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꿈꾸는 나그네 / 백운

문학과 그림, 음악

헌시:

                       꿈꾸는 나그네

            -- 허만석 선배님께 헌시하여

                              백   운

그 누구보다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한평생 고생을 많이 한 사람

하지만 종래로 희망을 잃지 않고

가슴속에 그 작은 꿈 하나 고이 간직한 채

실날 같은 그 끈을 놓지 않고 꼭 쥐고서

인생의 가시밭길 허위허위 헤쳐 온 사람

그리고 그 어느 누구보다도

꾸준히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가끔은 억울하게 손해를 보더라도

언제나 어려운 자기보다는

먼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러나 암만 봐도 어딘가 제 정신 아닌

머리가 좀 별나게 돌아가는 이상한 사람 

평소에는 수수한 옷 입고 간편한 밥 먹고

출장길에 10원도 안하는 택시비도 아까워

초라하게 인력거랑 삼륜차나 타고 다니며

사장이란 체통마저 스스로 깎는 쬐쬐한 사람

그렇게 소처럼 일하고 쥐처럼 모아

뭉치로 만든 그 돈을 어디다 쓰나?

어려운 이웃이나 친구, 낯선 이한테도

주저 없이 지갑을 열어 아낌없이 베푸는 바보

배달민족 백의겨레를 위한 그런 대의에는

더더욱 통이 크게 통장을 푸는 왕도깨비 ㅡ 

끝끝내 인생의 고행길 지나

쌍무지개 곱게 걸린 낙원에 닿은 사람

하지만 어느덧 무정히 다가온 황혼

일락서산 서서히 지는 너무너무 아쉬운 해

그 불타는 저녁노을 마주하고 서서

감개무량해 깊은 사색에 잠긴 사나이

피눈물로 선조들이 개척한 이 땅

이제는 떳떳한 그 주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동강난 고난의 고국, 조상의 나라라

할 일이 여전히 남아있는 나그네

소년시절 가슴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꿈

그 꿈을 꺼내보며 오늘도 계속 꿈을 꾼다

아무리 남도 북도 모두 아닌

몸은 비록 해외에서 아프게 살아가도

그도 분명 흰옷 입은 단군의 후손

팔천만 백의민족 일원이라

분열된 내 조국, 내 겨레 위해

무엇을 할까 갈수록 깊어가는 그 고민 ㅡ

마침내 또 나래 펴는 나그네의 꿈

문학으로 통일에 한 힘을 보태고자

서산마루 충천하게 물들이는 저 노을

이제 남은 마지막 여생의 빛과 정열

깡그리 바쳐가는 저녁태양, 뜨거운 그

해님처럼

몸도 맘도 활활활 세차게 불태우는

그 사나이...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