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내일의 나를 찾아</p><p class="ql-block"> 지구가 퇴직하는 날이 있기 전에는 사람은 누구나 하루하루 높아지는 년령 앞에 서게 된다. 이는 자연의 섭리가 모든 인간에게 하나도 빼먹지 않고 고루고루 나누어 준 선물이다.</p> <p class="ql-block"> 선물을 받는 기분은 희열과 같이 한다. 년령과 관계 없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으면 다가 좋아한다. 미워하는 사람이 주는 선물이라면 언짢아할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경우를 살작 빼고 나면 남는건 모두 분홍기분이다.</p> <p class="ql-block">그런데 년령선물을 받을때는 그렇지 못한듯 하다. 어릴때는 오빠나 언니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이는 빨리 컸으면 하는 동심을 갖고 있을 때 생기는 마음이다. 그때는 년령의 키가 빨리 자라는 것을 무엇보다 바래게 된다.</p> <p class="ql-block"> 엄마손에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훨훨 자기의 인생길 따라 걸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언니처럼 큰 신발도 신고, 언니처럼 좋은 남자를 만나 련애도 하고, 또 언니처럼 량태머리도 길러보고, 또 언니처럼 시집도 가고, 시집가서 아이도 낳고... 언니처럼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내고, 언니처럼 코바늘로 이불보도 뜨고 덧양말도 뜨고 상보도 뜨고...</p> <p class="ql-block"> 그렇게 바라던 나이때가 세월따라 왔고 바라고 생각했던데로 해보고 나중에는 처녀의 향기를 담뿍 품고 시집을 가보니 부러워하던 언니의 모습이 내 활의 모습과 일치하지가 않았다. 그것은 생활이 내말 듣는 애기양이 아니라 우락부락 길들여지지 않은 성긴말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 위에 타고 있는 자기가 언제 떨어질지를 모르고 사는 것이 인생살이였다. </p> <p class="ql-block"> 이렇게 생활은 우리를 미지의 피동 위치에 놓고 살아가라고 한다. 이 피동 앞에서 어떤 사람은 쩔쩔 매고 어떤 사람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을 대하듯 편하게 품고 지나간다.</p> <p class="ql-block"> 생활이 우리에게 주는 피동의 내용 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년령이다. 년령의 플러스는 세월이 가면서 남겨놓은 자국이다. 그 자국을 밟지 않고 인간은 조금도 앞으로 갈 수가 없게 된다.</p> <p class="ql-block"> 꽤 많이 이상인 분들과 이 세상 가장 최고의 무기이고 또 마지막 재산인 사상이란 것을 가운데 놓고 한자리에 앉고 보니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가 생각의 문고지를 잡아당긴다.</p> <p class="ql-block"> 한자리에 한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 삶의 방향을 읽어냈다. 팔순을 바라보면서, 주름살이 주인노릇하는 피부 앞에서도 내 사상을 자유롭게, 그리고 마음껏 살려내는 곳에서 인생은 영원히 젊음과 같이한다는 것을 읽어냈다.</p> <p class="ql-block"> 그들 모두가 세상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지혜의 주머니에서 보석알들을 하나하나 꺼내여 공유하는 품위에서 내일 내가 살아갈 자세를 미리 그려본다....</p> <p class="ql-block"> 년배가 계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나에게 참 유익했다.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익은 내음이 지금도 기억이 된다. </p> <p class="ql-block">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석양홍을 태우며 내일 아침을 기약하는 무지개를 닮았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