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br>[各诗 산책]<br><br><br><br><br><br> 성벽(城壁)/외7수 <br> ㅡ 크리스티나 루스 아고스티에게 <br><br><br><br><br><br> 니콜라스 기옌[쿠바]<br><br><br></h3> <h3><br>니콜라스 기옌(Nicolás Guillen, 1902 - 1989)은 쿠바 출신의 시인. 흑백 혼혈인 “물라토 (Mulatto)” 사람답게 평생 에스파냐의 언어와 시 형식 속에 아프리카의 특유한 토속 문화를 담으려고 애를 썼다. <br><br>아버지는 에스파냐 출신의 저널리스트였고, 어머니는 아르젤리아 바티스타 아리에타라고 불리는 흑인 여성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어느 정치적 데모에 참가하여, 바티스타 정부 군인들에 의해 사살 당했다. 1920년부터 법학 공부를 하다가, 저널리즘으로 전과하였으며,이때부터 기옌은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1936년 에스파냐 내전이 발발했을 때 제 2차 작가동맹에 참가하기 위해서 에스파냐로 여행하기도 했다. <br><br>주요작품으로 《손의 모티브》(1930), 《대동물원》(1967), 《병사를 위한 노래와 관광객을 위한 손》(1958) 등이 있다. <br><br></h3>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성벽(城壁)/니콜라스 기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성벽을 세우려니 일손을 빌려주게, 흑인은 검은 손을 백인은 하얀 손을. </p><p class="ql-block">아, 저기 지평선 위에 성벽이 드러날거야, 해변에서 산까지 산에서 해변까지.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쿵쿵 -누구야? -장미와 카네이션... -성문을 열어라 </p><p class="ql-block">-쿵쿵 -누구야? -대령의 칼... -성문을 닫아라 -쿵쿵 -누구야? -비둘기와 월계수... -성문을 열어라 </p><p class="ql-block">-쿵쿵 -누구야? -전갈과 지네... -성문을 닫아라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우리편 가슴을 향해 성문을 열어라. 독약과 비수에게는 성문을 닫아라. </p><p class="ql-block">도금양과 박하에게는1) 성문을 열어라. 뱀의 이빨에게는 성문을 닫아라.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꽃에 앉은 나이팅게일에게는 성문을 열어라. 모두들 합세하여 성벽을 세워보세, </p><p class="ql-block">흑인은 검은 손으로 백인은 하얀 손으로. </p><p class="ql-block">저기 지평선 위에 성벽이 드러날거야, 해변에서 산까지 산에서 해변까지.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비상하는 민중의 비둘기』(1958) 중에서</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아는가?/니콜라스 기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나에게 공기를 팔 수 있겠니? 손가락 사이로, 너의 얼굴로 부는, 너의 머리칼을 헝클리게 하는 공기를?</p><p class="ql-block">어쩌면 너는 내게 5페소의 바람을 팔 수 있을 거야, 아니 더 많은 어떤 거대한 폭풍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내게 온화한 공기를팔 수 있겠니? 공기를(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도) 너의 정원,너의 정원에서 새와 꽃을당기는 공기를, 10페소의 온화한 공기를.공기는 빙글 돌아 나비와 유희하고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나에게 하늘을 팔 수 있겠니? 파란 하늘 혹은 잿빛,너의 정원과 함께 어느새 네가 팔아치운 하늘 한 자락, 너는 믿고 있니? 누군가 집 딸린 처마를 사듯이 그렇게.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 하늘을 팔 수 있겠니?, 2 킬로미터 하늘을, 네가 내놓을 수 있는 네 하늘의 어떤 부분을? 하늘은 구름 뒤에 있지.구름은 높이 스쳐가지.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나에게 비를 팔 수 있겠니? 너의 눈동자에서 흘러 혀를 적시는 물을? 너는 나에게 일 달라 어치의 생수를 팔 수 있겠니? 임신한 구름, 어미 양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물을,혹은 산 속에 내리는 비를, 아니면 개들에게 내 던져진 길가 웅덩이의 물을? 아니면 일마일 바다를, 어쩌면 호수 하나를100달러에 팔 수 있겠니? 물은 아래로 떨어져 흐르지, 물은 흘러서 고이지. 아무도 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너는 나에게 땅을 팔 수 있겠니? 뿌리들이 파묻힌 역사의 깊은 밤, 거대한 공룡의이빨들과 멀리 파묻힌 해골의 흩어진 가루를 팔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파묻힌 숲을 팔 수 있겠니? 죽은 새들돌로 변한 물고기들, 화산들의 유황 흔적을, 10 억년 동안 지속된 역사를 팔 수 있겠니? 너는 나에게 땅을 팔 수 있겠니, 정말? 너의 땅은 또한 내 땅이야.만인의 발이 그걸 디디지. 아무도그걸 가질 수 없어, 아무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땀과 채찍/니콜라스 기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채찍,땀과 채찍. </p><p class="ql-block">태양은 일찍 맨발의 검둥이를 깨우고,</p><p class="ql-block">발가벗은 그를 또 농장에서 만났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채찍,땀과 채찍. </p><p class="ql-block">바람은 소리치며 지나갔다.-손마다 검은 꽃이네!</p><p class="ql-block">피가 그에게 말했다: 자, 가자!</p><p class="ql-block">그가 피에게 말했다: 자, 가자!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맨발에 피투성이가 떠났다.사탕수수밭은 떨면서길을 내주었다. </p><p class="ql-block">하늘은 숨죽이고,하늘 아래 그 노예는주인에 의해 피에 물든 그 노예는.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채찍,땀과 채찍</p><p class="ql-block">피에 물든채찍,주인에 의해 피에 물든.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사탕수수 /니콜라스 기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수수밭 옆에는검둥이 </p><p class="ql-block">수수밭 위에는 양키</p><p class="ql-block">수수밭 아래는흙 </p><p class="ql-block">수숫대 속엔 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물라타(Mulata)/니콜라스 기옌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제 알았어, 물라타</p><p class="ql-block">내가 넥타이 매듭 같은 코를 가지고 있다는네 말뜻을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잘 들어, 넌 시대에 뒤쳐져 있어 </p><p class="ql-block">네 입은 너무 크고 시뻘개 </p><p class="ql-block">엄청난 몸, 입, 눈</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사실, 있잖아 내 깜둥이 여편네 땜에</p><p class="ql-block">네가 전혀 좋질 않거든.</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h3><br><br><br>도착/ 니콜라스 기옌<br><br>자, 이제 도착했어숲으로부터 습한 언어가 새나오고힘찬 태양은 우리 혈관에서 떠오르네그리고 우리 강한 주먹엔 노가 쥐여있다네깊은 눈망울엔 거대한 야자수들이 잠들고탄성은 처녀의 금방울처럼 새나오네<br>단단하고 넓은 우리네 발은 좁고 황폐한 버려진 길 위에 먼지들을 일으키네 우린 이 물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잘 알고 있으며붉은 하늘아래 우리 카누들을 밀어주니 또 그 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네우리네 노래는 영혼의 피부아래 근육 같다네<br>우린 아침에 연기를, 밤에는 불을 야만의 가죽에 제격인 달 조각 같은 칼을 지니고 왔으며; 진흙에 뒹굴 악어들을우리의 열망을 쏠 화살들을열대정글용 혁대와 깨끗한 영혼을 그리고 무엇보다 아메리카의 얼굴에 개성 있는 프로필을 가져 왔다네……<br>어이, 친구들 우리 여기 왔다네!도시는 야생벌의 벌집처럼 야들야들한 궁궐들로 우릴 기다리고;집들은 창문을 통해 무서운 눈들로 우릴 바라보고거리는 비가 오지 않을 때의 강처럼 말라있고……그래,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우리에게 우유와 꿀을 줄 것이고푸른 잎으로 왕관을 씌워줄 것이네<br>어이, 친구들 우리 여기 왔다네!태양아래 땀을 흘리는 우리의 발은 피정복자들의 땀에 젖은 얼굴들을 대변할 것이고별들이 우리 불꽃의 끝자락을 태울 땐우리네 웃음, 강 위에서, 새의 날개위에서꼬박 밤을 지샐 것이네<br><br></h3> <h3><br><br><br>에멜 틸(Emmeff Till)을 위한 비가/니콜라스 기옌 미국,바람의 장미는 핏빛 붉음을 띤 꽃잎을 달고 있다 오, 검둥이들의 오랜 친구 미시시피는 흐른다물에다 혈관을 열어놓은 미시시피,넓은 가슴, 한숨지으며 야만의 기타로딱딱한 눈물로 아, 미시시피는 흐른다 보아라, 강이 흐를 때 익은 비명들이 매달려 있는 침묵의 나무들을보아라, 강이 흐를 때 위협적인 불의 십자가들을보아라, 강이 흐를 때 파랗게 겁에 질린 얼굴들을그 식인의 밤, 갈라진 검둥이의 배에다 연기를 채우곤영혼을 훈제하려드는 모닥불 주위의 백인들의 춤을축축한 창자, 학대받는 성(性), 저기 알코올이 넘치는 남부에치욕과 채찍이 난무하는 남부에흐른다, 미시시피는 흐른다 그래, 미시시피넌 검둥이들의 오랜 친구앙상한 어린이, 네 강변에 작은 꽃,네 나무들엔 여태 뿌리들이 없고네 숲엔 둥지가 없구나네 땅엔 돌이 없고 네 물엔 악어들이 없구나방금 죽은 아이, 살해된 검둥이 아이만 있을뿐. 팽이를,동네 친구들을,주말 외출복에 극장표를,책상과 흑판을, 잉크병을, 야구장갑을복싱 프로그램을, 링컨의 초상화를무엇보다 미국 깃발을 지니고 있는 검둥이 아이,홀로 살해된 아이,한 백인 소녀에게 던져진 사랑의 장미. 오, 오래된 미시시피여!오, 왕이여, 깊은 망토를 걸친 강이여!네 거품의 행진, 바다로 향하는 네 푸른 행차를 멈춰라!보아라, 가벼운 몸을날개 가졌던 시절, 그 상처가그 자국이 채 아물지 않은 이 소년천사를.돌에 맞아, 납덩이에 맞아, 욕지거리와 몸둥이에 맞아옆모습이 없어진 이 얼굴을 보아라,오래 된 피, 굳어버린 피, 갈라진 가슴팍,오라, 지하의 도깨비불로 이 밝은 밤,재앙의 달 밝은 밤, 검둥이들의 느릿한 밤으로. 말해보아라, 미시시피눈먼 물로써, 무관심한 드센 팔뚝으로써,네 바라본다면이 장례를, 이 범죄를, 이 복수 없을 작디작은 죽음을,거대하고 순수한 이 시체를.....네 주먹을, 새들을, 꿈들을, 무기들을 싣고이 휘황한 밤을 저어 오려무나오, 검둥이들의 옛 친구 미시시피여!말해 보아라, 말 좀 해보아라!<br><br></h3> <h3><br><br><br>리틀 록(LIttle Rock)/니콜라스 기옌<br> 정교한 아침, 블루스 한 곡이 리듬의 눈물로 내린다남쪽 흰둥이는 채찍을 투욱, 털고 후려치는 시늉을 한다군인들의 총 사이로 흑인학생들이 공포의 학교로 간다강당에 도착할 때, 짐 크로우(Jim Crow)는 그들의 선생이 될 것이다.윌리엄 린치(Williom Linch)의 아들들은 그들의 급우들이 될 것이고흑인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피의 잉크가, 불의 연필이 놓일 것이다 남부(남부)의 포버스(Foubus)* 세상은 그러하다그의 채찍은 쉴 새 없다저쪽 부패된 딱딱한 하늘아래선흑인 아이들은 가까운 백인 아이들 학교를 다니질 못한다 얌전히 집에 머물든지죽도록 맞든지(알 수 없는 일이지만)길거리에서 모험을 하고총 맞아 죽어 침 뱉기를 당하지 않으려면지나가는 흰둥이 여자애에게 휘파람을 불지 말든지눈을 아래로 깔고 예스,몸을 반으로 접고 예스,무릎을 꿇고 예스,그 자유의 세상에서 예스,바보 포스터가 공항에서 말한 것처럼 예스,자그마한 흰 골프공이,대통령이 친 아주 작은 행성 같은 흰 골프공이 굴러그 푸르디푸른 잔디밭 위로 매끌 구를 때처럼 예스!....라고 하든지 자, 신사숙녀, 남녀로소, 대머리, 터벅머리, 인디오, 물라토, 네그로, 삼보, 모두들 생각해보슈세상 모두 남부(南部)가 됨을.피와 채찍 천지의 세상, 백인들을 위한 백인들만의 학교,Rock과 LIttle, 양키들만의 세상.....잠시라도 좋으니 한번 생각해보슈. *포버스(Foubus): 그 당시 알칸사 주의 주지사의 이름이다.<br></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