를 끌어내게 하려고 나무가지도 말끔히 땄다. 나무를 끌어내는 금옥이 빨간 볼에는 어느덧 땀이 흘러 내렸고 몹시 힘겨운지 몸이 휘청 거렸다. 나는 그를 불렀다.《금옥아 여기 오너라.》《나무를 하지않고 왜 그래?》그는 팔소매로 얼굴을 쓱쓱 닦으며 머리를 돌렸다. 《글쎄 나한테로 오라는데.》그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하여 옆에 왔다. 《너의 생각에는 내가 몇 번 도끼질하여 이 나무를 찍어 넘기 겠니?》《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그래도 마추어 보아라.》《스무번이다.》《아니야. 열다섯번이면 돼. 너 비켜서서 내가 도끼질 하는 걸 세여 보아라.》내가 도끼질하고 그가 수자를 세였다. 하나, 둘, 셋……열다섯번 헤기전에 나무가 넘어갔다. 우리는 환성을 울렸다.《저 나무는 몇 번이면 될것 같애?》《열다섯 번》《나무가 너무 실하여 될것 같지 못하구나. 그래도 너 말한 대로 열다섯 번이다. 너 수자를 세여라.》《나는 너 따라 다니며 수자만 세라는 거야?》《넌 수자만 세면 돼. 내가 나무를 모두 찍어 넘긴 후에 함께 끌어내자.》《그때면 저녁 때가 되겠다. 너 조심하여 도끼질 해라.》그는 나에게 웃어 보이고 나무를 끌고 갔다. 휘청거리는 그를 위해 정신없이 나무를 찍어 넘겻다. 그가 나더러 쉬라 권고 했지만 그를 도우려고 온 몸의 힘을 다해 도끼질 했고, 그는 손등이 나무에 긁히여 피가 맺혔는데도 악을 쓰며 나무를 끌어냈다. 발구 두 대에 나무를 싣고나니 배 고프고 맥이 쏙 빠져 우리는 서로 기대며 나무우에 주저앉았다. 그는 나의 얼굴의 땀을 닦아 주었고 나는 나무에 긁힌 그의 손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화끈 달아오른 볼이 나의 뺨을 태울 것 처럼 가까이 오다가 나의 어깨에 머리를 올려놓고 달콤한 웃음을 웃었다. 그 웃음 너무도 황홀하여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꼬-옥 껴안았다. 심장이 쿵쿵 세차게 뛰고 불덩이를 삼킨듯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부글부글 괴여 올랐고 하늘의 별을 딸듯이 온 몸에 힘이 뻗쳤다. 그의 두 팔이 나의 목을 감쌌고 뜨거운 볼이 나의 얼굴에 닫은 순간 나는 심한 전률을 느꼈고 홍두깨 같은 감정이 북바쳐 인간의 본능으로 허둥지둥 그의 입술을 찾았다. 짜릿한 감정이 난류처럼 물결치며 온 몸으로 퍼졌고 입술은 애교에 붙혀 놓은듯 떨어질줄 몰랐다. 몸도 마음도 푸른물에 드리운 실버들가지 처럼 춤추고,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처럼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5】손거울이듬해 금옥이는 대대위생소에 호사를 들어가고 나는 7월 부터 중학교 2학년을 다시 다니게 되었다. 떠나는 날 큰 할머니 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손에 들고 온 종이 꾸러미만 만지작 거리며 머리를 떨어 뜨린채 앉아 있었다. 내가 학교 간다는 소식을 그한테 알려 주었을때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내가 학교로 간다니 기뻐서 흘리는 눈물인지, 아니면 갈라지기 아쉬워 흘리는 눈물인지 알수 없었다.두 사람이 함께 학교에 간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을 것이다. 그도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으랴, 그러나 그의 가정 정황은 그의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가 몹시 상심하고 있었지만위로하는 말 한마디도 못했고사랑에 금방 눈이 뜨인 나도 방학이 되여야 그를 만날수 있다는 데서 가슴이 쓰려났다. 하여 우리는 오래동안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이것을 갖고 학교에 가거라.》그는 종이 꾸러미를 내놓았다. 꾸러미를 풀어보니 속에는 목책 한권 만년필 한대. 그리고 동그란 손거울이 놓여 있었다.《너, 어디서 돈이 생겨 이렇게 비싼 것을 샀어?》그가 머리를 들었다. 커다란 눈에 눈물이 대롱대롱달려 있었고 입귀가 실룩 거렸다. 당장에서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으나 그는 용케도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만년필은 학교에서 글을 쓸때면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말라고 산거고, 목책은 너의 마음을 적는 일기책으로 쓰라고 산거다. 그 손거울은 내가 보고 싶을 때면 들여다 보라고 산건데 네가 들여다 볼때면 나도 너를 지켜 볼테다. 그리구 공부도 잘하고 일요일이면 놀려오너라.》겨우 말을 마친 그는 또다시 머리를 숙였다. 초롱초롱 달려 있던 이슬이 끝내 떨어졌다. 구슬퍼하는 표정과 가슴속에서 울려 나오는 말은 나의 가슴을 허비고 뜯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어쩔바 몰라 손거울만 매만지고 있었다.손거울은 똑 같은 거울 두 개를 새파란 비닐로 테두리를 돌린 것이여서 깜찍하였다. 거울을 들여다 보니 거울속에는 어쩔봐 몰라 당황해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금옥이는 자기가 보고 싶으면 거울을 들여다 보라했고 내가 들여다 볼 때면 자기도 지켜본다 했지만 거울속에는 나뿐이였다. 이것이 사진이면 좋으련만. 그러나 산골 아이들에게 어찌 사진이 있을 수 있으랴. 거울에 사진은 없어도 이름자라도 씌여 있었으면 좋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 한테 물었다.《금옥아 이 거울에 너의 이름 적어주지 않을래?》그는 나의 말 뜻을 알수없어 한동안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거울에 어떻게 글을 쓰니?》《거울 테두리를 벗기고 거울을 뺀후 뒤면 붉은 칠을 한곳에 바늘로 글을 쓰면돼.》《그럼 거울이 못스게 되지않을까.》《글을 쓰고 테두리를 다시 씨워 놓으면 돼. 내 바늘을 찾아 올께.》내가 바늘을 찾아오고 거울 테두리를 조심스레 벗겨내자 똑 같은 거울 두 개가 나왔다. 나는 그한테 거울과 바늘을 주면서 뒤면에 이름을 쓰라고 했다. 그는 조심스레<허금옥>이라 썼다. 가느다란 글씨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것 처럼 똑똑히 씌여져 있었다. 그가 거울 번져들고 들여다 보더니 방금까지 흐리였던 얼굴에 웃음을 담으며 말했다. 《이것이 어디 나의 이름이야?》내가 그의 곁에 다가앉아 들여다 보니 글자가 뒤번져져 있었다. 《글자가 뒤번져 있는 것이 더욱 좋아. 남들이 들여다 보면 알수 없지만 나는 방금 네가 웃던 모습까지 담아서 볼거야.》 내가 그의 손에서 거울을 받아들고 테두리를 씌두려는데 그가 말렸다. 《저쪽 거울에 너의 이름을 적어 나를 주면 안되니?》《거울을 나누어 가지면 완정한 거울이 아니여 곱지않아.》《그래도 난 너의 이름을 쓴 거울을 가지겠다. 네가 보고 싶을 때면 나도 거울을 들여다 보려고 그런다.》《이렇게 나누어 가지면 거울 뒤면이 못쓰게 되고 이름 글자도 없어질 수 있다.》나는 소중한 이 손거울을 나누어 가지고 싶지않아 거울 테두리를 씌웠다. 그의 얼굴이 또다시 어두어 졌고 머리를 떨어 뜨리고 덤덤히 앉아 있었다. 거울을 가지지 못해 속이 몹시 상한 모양이다. 나는 측은한 감이 들었고 그가 더없이 가엾어 보였다. 나는 거울 테두레를 다시 벗기고 거울 뒤면에 나의 이름을 적어 주면서 말했다. 《성내지 말어라. 나도 너한테 기념으로 물건을 준비해야 겠는데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미안해.》그는 나의 이름을 적은 거울을 들여다 보며 만족스레 웃으며 말했다.《우리들의 이름을 적은 거울은 영원한 기념이야, 마사져도 안되고 이름자가 지워져도 안된다. 그 거울테두레는 내가 보관하였다가 우리 잔치날에 두 거울을 원래 모양대로 만들어 놓겠다. 잔치때 거울이 없다면 절대 용서 안할테야.》《근심 말어. 나는 거울을 꼭 잘 보관 할거다.》나는 거울을 목책속에 끼워 넣었다. 나는 떠나야 했다. 내가 일어서자 그도 따라 일어섰다. 나는 리별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그는 두 팔을 벌려 나의 목을 와락 껴안고 뜨거운 볼을 나의 얼굴에 대였다. 나는 그의 돌연적인 거동에 어쩔봐를 몰랐다가 그의 허리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떠나야 했기에 그의 허리를 놓아주었지만 그는 나의 목을 풀어 줄념하지 않고 가슴이 들먹이고 있었다. 내가 살그머니 밀치니 그는 나의 목을 더욱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나는 당황해 났다. 누가 오면 어쩔라구.《난 인젠 돌아가야해. 지금 가지 않는다면 날 데릴려 올거 다.》나는 그의 귀전에 소곤소곤 말하면서 또다시 밀었으나 헛수고였다. 그는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자기의 몸을 나의 몸에 의탁하고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나는 안달아 나서 두 손으로 그의 두 팔을 풀면서 말했다.《너 이렇게 힘주어 안으면 난 숨막혀 죽는다. 빨리 이 팔을 내려라.》그는 나의 목을 껴안았던 팔을 풀어 주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받들고 들여다 보았다. 두 눈은 붉어 졋고 얼굴은 눈물에 얼룩져 볼 모양 없었다. 나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리별이 이렇게 아픈 일인줄 몰랐다. 나는 그의 입술에 키스를 남기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귀전에 그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그의 처량한 모습을 더는 볼수 없어 돌아 보지도 않고 뛰쳐 나왔다. 그후 우리집도 학교 마을로 이사하여 우리는 더욱 큰 리별의 고통을 겪었고 소식도 단절 되다싶이 되었다. 즐겁고 긴장한 학교 생활은 끓어 넘치던 나의 사랑은 식혀주어 손거울을 들여다 보는 차수가 점차 적어졌고 그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는지. 얼마나 무서운 심리고생을 격고 있는지 알아 보지도 않았다. 【6】리별1966년6월 나는 졸업전에고향마을과 가까운 마을 공소합작사 영업원으로 배치 받았다. 당시 영업원으로 되는 것은 조련치 않는 일이였고 한가정에 로임 받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남들의 부러 움을 자아냈다. 공소합작사에 들려 이불짐을 내려놓기 바쁘게 금옥이 만나려 고향길에 발걸음을 날렸다. 오늘이면 금옥이를 만나게 된다. 학교에 있을 땐 그를 잊다싶이 하였는데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사무치게 보고 싶다. 그를 보지 못한지 어느덧 일년이 된다. 그 사이 한 통의 편지거래도 없었다. 그가 편지하지 않은 것은 나의 공부에 영향이 미칠가 걱정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나는 왜서 편지하지 않았는가? 그 한테 편지 쓰지 않은 것으로하여 죄송스러운 감이 들었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가? 내가 불시에 나타나면 크게 놀랄것이고 내가 영업원으로 된줄알면 더없이 기뻐할 것이다. 나는 금옥이 이름자가 적혀있는 손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거울속에는 기쁨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뒤번겨 보이는 금옥이 이름자를 보면서 달콤이 웃던 그를 련상하고 행복스레 웃었다. 오늘은 그를 만나게 된다. 만나면 꼭~옥 안아 줄거야. 나는 걸음을 재우쳤다. 내가 고향마을 동구밖에 들어서니 저 멀리 박우물 곁에 금옥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나의 눈에 광채가 났고 반가움으로 가슴이 들먹였다.그가 어떻게 알고 마중 나왔을가. 나는 기쁨을 금할 수 없어 그를 불렀다. 나의 부름 소리에 그가 흠칫 놀란듯하더니 달려 올 대신 몸을 돌려 박우물 뒤산으로 허둥지둥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는 그가 나의 부름소리를 듣지 못한줄 알고 목청것 불렀으나 머리도 돌리지 않고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몹시 성난 모양이다. 근 일년간 편지 한 통하지 않았으니 성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후회되고 자책감들어 그를 찾아 사과하고 량해를 구하려했다. 마을에 들어서니 송아지 친구들이 맞아 주면서 내가 때맞게 왔기에 희철이와 금옥의 작은잔치 떡을 먹게 되었다면서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이였다. 나는 그렇수 없다면서 거짓말 말라 했지만 정심에 동네 어른들을 청했는데 지금은 우리들 차례라면서 무작정 끌고 갔다. 그들에게 끌리워가는 심정은 그 무어라 형용할수 없었다. 그가 작은잔치 하다니? 나와 말 한마디 없이. 또 그렇게 미워하던 희철이와. 그렇수 없다. 절대 그렇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그의 작은잔치 떡 먹으려 가지 않는가. 나는 갈수 없다. 금옥이를 만나 사실의 진상을 똑똑히 알기 전에는 참가할수 없다. 그러나 송아지 동무들이 놓아주지 않아 그들한테 떠밀리여 금옥이네 집에 들어섰다. 집에는 그의 부모와 언니가 있을 뿐 희철이도 금옥이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오랜만에 만났다면서 열성적으로 맞았지만 금옥이 작은잔치날 이라는 철같은 사실로 마음도 얼굴도 굳어 버렸다.친구들은 잔치떡 먹게 됐다고 웃으며 떠들었지만 나의 마음은 구기구기 꾸겨졌고 수백마리 불개미들이 가슴속에 기여들어 심장을 물어 뜯는듯 아프고 저리고 쓰려났다. 나는 이렇수 없다고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뛰쳐 나가고 싶었으나 그렇게할수 없었다. 나와 그의 사랑을 그 누구도 모르고 있는데 사랑하는 처녀를 남한테 빼았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술까지 받아 마신다는 사실을 남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참았다. 쓰리고 분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참고 또 참았다. 금옥이와 그의 언니가 들어왔다. 오늘 제일 기뻐해야 할 금옥의 얼굴은 몹시 초췌하여 보였고 해쓱해진 얼굴에 어두운 구름이 비껴있음을 보았다. 나의 동무들이 그한테 축하도 롱담도 하였지만 그는 대꾸도 하지않고 머리를 숙인채 술상 차리기에 서둘렀다. 나는 그와 눈길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그가 못 본체하였기에 안달아 났다. 그는 내가 그를 잊었다고 생각했기에 희철이와 약혼했을 것이다. 때문에 나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그한테 사과하고 무엇인가 설명하고 싶었으나 생각의 갈피를 잡을수 없었고, 그가 성난 눈길로 매섭게 쏘아볼것 같아 저어했다. 그의 언니가 나한테 인사하라고 그 한테 일깨워 주는것 같다. 그가 머리를 돌렸다. 우리의 눈길이 부딪쳤다. 증오에 불타는 눈길이 아니라 걱정과 불안에 오돌오돌 떠는듯한 눈길이 나의 얼굴에서 잠간 멈추었다. 나는 그의 눈속에서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량해를 구하려 한다는 감을 느꼈다. 내가 무엇인가 말하려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공부하지 않고 어째 여기에 왔니?》《난, 난, 먼저 졸업하고 죽림공소부에 영업원으로 배치 받아 왔다.》《거, 잘되였구나.》그는 나의 얼굴에서 눈길을 돌려갔다. 내가 막 입을 열려는데 나의 동무들이 내가 영업원으로 된데 축하하는통에 말을 삼켜 버리고 말았다. 나는 금옥의 뒤면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술상이 들어 왔다. 금옥이가 첫 술잔을 부어 나한테 권하며 하는 말이였다. 《이 술잔에 나의 마음이 담겼으니 한 모금에 마셔라.》술잔이 가볍게 떨리였고 목소리도 구슬프게 들리였다. 모두 이상스럽다는 듯이 나와 금옥이를 번갈아 보고있다. 나는 술잔을 받았다. 우리 두 사람의 잔치술이 아니라 그와 다른 남자의 작은 잔치술 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는 이 술을, 사랑하는 처녀를 남이 빼앗아 갔는데도 한마디 말도 못한채 마셔야하는 술이였다.심정이 어떠하다 딱히 말할수 없었다. 후회도 원망도, 사랑도, 미움도, 격분도, 자책도 일시에 치달아 올라 가슴이 터지는 듯 하였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무렇지 않는듯이 해야 했기에 두 눈을 감고 쓰디쓴 술을 입에 쏟아 넣고는 <카>하는 소리를 길게 내였다. 기실 그 소리는 분노의 울부짖음이 였으며 떠나가는 금옥이를 애타게 부를는 소리였다. 금옥이는 갔다. 나한테만 술을 부어주고 머리를 숙인채 밖으로 뛰쳐 나갔다. 술이 끝나고 모두 돌아 갔지만 나는 그의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금옥이를 기다렸다. 그가 돌아왔으나 나를 보더니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나는 그한테 저녁에 큰 할머니집에서 만자는 말을 남기고 밖에 나섰다.어둠이 깆들자 그가 큰 할머니 집에 왔다.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을 맹세하던 방에서 나는 다짜고짜로 물었다. 《너, 이것이 무슨 짓이야, 왜서 나와 상론도 없이 희철이와 약혼했어?》《참 미안하다. 난, 난, 너한테 알릴수 없었다.》《왜?》《나의 부모 때문이고 너의 전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너, 궤변이구나, 나의 전도를 위해서라구? 오늘 나의 심정이 어떠한지 너 알기나 하니? 나는 네가 이렇게 할 줄 몰랐어. 우리는 약혼한 사이야. 우린 서로 사랑했고 영원히 함께 있자고 다짐 했어. 너, 그 손거울 생각나니? 손거울을 바꾸어 가지던 날 너는 말했지. 우리 잔치날에 두 거울을 합하여 완정한 거울을 만들겠다고. 너 량심이 있으면 손거울로 얼굴을 비추어 보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라. 네가 사랑을 얼마나 소중이 여겼는 가를. 나는 오늘 너한테 기쁜 소식 알려주고 장래일도 상론하려 기쁜심정으로 달려 왔었어. 그런데 너, 너, 작은 잔치까지 했어, 넌 나를 배반했어. 난 네가 미워, 난 너를 용서할수 없단 말이야.》반나절 쌓이고 쌓였던 울분이 보둑터진 물 처럼 쏟아져 나왔고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와락 끌어 안았다. 내가 그를 끌어 안은 것이 그를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미워서 인지? 그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를 용서 못하는 처벌로 였는지? 명확한 구분도 없이 힘 주어 안기만 했다. 그도 나를 힘주어 안았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구슬프게 들렷다. 그의 흐느낌 소리에 나의 가슴 아파났고 점차 진정되였다. 나는 그의 귀전에 대고 소곤거리듯 물었다. 《너 나를 사랑 안하니?》《아니.》《그럼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지?》《응》《그런데 왜 나를 버리고 희철이와 작은 잔치했어.》나는 리해되지 않아. 나는 그를 콱 밀치며 말했다.《나를 사랑한다면서 남과 약혼하는 것이 무슨 리유야? 내가 편지하지 않았다고 앙갚음을 하는거지? 너 정말 나빠. 》 나는 흥분했다. 그는 나를 한참이나 쏘아보더니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너는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니?》《거야 물론이지.》《그런데 왜서 이사한 후 한번도 오지않고 편지 한장도 하지 않았어?》《그건, 그건……》나는 할말이 없었다.《네가 편지 한장도 쓰지 않은데 대해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단지 네가 지금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그는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난 너를 사랑해. 지금도 너를 사무치게 사랑하지만 너한테 시집갈수 없단 말이다.》그가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느라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였고 어깨가 세차게 들먹이 였다. 나의 가슴이 쓰려났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난 네가 나를 사랑하는걸 알아. 그런데 어찌하여 희철이와 작은잔치까지 하는지 모른단 말이야. 댔다. 댔어, 인젠 그만 울고 지난일들을 알려줘.》그는 반나절 말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집이 아사한 후 희철이는 여러번 나한테 청혼하였다. 내가 번번히 좋은 말로 거절하였지만 그는 끈질게 달라 붙어 우리 집을 드나들며 남자들의 일을 도맡아 주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그는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어. 아버지 어머니는 그를 무척 좋아했고 우리집 일을 도맡아 하여 주는데 보답하지 못해 안타까워 했어. 그러던차 희철이가 우리 부모한테 정식으로 청혼을 제기하면서 만약 동의 한다면 데릴사위로 한평생 부모를 모시겠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나의 의사를 물었다. 나는 너와 약혼한 것을 말하고 너외는 그 어떤 사람한테도 시집 안간다고 하였다. 아버지 어머니는 너와 너의 가문은 모두 좋지만 너 따라 먼 곳으로 시집가면 이 늙은이들은 누구를 믿고 살겠는가 하면서 한숨을 쉬었어, 너를 사위로 삼으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우리집을 돌볼수 없지만 희철이는 둘째 아들이여서 데릴 사위로 들어와 한 평생 우리와 함께 있겠다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사위가 어디있느냐 하면서 기어코 그한테 시집가라 설복했어, 나는 망설이었다. 만약 너한테 시집가면 나는 행복하다 할수 있지만 부모들은 로년에 의지할 곳 없을 뿐만 아니라 너 한테도 큰 부담을 주게되고, 만약 희철이한테 시집가면 우리 사랑을 저버리게 되어 마음 속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가정을 유지하여 부모들의 만년에 행복을 가져다 줄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와 너는 내가 제일 사랑하고 그 누구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이지만 결국에는 부모를 위하여 너의 앞날을 위하여 너를 잊기로 했다. 나의 마음이 아팠지만 이러한 결정을 너와 상론할수 없었어. 너한테 알려주면 공부에 영향이 있을뿐만 아니라 너를 만나면 나의 결정이 개변될가 두려웠어.》그는 평온한 상태로 들어가 마치 나의 처분을 기다리 듯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의 가정 정황을 불보듯 알고 있는 나는 그를 나무랄 수도, 원망할 수도, 미워할 수도, 욕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모두 나의 잘못이야. 학교를 간것도 잘못이고 너의 마음속의 고충을 알아주지 못한것도 잘못이고 너의 집을 돌보아 주지 못한것도 잘못이야. 그렇다고 네가 나를 버리고 간다면 나의 사랑은 나의 감정은 나의 장래는 어떻게 하겠어?》그는 나의 손에서 손을 빼면서 말했다.《네가 우리집과 나를 생각해 준다면 제발 나를 잊어줘, 나는 네가 이러는 것이 무서워, 정말이야, 너는 좋은 아이니깐 나보다 더 훌륭한 녀자애를 만날 수 있으니 제발 나를 잊어줘. 응》《안돼. 난 너를 잊을 수 없단 말이야.》나는 또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성난듯이 나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너 왜 자꾸 이러는거야. 나는 이미 작은잔치까지 하고 희철이와 함께 살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넌 나를 꼭 잊어야해. 다시는 나를 찾지말아. 난 지금 당장 돌아가야해. 희철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깐.》그는 일어섰다. 내가 쫓아가며 변명하고 설명하는 것도, 조금 더 함께있자는 만류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감싸 쥔채 뛰여갔다. 나는 불시에 버림을 받는 듯한 감을 느끼며 그가 미워났고 괘씸스러웠고 분이 머리 끝까지 올랐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여 땅에다 힘껏 메치였다. 거울이 산산히 깨여지는 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그 후 큰 할머니 한테서 그날 밤 금옥이는 온 밤을 울었고 련 몇 일 앓기까지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그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나 처럼 우리 첫 사랑을 생각이나 하는지? 혹시 내가쓴 이글을 그도 카페에 볼수있을지? 이 시각에 나는 그와 그의 가족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할 뿐이다. 김수산 마지막 까지 찾아주신 여러분들게 감사드림니다 김수산 202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