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새벽에서 아침으로, 오후로</p><p class="ql-block">다시, 저녁으로, 밤으로 </p><p class="ql-block">구질거리는 비를 동반하고</p><p class="ql-block">시간은 흐르고 있었다.</p> <p class="ql-block">슬픔으로 젖어가는 도시의 모든 것이</p><p class="ql-block">우산 귀퉁이로 눈물을 떨어뜨렸고</p><p class="ql-block">반나마 식어버린 뜨겁던 가슴이</p><p class="ql-block">방향을 분간키 어려운 곳으로부터 </p><p class="ql-block">오는 바람에</p><p class="ql-block">제법 차가운 떨림을 토해내고 있었다.</p> <p class="ql-block">내리는 빗물과 함께 어울려</p><p class="ql-block">또 다른 빗물이 되어버린 나</p><p class="ql-block">하루쯤은, 단 하루쯤은,</p><p class="ql-block">아니 몇 시간만큼이라도 </p><p class="ql-block">욕심 한 번 부려보고 싶었다.</p> <p class="ql-block">아프다는 말을 꺼내기 전,</p><p class="ql-block">느낌으로 먼저 마음을 읽어내는 그에게,</p><p class="ql-block">내가 아픈 것, 그 두 배, </p><p class="ql-block">세 배로 아파할 그에게</p><p class="ql-block">입술 깨물고 하고 싶은 말</p><p class="ql-block">“나를 위해 바보가 되어주세요...”</p> <p class="ql-block">무조건 고개 끄덕이며</p><p class="ql-block">기대라고 어깨 내주는 </p><p class="ql-block">그를 보는 것만 같다.</p><p class="ql-block">힘든 자기의 모습은 뒤로 감추며</p><p class="ql-block">씩씩한 척, </p><p class="ql-block">활짝 웃는 그를 보는 것만 같다.</p><p class="ql-block">나한테 최선을 다하면서도,</p><p class="ql-block">미안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p><p class="ql-block">그를 보는 것만 같다.</p> <p class="ql-block">후줄근한, </p><p class="ql-block">하나의 익숙한 뒷모습을 떠올리며</p><p class="ql-block">내 눈길은, 가는 탄식 한 번 </p><p class="ql-block">제대로 토해내지 못하는</p><p class="ql-block">바보를 조준하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