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荣能的美篇

金荣能

생일선물 ㅡ 안해의 칠갑 생신 1그녀와 나는앞뒤집에 살았다산좋고 물맑은향촌마을ㅡ훈춘 영안촌 동마루 언덕우긴사래 한전밭반공에 노고지리독창으로 지종지종 남녘 드넓은 벌무연한 논밭퐁당 청개구리 합창으로 개굴개굴 뒷동산 청송백송둘러선 자연병풍개암나무 숲속멧새들이 둥지틀고 기슭을 감싸시원한 시냇물돌쫑 버들치 자유로이 해염치고 서산 노을아래유유히 춤사위동해로 흘러 가는칠백리 두망강 봄여름복사꽃살구꽃꽃대문 세우고 가을이면넘실넘실황금파도황홀한 로천무대 겨울이면산에 들에하아얀눈백이옷감 천만 필 2그마을그동네유별란앞뒤 집 앞집은고래등 기와집뒤울안엔오얏나무 줄쳐섰고 뒤집은초라한 초가집앞울엔살구나무 몇구루 그녀는앞집 세째딸딸중에 젖먹이곱게 자랐고 나는뒤집에 큰아들아홉남매 맏이고생스레 자랐다 그녀는출중하여현성 시가지중점학교 다녔고 나는가난하여촌에 세운민반 학교 다녔다 앞집뒤집은허물없이사이좋게 지냈다 어른들 의좋게색다른 음식좋은일 궂은일권하고 도왔고 애들도닮아가며오빠 동생다정했다 3류수처럼세월은 흐르고죽순처럼우리도 컷다 그녀와 나는중학을 마치고고향에 돌아와실농군이 되였다 우리는마을에 선줄군그녀는 녀성회장나는 민병 대장 그녀와 나는승벽심에알콩달콩싱강이도 심했다 긴사래 콩밭김맬때도먼저 앞선 나돌쳐서서 도와주면 고맙다는 말보다뒤떨어진 기분매서운 눈매로홀켜보기가 일수였다 우리들은언제어지서나함게였다 일터에서도함게구슬땀아끼지 않았고 회이요학습이요함게오고갔고 별들이조으는밤길도다정이 걸었다 그녀는 나를그냥 오빠라 불렀고나도 그녀를그냥 누이라 여겼다 4그러던 언제부터인지오빠라 부르는그녀의 귀밑머리가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때부터누이라고귀엽기만 보이던 그녀가남다르게 여뻐 보였다 그리고한번 여뻐보이더니그냥 여뻐보이고볼수록 여뻐 보였다 단발머리 밑에살구꽃같은 얼굴쌍가풀 아래호수같은 눈 괘씸한 코마루에탐스러운 입술풍만한 가슴단아한 몸매 꾀꼬리 목소리에종다리 성격잽싼 일솜씨에너그러운 마음 눈을 감으면싱숭생숭눈을 뜨면안절부절 아침에 보고도저녁에도 보고 싶고한낮에 보고도꿈속에도 보고 싶었다 하루를 못보면밥맛이 없어졌고두날 못보면밤잠을 못잤다 5가슴에는모닥불이 타올랏고온몸에는피가 끓어 번졌다 그러던 어느날으슥한 곳에서그녀의 손목을꽉 잡아 쥐였다 그녀는 뿌리치지 않았다나는 용기를 내여 물었다나같은 인간을 믿고한생을 함게할수 있는가고 그녀는 부끄러워대답을 못하였다그저 크고 까아만 눈이별처럼 빛났다 나는 롱으로 물엇다몇살이던가고그녀는 방긋 웃으며스므넷이라했다 기실 그녀는스므살이였다왜 나이를 불럿는가련애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의 심장은뛰쳐 나올것만 같았다나의 몸은흥분으로 떨렸다 우리는 드디여련애의 못에 빠졌다그녀는 그맘때철이 못든척하였다 뽀뽀를 하여도애기가 생긴다부끄럽다 두렵다요리저리 피하였다 그런것은그당시 학교에서배운적이 없었으니내가 아는척 하였다 나는 그녀보다여섯살 우였으니헴이든 셈이였다 6우리들 련애는소꼽놀이 같기도 하였다나는 그냥 쫓아 다녔고그녀는 그냥 숨어다녔다 그러다 한번 붙잡으면온밤을 지새웠고다음날이면 그녀는일터에서 졸기만 했다 사람들 속에서눈길이 부딫쳐도그녀의 얼굴은홍당무가 되였다 우리들발길과 숨결은마을 구석구석에흔적을 남겼다 앞집 고방뒤집 사랑방마을 건조실학교의 빈교실 달빛 밝은시냇가멧새 보금자리버들방천 우리는수없는 밤들을헤아리지도않고마음것 지새웠다 때로는아무런 말도없이꼭 그러않고온 밤을 지새웠다 그럴 때면그녀는 나의 품에서새근 새근잠들기도 하였다 내물은 졸졸자장가를 불러주었고별들도 깜빡깜빡눈짓하며 놀려주었다 그때그 밤들은지금의 밤보다너무도 짧았다 우리들 일은동네 방네소문이 났다온마을이 들썽하게 부모들도친척들도친우들도온 세상이 알게되였다 그녀는 안달아나서종주먹으로 나를때렸다모두 내탓이라고그래도 나는 흐뭇하였다 　　7나는연애도 미친듯이사업도 일도정신없이 열중했다 낮이면밭머리에땀과 열휘뿌리고 밤이면 짬을내여독신로인오부호집순방돌이 비바람 보채고눈보라 세찬날잠도 연애도설치기 일수 생명 위급한낮선 청년에게팔 거두어부치고피도 뽑아주고 골물에 빠져경각에 처한 수명인부 구하자급수에 뛰여들기도했다 덕분에입단입당촌간부로 승진 나중엔사청 공작대 뽑히고대학 모집에도 추천 그녀는 나에게새힘새목표새삶을 주었다 연애시작세번째 봄립춘날그녀를 색시로 맞았다 모여온친우들은부러워 하였다장가를 잘든다고 나도 으쓱하여어깨를 춰올렸다그때 올라간 그어깨오늘도 으시댄다 나는너무도 좋았다그녀는 나의 신부나는 그녀의 신랑 나는속다짐 하였다미더운 신랑든든한 길동무 되리라 그러나그다짐은그렇게도지키기 어려웠다 8결혼 며칠후새신부를 홀로두고먼산골 광산으로떠나가야 햇으니 내가 사업하는 곳수백리 떨어진 산골서푼짜리월급쟁이 일터 우리의결혼 생활은달콤하기도 하고고달프기도 하였다 명절이나 휴일집으로 달려오면꿀월처럼달콤하였고 그러다떨어지면보고싶어고달펏다 내가 떠나면안해는시집살이에고달펏고 밭에 가면 농사일집에오면 가무일밤이면 독수공방이안해의 고달품이라면 뉘집 귀한 딸그것도 곁에없이홀로 고생시키는내 마음도 고달펐다 그때 우리집구남매시부모시조부모 십삼명 대가정정주간엔시부모시동생 큰방엔대통 두드리는시조부시조모 안해는빈대 벼룩 숨박꼭질하는캄캄한 고방에숨없는 벼개와 잠동무 고난가난외로음지독한 고독….. 나는 일터에서쉼없이편지를 날렸다 달콤한 정담으로안해의 고달품달래주려고 9일년후 안해는왕별같은아들을 낳았다나는 아빠가 되였다 아빠가 된 기쁨얼마나 좋았던지맨말 바람에시냇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뒤동산메부리봉 바라보며소리소리 외쳤다아빠가 되였다고 메부리봉도신이난다우렁우렁메아리로 따라 외쳤다 나는 또훌륭한 아빠 본보기 아빠 되자속다짐 하였다 그때 그다짐미더운 신랑본보기 아빠되자던 다짐 오늘도변하지는 않았으나오늘까지다하지는 못하였다 얼마후나는현성에 전근하여세집을 마련했다 그리고안해와 아들을 데려다살림을 꾸렸다 그때우리 재산은가마한짝수절사발 세쌍 그후세번 세집이사두바퀴 밀차 전 재산간촐하여 좋았다 삶림은 간소하고생활은 간고하였으나나는 마치꿀독에 빠진듯 싶었다 10삼년후안해는새별같은딸애를 낳았다 우리집은해달별이 모인하늘집 같았다 직장에서집에오면달같은 안해꽃같이 맞아주고 별같은애들나비처럼반겨주니 나는해같이달과 별속에행복하였다 나는 직장에서열심이 일하였다나의 사업도날개가 돋쳤다 로동자로부터직장장으로그리고 또과장으로 승진하였다 미구에는간부양성 전과대학꾸준이 마치고공장장으로 되였다 나는미더운 남편본보기 아빠가 되자열심이 일하였다 노력은 헛되지않아나는 년년 모범 공장장꽃다발도 한아름씩 안았왔다 11그러나영예와 행복속에나는 나도 몰래변하기 시작하였다 사업이라고외출이 많았고큰도시 명승지모두 돌아 다녔다 한국구쏘련조선제집처럼 다녔다 아침에 나서면밤중에 들어가고금요일 나서면일요일 들어왔다 손님 모시고노래방오케방식당에 빠졌다 휴일에도낙시텀마작판술놀이 판이였다 집꾸리는 일애들 가르치는 일부모 돌보는 일모두가 안해일이였다 얼마후 나는 사직하고무역바다에 뛰여들어백성으로 되였다 농민으로 부터공인으로그리고 또 대학생으로 직원으로 부터공장장으로그리고 또보통 백성으로 그 인생길에는달고 쓰고아리고 턻은간난 고초도 많았다 12안해는 고스란히그 길을 혀쳐왔다돌아 보지도않고주춤거리지도 않고 안해는탈없이애들을 키우고공부시켰다 안해는말없이시동생 돌보고시집장가 보냈다 안해는 몸마음 진정년로하신시부모님친부모처럼 모시였다 안해는나를 따라수많은 애로를격고 이겼다 도야지 농사로애들과 남편학비식비보탬에 애썼고 어지러운도야지 사료 밀차 힘겹게 거리복판 오갔고 얼음과자 상자헌 자전거에 달고골목길에서사구려에 목이 쉬였다 종이공장벼집 북더기 속에서먼지를 뒤집어쓰고십년남아 일하였다 거기에서 주은 낟알식량에 보태고벼겨는 사료로 된다그자리를 뜨지않았다 지금 안해는기관질이 심하니그때 먼지속에서고생한 탓일겄이다 　　13안해는애들노인 돌보노라집을 떠날수 없었다 요행인동창 모임에도동참못하고집을 지켜야 했다 안해는수십년 긴긴세월얼굴한번 찌프리지않고웃음지으며 험한길 혜쳐왔다 안해는남편과 애들시부모 시동생 위하여모든것을 바쳤다 사랑도마음도미모도 청춘도 아낌없이거짖없이나를 위하여모든것을 바쳣다 14시간은허무하고세월은무정하다 안해의애젊은꽃잎 같던 얼굴주름이 패이고 숫많고윤기 흐르던검은 머리에서리가 내린다 그 주름이깊어질때마다찬 쇠사슬이내 마음을 조이는듯 그 머리에서리발이 내릴때마다여리한 칼끝이내 심장을 에이는듯 나는안해가곁에 있었기에행운아였다 고난의 길목에서좌절의 십자가에서안해는 언제나환한 달빛이였다 15안해는나에게 모든것을다주었다 내가안해에게서가진것은너무도 많고많다 하건만안해에게 준것은힌머리 주름뿐 련애약혼결혼선물하나 없다가 후날 때늧게목걸이귀걸이선사한적 있었겄만 장사길에밑천이 딸린다몇번 걸어 보지못하고저당잡이고 말았다 16안해는내부퇴직서푼공자라앉아 놀지 않았다 먼저는옷매대다음은개장집 그리고후에는국경넘어국제무역 미구에비행기 타고콘테나 띄우는로반이 되여 북경공항들어서고항주공항내려서면 항공 구락부귀빈이라특수대접받는단다 흘러온 세월안해의 진정에태산이머리를 숙였는가 지나온 세상안해의 심혈이천지를감동시켰는가 17안해가흘린땀안해가쏟은 정열 꽃이피고열매 맺아알알이무르익으니 마을에화목하고이웃에다정하여 웃어른화애하고아래자식효성함이 남남이쳐다보고저저마다칭찬하니 의식주넘쳐나고씀씀이넉넉하다 궁궐같은 아빠트고급 승용차지구촌 주름잡아새계유람도 나다닌다 우리 내외황혼 노을에 불을지펴안해는 노래드럼 공부나는 문단에 시공부 몸도 건강마음도 건강인생 수자보다도삶의 가치를 따져간다 인제는세월이 가고네월이와서나도 혐이들었는지 안해의 몸과 마음독차지한 진가를받은것의 무게를가늠하게 되여 그 무엇으로 갚으려니대지를 살펴보아도땅밑을 혀아려 보아도욕심나는것이 없다 18오늘은안해의칠십돍칠갑생신날 저 하늘동그란 해 따다작은 구멍 뚫러반지로 끼워줄가 저하늘둥그런 달 붙잡아다큰 구멍 뚫러팔목에 걸어줄가 저하늘새별 주어다귀바퀴에그대로 박아줄가 저 하늘은하 줄기통채로 가져다목에 둘러 줄가 저혼자 흡족하여어깨가 으쓱하다다시 깨달으니그것도 아니다 안해가나에게 준것에 비하면저들도 모두싸구려 뿐 해달별같은하늘집 안해는나에게통채로안겨 주엇거늘 세상에부러음 없어라마음에 시 한편안해앞에 써놓는다 그리고빠알간 심장통채로 도려내여무릅꺽고 받쳐올린다 사랑해하늘 만큼땅만큼그 한마디! 2002년1월24일 회갑 초필 2022년1월24일 칠갑 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