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꽃

一剪梅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맘때면 언덕위에 하얀 갈꽃 바람에 허리휘도록 이리저리 날린다 </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바람에 날리는 갈꽃 보면 공연히 슬퍼진다 갈꽃피던 늦가을은 나에게 제일 힘들었던 계절이다 쌀쌀한 가을바람 가슴시리게도 하는 계절이다</p> <p class="ql-block">타향에서 함께 제일 가깝게 보내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불행히 저 세상으로 가 버린 계절이기도하다 잘 살아보겠다고 선택한 길</p> <p class="ql-block">허리가 휘도록 공지 함바 식당에서 일하여 인젠 빛 다갚고 행복 시작이라고 맥주 마이며 즐거워하던 친구 하루도 안되는 시간 지나 먼저 간다는 인사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p> <p class="ql-block">  그는 하얀보 마구 덮어 쓰고 누어있다 하얗게 변해버린 친구 얼굴 쓸어 내리며 행복찾아 타향길에서 얼마나 아들딸 친인 보고 싶었으면 눈도 못 감았으랴 눈귀에 맻힌 이슬은 그냥그대로 있었다</p> <p class="ql-block">보내고 돌아오는 길 언덕위에. 하얗게. 피여있던 갈꽃 사르륵 사르륵 흐느끼고 있었다 하얀 기발처럼 바람에 날리던 그 갈꽃 잊을수가 없다 </p> <p class="ql-block">1997년 10월 24일 </p><p class="ql-block">잠실에서</p><p class="ql-block"><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