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2021.2.16

花仙

<p class="ql-block"> 요지음 설은 자식들이 부모님에 대한 효성과 그리움을 안고 부모님 품을 찾아 와서 함께 즐기는 명절이다. 더우기 지난해 설에 모이지 못했으니 무척 애타게 기다려온 설이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설이 당금 내일인데 그렇게 화창하던 날씨가 어제부터 뭐가 못마땅한지 잔뜩 찌프리고 있더니 마침내 아침부터 청승맞게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천기 예보에서는 온하루 큰비가 내린다고 하였다. </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창밖의 층집들은 몽롱한 빗발속에서 아직 채 가셔지지 않은 봄추위에 떨고 있었고 빗물에 번들거리는 큰길에는 자동차들이 신경질적으로 물보라를 마구 일구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봄소식을 전하고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 첫 봄비여서 환영을 받어야 했지만 설 준비에 다망한 사람들은 오히려 을씨년스럽게 여길 뿐이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하지만 이번 큰 비는 북방의 코로나 때문에 집에 안가고 이곳에 남아 설준비를 하는 천칠백만 사람들의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각양각색의 우산들로 국화꽃처럼 피여나 거리를 장식하고 있어 전시 300여개의 설 꽃시장에 색다른 풍경을 더해 주기도 하였다. </p> <p class="ql-block"> 내일이면 애들이 식품을 사가지고 와서 저들이 할테니까 뭘 사느라 하지말라는 통고는 받았지만 설이라고 부모를 찾아 오는 자식들께 뭐든가 맛있는걸 사먹이고 싶은 마음은 삭일수 없었다.우산을 들면 물건을 들기가 불편할것 같아 그냥 바람막이만 입고 나섰다.마트가 멀지 않았지만 물건을 사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속옷까지 축축해 있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나는 이번에는 더 두꺼운 바람막이를 바꿔입고 나섰다.사야할 물건을 빠뜨려 놓았던 것이다. 참 늙긴 늙었어! 괜스레 서두르기만 하고 두서가 잡히지 않으니까 말이야! 저혼자 한탄을 하며 또 다시 나섰던 것이다. 사가지고 집에 오니 옷은 여전히 젖어 들었고 뒤잔등이 선뜩선뜩 하였다. </p><p class="ql-block"> 그제야.바람막이는 바람만 막을뿐 비는 막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저녁때가 되자 재채기가 련달아 나고 콧물이 도랑물처럼 쏟아진다. 급급히 감기약을 먹고는 마스크를 끼고 들어 누었다. </p> <p class="ql-block">  그믐날 아침이였다. 언제내렸나싶게 비는 말끔하게 그쳤는데 내 코물은 멈추지 않고 기침까지 보태져서 정식 감기임을 알렸다. </p><p class="ql-block"> 갑자기 겁이 덜컹 났다.혹시? 믿고 싶지 않지만 또 그냥 스쳐지나갈 일이 아니다. 만약 코로나라면? 순식간에 무지하고 등안하여 전파자로 된 사실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간다. 우리 식구들 어쩌지? 불안하고 두렵고 조급하기도 하였다. 좀 있으면 모여 들텐데 어떻하지? 혼자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수선 애들을 오지 말라고 통지하고 나는 병원으로 가자.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거나 후의 고객들께 전염될수 있어 안되고 지하철이나 뻐스는 더 안되구 제일 좋기는 구급차 120을 부르는 것이겠다. </p><p class="ql-block"> 이렇게 결정을 내린 나는 대뜸 애들 한테 전화를 했다. 애들은 들어 보더니 찬 비를 맞아 걸린 감기라고 장담을 하면서 절대 걱정말고 감기약 드시고 누워서 땀을 내면 금방 나을거라고 위안해 주었다.</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저녁상은 큰 아들네가 돼지넙적다리며 족발 그리고 전복등 여러가지 해물들로 푸짐하게 차렸고 우리집의 전통반찬 팔보채만 마스크를 낀 내가 해서 보태였다. </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저녁을 먹고는 온집식구들이 둘러앉아 윳치기도 하고 화투놀이도 글자마춤 놀이도 하면서 집안이 떠나 가도록 웃고 떠들어 댔다. 이런 갖가지 놀음은 언제나 제일 작은 손녀 효진이의 창의에 따라 진행됐고 대학시험 준비에 바쁜 큰손녀 효림이도 잠시나마 번거로운 시험의 압력을 잊고 똑같이 맞장구를 치면서 코물 질질 흘리는 할미를 손잡아 끌어 넣어 온집 식구가 너나 없이 유희의 즐거움에 행복감에 잠겼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또 모여들어 물만두 빚기에서도 손녀들이 주역이였다 효진이는 기어코 동전하나를 만두속에 넣자고 주장하더니 결국은 먹을 때 그동전이 효진이 한테 돌아 왔다.좋아서 퐁퐁뛰며 환성을 올리던 모습이랑 효림이가 흥이나게 치던 피아노 소리 그리고 온집 식구가 하나로 어울려 환락에 잠겼던 행복한 순간들은 달콤한 기억으로 일년 내내 마음을 덮혀 줄것이다. 그처럼 즐거울 수가 없었다.즐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불안하던 근심걱정도 잊고 말았다. 참 오랜 만이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초하루날 아침 일어나니 감기는 전혀 나을 기상이 없이 그냥 그대로였다.바깥의 비는 언녕 멎었건만 나의 코물은 멎을줄 모른다.너무 흘러 몇분에 하나씩 마스크를 바꾸어야 했다.그래도 아침 차례준비만은 내가 해야했다. 차례를 마치고 세배를 끝내고 아침을 먹었다 . 둘째올케가 반찬을 가득 해가지고 왔다. 그들의 참석은 설날이 더욱 이채를 띠게 하였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점심에는 올케가 만들어온 맛있는 반찬에 두 아들은 외숙모와 함께 술을 마시며 어릴때 외가집에 가서 재미나던 일들을 회억하였다. 소품같은 세 사람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곁사람들은 끼일새도 없어 그저 열정적인 청중이 되여 주었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두돐도 안되는 준성이는 아직 말은 잘 못해도 자기 의사는 다 표달했으며 어찌나 빨빨한지 대뜸 주목을 끌었다. 큰손녀가 피아노 치는걸 보더니 제가 자리를 빼앗고는 티비에서 늘 봤다는 자세로 제법 그렇듯하게 쳐댔다.그자세가 너무 신통한데다가 진지하였고 반시간을 넘었으나 피아노를 떠날념을 안했다. 그래서 설후에는 준성이를 피아노 사줘야겠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그뿐이 아니였다. 전자제품에 특별한 흥취를 갖고 있어 무릇 누를수 있는거면 돌아가며 다 눌러 보았다.에이콘을 켜기도 하고 컴표터의 무엇을 눌렀는지 갑자가 째지는듯한 큰소리에 모두 깜짝 놀라게도 하였고 큰아버지 시계를 시간이 억망이 되게 해놓기도 하였다.참 흥취가 뚜렷하고 재미나는 애였다. </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이튿날에는 둘째네 집에 갔다.둘째며느리는 일도 성격처럼 조용하고 조리있게 혼자서 잘해 내였다 .맛있게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두 아들은 또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새해의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담론하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 련거퍼 마시는 술인데도 좋은 기분, 좋은 이야기거리는 영원히 취하지 않는 안주인듯 싶었다.</p> <p class="ql-block">  오랜만에 빠짐없이 (코로나때문에 못오는 상해를 제외)모였던 설이여서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였다. 상해애들까지 왔더라면 더욱 흥성거렸을걸. </p><p class="ql-block"> 이렇게 설은 끝났다. 신기한건 설이 끝나자 감기도 흔적없이 사라졌다.온 일년 감기라곤 모르던 내가 쥐띠해의 마지막날에 걸려 소띠해의 첫날까지 이틀만에 깜쪽같이 나은거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감기가 쫓겨갔을가?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집이 떠나갈듯 웃고 떠들던 식구들이 다 헤여져 가고 우리둘만 환락이 빠져나간듯 휑뎅그레한 집에 남았다.늘 한 품에 안고 살고 싶은 자식들이다. 조용하고 편안한듯 하지만 적적하고 쓸쓸함이 더 괴여든다. 이번설은 그눔의 비를 맞은탓에 감기에 걸렸으니 말이지 참 재미있고 행복했어! 나는 저도 몰래 중얼 거렸다. 하지만 감기는 보통 일주일가야 낫는데 어쩌다 딱 이틀만에 물러 갔을가? 그것도 쥐띠해와 소띠해가 교체되는 두날에? 생각을 굴리다가 문뜩 뭔가 떠올랐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비의 탓이 아니라 내탓이구나.나는 거이 부르짖었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의 철리이다. 인간은 자연을 경외하고 숭상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무탈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못하였다. 비가 온다고 짜증을 내였고 비가 오는데 우산도 들지 않고 경거 망동하였으니 첫 봄비의 위력을 무시했던것이다. 그래서 무시받은 자연이 나한테 경종을 울린거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쥐띠해에 몰랐던 철리 인간은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에 순응해야 함을 소띠해에는 절대 잊지 말라고 자연이 봄비를 내려 따끈히 가르치는 것이리라.이번 코로나가 자연을 경외할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징벌을 내린듯이.</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