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더욱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 폭발하듯 무섭게 피여나는가 싶더니 벌써 비가 되여 부산하게 흩날린다. 꽃비에 흠뻑 젖으며 정처없이 걷고만 싶었다. 마지막 한송이 락화를 차가운 눈에 붙이고 체념같은 아름다움에 가슴을 일렁인다. 저으기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어느 조용한 구석에 편안히 주저앉아 바람소리마저 없는 적막을 홀로 즐기고 싶다. 그런대로 잠들고 싶다. 락화처럼 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누군가 누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집으로 가야 하나?!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재잘거린다. 부부일까, 모녀일까? 문득 집의 문이 생각키운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