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설날 아침밥상에 통닭 한마리를 놓고도</p><p>대가리와 발만 씹는 아버지를 보며</p><p>아버지는 치아가 좋아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p><p><br></p><p>가끔씩 한오리 미역을 감빨며</p><p>‘다모토리’를 하는 아버지를 보며</p><p>아버지는 안주맛을 모르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p><p><br></p><p>제노릇 못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도</p><p>벙어리처럼 뻑뻑 애꿎게</p><p>담배만 태우는 아버지를 보며</p><p>아버지는 성질이 없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p><p><br></p><p>잘난 얼굴에 ‘왕바신’을 신고도</p><p>사시절 도보로 출근하는 아버지를 보며</p><p>아버지는 멋을 모르는 그런 줄로 알았습니다</p><p><br></p><p>‘문서’와 씨름질하면서도</p><p>자식에게 손목시계를 양보하는 아버질 보며</p><p>아버지는 욕심이 없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p><p><br></p><p>별이 총총한 어느 날 창문가에 홀로 서서</p><p>담배 한대에 긴숨을 뽑는 아버질 보았습니다</p><p>달빛에 반짝이는 이슬방울을 보았습니다…</p><p><br></p><p>그제야 느꼈습니다.</p><p>아버지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걸</p><p>강한 척해도 한없이 ‘아프고 고독한’ 것이 </p><p>이 세상 아버지들이란 걸.</p><p><br></p><p>아버지 죄송합니다</p><p>바람에 ‘불효’를 통탄해본들</p><p>이제 당신은 하늘에 계십니다</p><p><br></p><p>아버지 감사합니다</p><p>당신에게서 사랑을 배웠습니다</p><p><br></p><p>이제 하늘에 편지를 띄우며</p><p>침묵에 불길을 피워올리렵니다</p><p><br></p><p>아아 뒤늦은 깨달음</p><p>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는</p><p>그런 것이 아니였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