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옛 시첩에서 / 홍용암

문학과 그림, 음악

시: 흘러간 어젯날의 시첩에서 홍용암 두고 온 동화 애시적 바지를 째며 바라올라까치둥지에 숨겨둔 동년이 지금쯤 안녕 새로 변해 어디론가 훨훨 날아 갔을텐데 나는 아직도 두고 온 그 까치둥지를 생각하며 어제의 동화를 그린다... ( 1992년 ) 인 정 캄캄한 세상에 반딧불 하나 보일듯 말듯 보잘것없이 미약한 한점 존재이기는 하나 저절로 발산되는 자연의 그 빛이 비할바없이 거룩하고 위대하다 오로지 한 가닥 깜박이는 미소한 그 불빛을 붙잡고자 천방지축 한사코 쫓아가는 개구쟁이아이 진실의 모습이 위안처럼 안겨온다... ( 1992년 ) 흰 구름이 된 이야기 시골마을 한 초가에서 민들레꽃 사랑했던 소년 동구 밖 상사나무 아래서 민들레꽃이 되었다네 하염없이 맑은 하늘 바라고 서서 노오랗게 그리움에 불타다가 마침내 두둥실 하아얀 민들레씨로 날아올라 정처 없이 떠도는 한 송이 흰 구름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 1991년 ) 풍 경 흰 구름 한 송이 유유히 떠도는 하늘 아래 천년을 고독한 고고한 청산 그 기슭을 감돌아 흘러가는 물 슬프게도 시 쓰는 한 소년이 있다... ( 1989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