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담배 향기-박춘화

慧莲

<p class="ql-block">  하얀 베적삼에 가리마머리 은비녀 꽂으신 나의 할머니는 170가구 모여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초담배 피우시는 여성분이였습니다 .</p><p class="ql-block"> 할매는 여잔데 왜 담배피우지?천진한 어린 손녀의 야릇한 눈길 의혹 담긴 질문에 할머니의 이야기 주머니속 피멍든 사연이 상처뚜껑을 열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p><p class="ql-block"> 15살 어린 나이에 누이바꿈으로 삼십여세되는 할아버지한테 시집오셔서 아들 딸 셋 낳고 생활하셨다고 하십니다 .40세 나이에 청천벽력같은 불행이 덮쳤습니다.악마같은 페결핵병으로 큰딸가족 세명과 시집 아니간 17살 꽃나이 둘째딸까지 한해에 잃게되여 억장이 무너졌고 가슴은 칼로 에이여 여지없이 찢어졌습니다. 하늘땅 치며 대성 통곡하다 크게 앓고 난뒤 그 슬픔과 애절함을 달랠길 없어 할아버지의 초담배를 가만히 훔쳐 피우기 시작했고 초담배는 할머니의 외로운 아픈 마음을 달래는 진통제로 되였다고 하십니다 .</p><p class="ql-block"> 자식 잃은고통과 슬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는 초담배 연기는 할머니의 가슴을 새까맣게 태워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잃으신 그 가슴 오죽하면 막연한 슬픔과 그리움을 장장 수십년 담배 연기로 뿜으셨겠습니까 ? 그렇게시작하신 초담배는 할머니의 유일한 진정제였고 생명수와 같아서 손에서 떨어지질 못했습니다. 1992년84세고령으로 세상뜨시기 직전까지 할머니는 사십여년동안 초담배를 하루도 빠치지않고 피우셨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모두 하얀 초담배연기로 할머니 령혼의 꽃송이로 피여나서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p><p class="ql-block"> 저의 기억에 제일 생생한것은 비오는 날 희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신 할머니께서 푸푸하시더니 한꺼번에 담배 연기를 하늘로 날려보내시며 "에이휴 하늘도 무심하지 왜 나를 데려안가고 죄없은 내자식들 데려갔는지? " 중얼중얼 하시던 갸날픈 뒷 모습이였습니다 . 할머니는 눈굽을 찍으시면서 맥없이 쪽지신 머리에 수수한 은비녀를 어루 만지고 있었습니다 그날 할머니의 거칠거칠한 손은 몹시 떨고 있었습니다.어린 나이에도 평소와 다른 할머니 이런 모습에 할머니가 우시니 나도 덩달아 소리내여 엉엉 크게 울고 말았습니다. </p><p class="ql-block"> 할머니께서 애지중지 여기는 은비녀는 큰딸님이 생전에 어머니한테 선사한 선물이여서 할머니께서는 평생동안 머리 한번 깎지 않으셨고 파마머리 한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오로지 윤기 도는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를 곱게곱게 땋아 쪽지마에 은비녀 꽂으시고 그 사랑을 깊이깊이 간직하였습니다 .</p><p class="ql-block">할머니는 생전에 흰머리카락 한오리 없었고 윤기도는 검은머리카락은 온 동네 로인들과 젊은이들까지의 부러움을 자아냈습니다 . </p><p class="ql-block"> 아침마다 곱게 빗은 가리마머리 쪽지신 머리에 은비녀 꽂으시고 정히 앉으셔서 초담배 피우시는 할머니 모습은 그리움에 젖어있고 절절한 사랑의 령혼으로 하얀 꽃송이 토하시는 여신모습처럼 지금도 내마음속에 살아 계십니다 .</p><p class="ql-block"> 할머니는 담배농사도 다른집보다 더 많이 하셨고 누구보다 알뜰히 가꾸어 해마다 풍년을 거두었으며 담배뜸도 노오랗게 잘 말리워 초담배 색상도 고 왔고 맛또한 온 동네에서 제일 좋다고 동네 로인들의 한결같은 절찬과 인정을 받았습니다.하여 초겨울 한가할때면 할머니 초담배 맛보러 오시는 아버지 친구랑 초담배준비 제대로 못하신 동네 로인들이랑 자주 우리집 문턱을 넘나들었습니다.그때면 할머니는 넉넉히 장만했던 초담배를 여러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곤 하셨고" 잘 피우겠스꾸마" 인사 한마디에 거친세월 풍파에 얼기설기 엉킨 얼굴 주름살은 활짝 펴시고 흡족해하셨습니다. </p><p class="ql-block"> 귀가에 할머니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 들려옵니다 ."내고기 열점 나가야 남의 고기 한점 돌아온다 .나누며 살아야 하느니라"할머니의 말씀 명언과도 같았고 어린나이에도 그때면 우리 할머니가 제일 멋있고 제일 선량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p><p class="ql-block"> 나는 어릴때부터 할머니의 초담배 연기가 싫지 않았고 초담배 피우지 마시라고 한번도 권고하지 않았습니다. 초담배 피우시는 깊은 사연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 초담배가 할머니의 그리움과 아픔을 달래는 만능약임을 잘알고 있었기때문에! </p><p class="ql-block">요즘 청명절 다가오니 할머니 생각이 더 간절하여집니다 </p><p class="ql-block"> 저 푸른 하늘 연기처럼 피여오른 흰구름 바라보니 하얀 베적삼에 가리마 머리 은비녀 곱게 얹으신 자애로운 할머니 모습 안겨옵니다 .</p><p class="ql-block"> 하얀 꽃송이 구름송이 피우시며 하시는 축복소리 방불히 들려옵니다 .</p><p class="ql-block"> 악마같은 코로나 꼭 이겨내고 모두들 무사하거라 !</p><p class="ql-block"> 할머니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완강한 의력으로 코로나 꼭 이겨 낼겁니다 !이 세월 꼭 웃음꽃 필것입니다 !</p><p class="ql-block"> 아, 초담배 피우시는 할머니 !오늘도 그립습니다 !</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2022.03.25.박춘화 연교에서 </p><p class="ql-block"> </p> <p class="ql-block">2022년 5월 12일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