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봄의 자화상 </p><p class="ql-block">차영화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봄은 자화상을 그리는 대가이다 </p><p class="ql-block">초근히 물기오른 덩굴수목에도 </p><p class="ql-block">눈바람 이겨내지 못한 설해목에도</p><p class="ql-block">수들수들 생기가 없는 악초악목 (惡草惡木)에도</p><p class="ql-block">행운목에도 연한 초록색 물감으로 붓질하누나</p><p class="ql-block">누가 만든 액자인가 광할한 대지와 하늘끝 이어서</p><p class="ql-block">회춘하천(回春河川) 여흘여흘 음률 시리고</p><p class="ql-block">솔부엉이 부엉부엉 봄정취 무르익을때</p><p class="ql-block">예술혼 불태우는 무명시인에게 누가 초청장 보냈느냐</p><p class="ql-block">캔버스밖으로 솔래솔래 빠져나간 꽃내음이여 령감이여 </p><p class="ql-block">잎갈이 서둘고 있는 참나무잎은 이 봄의 또다른 풍경인가</p><p class="ql-block">망실망실 살오른 귀여운 버들개지여</p><p class="ql-block">츠렁바위 비늘꽃이끼에 태흔 한점 누가 찍었는가</p><p class="ql-block">아릿아릿 저멀리 지평선 소실점에서 </p><p class="ql-block">욜랑욜랑 명매기걸음으로 봄아씨 오고있네</p><p class="ql-block">청순청순 풋향기 꽃바람에 실려오고</p><p class="ql-block">꽃눈개비 후득후득 대지에 떨어질때</p><p class="ql-block">봄의 전령사가 누구인가 물어보지 마시라 </p><p class="ql-block">봄은 물감을 쓰지 않는 자연의 위대한 화가</p><p class="ql-block">봄의 그린 자화상은 경전이라네</p><p class="ql-block">2023년5월~9월 20 [强]</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송화강 2024년1기</p> <p class="ql-block">수석</p><p class="ql-block">림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어려서는 강가에서</p><p class="ql-block">물구경만 푸르게 하더니</p><p class="ql-block">커서는 파도를 불렀고</p><p class="ql-block">어른이 다 되여서는</p><p class="ql-block">뼈가 휘게 파도를 거슬렀고 </p><p class="ql-block">늙어서는 파도에 떠밀려</p><p class="ql-block">하나의 유물로 남았지만</p><p class="ql-block">어, 천고의 기막힌 수련</p><p class="ql-block">종내는 뼈를 깎아 </p><p class="ql-block">영생을 찾았구나</p> <p class="ql-block">수석 2</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굽이굽이 싱싱하던 </p><p class="ql-block">푸른 물은 어디론가 </p><p class="ql-block">구름처럼 다 흘러가고</p><p class="ql-block">추억이 스멀스멀 솟치는 강바닥엔</p><p class="ql-block">바위의 전설을 쪼아삼킨 </p><p class="ql-block">까아만 쇠쪽이 되살아나</p><p class="ql-block">하늘을 토한다</p><p class="ql-block">천년을 만년을 </p><p class="ql-block">고이 새기고</p><p class="ql-block">년륜은 까아만 태양으로 수마되여</p><p class="ql-block">별같은 마음에 찬란하게 흑진주를 뿌린다</p> <p class="ql-block">수석 3</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다리를 끌며 탐석길 돌아오면</p><p class="ql-block">나의 마음과 몸에선 </p><p class="ql-block">온통으로 님향기가 풍긴다</p><p class="ql-block">무늬는 무늬로 솔솔</p><p class="ql-block">산수는 산수로 솔솔</p><p class="ql-block">기석은 기이함으로 솔솔</p><p class="ql-block">참, 구술땀을 발라 </p><p class="ql-block">고이안고 잠재우는 나의 님</p><p class="ql-block">님도 나를 안아 잠재워놓고 </p><p class="ql-block">머얼리- 꿈하늘로 오른다…</p><p class="ql-block">님아, 래일은 또 어느 강가</p><p class="ql-block">어느 노을속에서 </p><p class="ql-block">너와의 기막힌 만남을 약속할가?</p><p class="ql-block">자정넘어 저 높은 하늘가슴 짜개며</p><p class="ql-block">혜성이 쭉- 금을 긋는다…(연변문학 2020년 시인도대석)</p> <p class="ql-block">수석 4</p><p class="ql-block">림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무늬를 살펴보면 </p><p class="ql-block">무늬속에 수림이 설레인다</p><p class="ql-block">새들이 우지짖는다</p><p class="ql-block">산수를 바라보면</p><p class="ql-block">물소리 랑랑한 곳에 </p><p class="ql-block">아득히 벼랑이 무너져내리고</p><p class="ql-block">노을비낀 강산은 별유천지다</p><p class="ql-block">별을 만져보면 </p><p class="ql-block">달빛이 튕겨나오고</p><p class="ql-block">달빛을 손끝에 묻혀보면</p><p class="ql-block">해빛이 찬란하다</p><p class="ql-block">자르르 윤기도는 오석판에</p><p class="ql-block">해와 달과 별이 쉼모르고 노닐 때</p><p class="ql-block">그속으로 흐르는 두만강가엔</p><p class="ql-block">하염없이 하늘을 우러르며</p><p class="ql-block">애숭이 내가 서있다</p><p class="ql-block">(<연변문학>2020년 5기 시인초대석)</p> <p class="ql-block">수석5</p><p class="ql-block">림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구멍이 펑- 뚫린 너를 마주하면</p><p class="ql-block">내가슴도 펑- 뚫리는듯</p><p class="ql-block">몇백년 물결이 너의 가슴을 </p><p class="ql-block">부드러이 흘렀을가?</p><p class="ql-block">몇천년 시간이 너의 심장을 파고 </p><p class="ql-block">날아갔을가?</p><p class="ql-block">강산은 수천년 돌아눕고 다시 고쳐누워도</p><p class="ql-block">하늘향한 일편단심은 끄떡않고</p><p class="ql-block">어제도 오늘도 한가슴 한껏 벌려 </p><p class="ql-block">세월을 마시고 있구나</p><p class="ql-block">나의 생도 세기를 뛰여넘어</p><p class="ql-block">자꾸자꾸 니속으로 파고든다…</p><p class="ql-block">( -<연변문학>2020년 시인초대석)</p> <p class="ql-block">수석6</p><p class="ql-block">림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두만강 수석밭에</p><p class="ql-block">푸른 봄이 걸어오고 있다 </p><p class="ql-block">나는 홀로 자갈밭에 앉는다</p><p class="ql-block">멀리로는 록색의 일광산이 보이고</p><p class="ql-block">가까이로는 날따라 여위여가는 </p><p class="ql-block">두만강이 흐른다...</p><p class="ql-block">내가 수석이 된지도 이젠 여러해가 흘렀지만 </p><p class="ql-block">나는 시종 말한다 나의 수마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p><p class="ql-block">돌은 고향의 돌, 나는 고향의 이끼,</p><p class="ql-block">그래서 돌도 나와 비슷한 령혼을 가지고 있고</p><p class="ql-block">지금 내주위에 둘러앉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p><p class="ql-block">저 창창히 높은 고공을 꿈꾼다 </p><p class="ql-block">하늘이 저렇게 그냥 푸르른 건 </p><p class="ql-block">돌과 나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이</p><p class="ql-block">항상 저 하늘로 열려져 있기 때문이다 </p><p class="ql-block">(“연변문학”2020년 시인초대석)</p> <p class="ql-block">수석 7</p><p class="ql-block">리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누군가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p><p class="ql-block">이 강가, 저무는 하루를 다리미질 하며</p><p class="ql-block">노래 소리가 강물소리와 어울려 </p><p class="ql-block">저 무한한 자연을 잠재운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강은 돌의 가슴에 피아노를 쳐 울려주고 </p><p class="ql-block">돌은 다시 그 설레임을 저녁의 달님에게 보낸다</p><p class="ql-block">너무나 아름답고 단순하고 활발한</p><p class="ql-block">나의 가슴풍만한 녀인이여 </p><p class="ql-block">헌데 오늘 저녁엔 바로 내가 그 돌의 소리가 </p><p class="ql-block">된듯 싶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지금 내 마음속에는 즐거운 음부가</p><p class="ql-block">막 춤추고 있다</p><p class="ql-block">나의 사색은 지금 </p><p class="ql-block">마음속의 모든 불안을, </p><p class="ql-block">머리속의 모든 허황을 다 밀어버리고</p><p class="ql-block">뼈를 녹여 피를 걸구어 저 별이 빛나는 </p><p class="ql-block">검푸른 장막을 시원히 넘어서고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연변문학”2020년시인초대석에서)</p> <p class="ql-block">수석 8</p><p class="ql-block">림금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돌의 세계는 원래부터 질서가 잡혀있다 </p><p class="ql-block">겉보기에는 심심한 표현들이지만 </p><p class="ql-block">또 말이 없이 침묵에 잠겼어도 </p><p class="ql-block">저저마다 다 차원높은 언어를 안고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싱싱한 서정은 농축되여 단단한 내포를 품고있고</p><p class="ql-block">자기만의 개성으로 상대를 주시하고 있다 </p><p class="ql-block">말이 없는게 곧 말이다 </p><p class="ql-block">정이 흐르지 않는게 곧 내함이다 </p><p class="ql-block">세상속에 한낱 돌로 고요히 앉아있지만</p><p class="ql-block">그 빛나는 검은 책을 펼쳐 읽어보면 </p><p class="ql-block">세상밖으로 벌써 크 나큰 섭리를 재워안고 </p><p class="ql-block">반듯한 이마로 감히 하늘을 상대하고 있다 </p><p class="ql-block">(“연변문학”2020년5기 시인초대석에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