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ore)》

레르몬또브

<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문학 비평]</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p><p class="ql-block"> 캐릭터 창조에 투영된 작가의식 탐구</p><p class="ql-block"> ㅡ 구호준 중편소설집《사랑의 류통기간》읽기</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중국인민대학교 김해응</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br></p> <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57, 181, 74);">김해응(金海鹰)프로필:</span></p><p class="ql-block"><span style="color: rgb(57, 181, 74);">한국학중앙연구원 문학박사, 중국인민대학교 비교문학박사후. 現 중국인민대학교 文學院 부교수. 저서로는 《심연수시문학연구》(한국학술정보),《한국현대시인론》(한국문화사),《茶山的四書經學》(商务印书馆)등 7권이 있고. 30여편의 학술논문과 문학평론을 발표하였으며 &lt;심연수학술연구공로상&gt;(한국,2018), 제38회《연변문학》평론상(2019)을 수상하였다.</span></p><p class="ql-block"><br></p> <h3><br></h3><h3><br></h3><h3>1 시대적 산물:작가와 작품,그리고 작가의식</h3><h3><br></h3><h3><br></h3><h3>작가의 탄생과 시대배경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렇기에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작가를 배출하게 되여있다. 그렇다면 70년대 작가들이 성장한 시대는 어떠한가? 바로 중국의 개혁개방이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는 시기이다. 새로운 사조들과 복잡한 사회모순으로 점철된 사회적 환경은 70년생 작가들에게 성숙된 사고와 시련을 가져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도 선명한 현실인식과 시대성을 지니게 하였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족문학의 기초우에 풍부한 외래문학의 자양분을 섭취한 70년생 작가들은 기존의 편협한 주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체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각도에서 서사적 담론을 펼치려고 노력하였다. </h3><h3><br></h3><h3>&lt;개눈천&gt;&lt;사랑의 류통기간&gt;&lt;환&gt;&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lt;륜회&gt;등 다섯편의 중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사랑의 류통기간》의 저자 구호준은 조선족 문단에서 과감하게 새로운 문체를 시도하는 개성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70년대생 작가이다.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 창조를 통하여 작가의식 즉 문학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태도나 사상을 나타낸다. 구호준은 소설에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함에 전형적인 캐릭터를 창조하여 현대인의 특성인 인간의 복잡함과 미세한 감정을 캐릭터안에 담고자 했다. </h3><h3><br></h3><h3>&nbsp; </h3><h3>2. 욕망으로 점철된 일상적 인물 혹은 개인화된 력사서사의 지식인-주인공 캐릭터</h3><h3><br></h3><h3><br></h3><h3>문학작품의 창작은 작가가 처한 환경과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구호준의 작품들 역시 연변이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조선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구호준은 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함에 거창한 시도를 하지 않고 자서전적인 스타일로 주인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h3><h3><br></h3><h3>소설에서 나타나는 작가의식에 따라 세분하면 &lt;개눈천&gt;&lt;사랑의 류통기간&gt;&lt;환&gt;에서 작가가 주목한것은 모욕을 당하는 일반인이나 삶의 목표가 없는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의 일상과 심리에 대한 묘사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려는데 있고, &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와 &lt;륜회&gt;는 작가의 민족성에 기초한 력사의식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소설로 볼수 있다. </h3><h3><br></h3><h3>&lt;개눈천&gt;에서 준이는 학교에서 말썽만 피우는 어느 학급에나 있을 법한 인물이다. 사춘기때 동네아주머니가 목욕하는것을 훔쳐보다가 건달로 락인이 찍혀서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도망간, 어린 나이에 세제공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여 공장장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겉으로는 순박한척 하지만 실제로는 몰래 공장물건을 팔아 리익을 챙기고, 공장장의 안해를 점유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다. 결국은 공장장의 바보딸과 결혼하여 부를 얻는다. 준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냄에 저자는 자술적인 방식으로 마치 자서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주인공의 다양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h3><h3><br></h3><h3>&lt;사랑의 류통기간&gt;의 주인공은 작은 도시의 신문사 기자로 사랑하는 녀자(유부녀)에게 “사랑의 류통기간이 얼마동안이냐”를 질문을 받는다. 답을 찾기 위해 직장까지 쉬면서 고민하러 산에 들어가는 난해한 행동을 함에도 모자라 거기서 한순간의 욕망때문에 산에서 만난 “못생긴” 삼장녀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등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저자는 단지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충실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볍고 경솔한 애정관을 풍자하고자 한것이다. </h3><h3>&lt;환&gt;에서의 주인공은 어느 무역회사 사장이다. 사업에서 성공한 후 안해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회사의 직원을 애인으로 두고 있지만 자신의 외도에 대해 자책아나 죄의식이 전혀없는 뻔뻔한 남자이다. 뿐만아니라 새로 들어온 녀비서의 육탄공세에도 쉽게 넘어가는, 욕망에 충실하며 사는 사람이다.</h3><h3><br></h3><h3>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리행하고 전통문명이 현대문명으로 바뀌는 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인들은 새로운 시대를 경험한다. 세 소설 모두 돈과 욕망이 삶의 기준이 되여가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평범한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파고들어 인간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전통적인 가부장제도하의 농촌의 가정, 특히 그 시절 오직 농사만이 삶의 전부이고 유일한 부를 창출하는 길이였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불만과 련민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이 커서 부를 획득하고 출세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통하여 경제적 격변기의 조선족 젊은이들의 방황하는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h3><h3><br></h3><h3>저자는 주인공의 캐릭터 창조를 위하여 다양한 서사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lt;개눈천&gt;의 경우, 서두의 “그 마을에 가면 개눈천이 있더라, 그 개눈천에 비친 네 얼굴을 보며 준이는 나를 반성하군 했다”는 구절만 봤을때는 하천 즉 강의 의미로 쓰여있지만 제목의 구성(“A개” “B개” “C개” “눈2” “눈3” “눈1” “그 천사” “저 천사” “이 천사” “스쳐가는 풍경들” “개눈천” “에필로그”)으로 볼 때 &lt;개눈천&gt;은 또한 &lt;개&gt;와 &lt;눈&gt;과 &lt;천사&gt;의 줄임말임을 추측해볼수 있다. 모든 소제목의 서두는 버스안의 풍경이나 사색 등으로 시작한후 다양한 스토리들을 교차시키는 방법으로 풀어나간다.</h3><h3><br></h3><h3>&lt;사랑의 류통기간&gt; 역시 마찬가지이다. 례를 들어 “옷과 얼굴은 이미 회갑을 맞은,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게 못나게 생긴” 삼장여인이 배고픈 주인공에게 먹이기 위해 뱀 가죽을 벗기는 장면에서 뱀의 하얀 속살이 들어나자 주인공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여인의 몸도 뱀가죽 벗기듯 옷을 벗기면 저런 모습일가 하는 다른 상상을 하는 장면을 삽입한다. 또 다시 삼장여인이 뱀심장을 꺼내 몸에 좋은것이라고 삼키라고 하자 싫으면서도 손이 먼저 나가는 자신을 보면서 전 련인과 처음 키스할 때 녀자가 먼저 리드하던 스토리를 삽입하여 길게 풀어낸다. 곧이어 화토불에 기세좋게 달려들었던 벌레들이 순간 형체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것을 보면서 엄마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첫사랑 이야기와 함께 나중에 전개되는 엄마와의 관계설명을 위한 복선을 깔아놓고 다시 불속으로 날아드는 벌레이야기로 전환한다. 까마귀가 “까욱, 까욱”하고 우는 설정이 다른 서사로 넘어갈때 다섯번이나 등장한것, &lt;환&gt;에서 주인공의 결혼생활이나 회사에 문제가 있을때마다 아버지가 나타나 면도칼을 선물하여 경종을 울리는 장면 등이다. </h3><h3><br></h3><h3>서사물이란 일련의 현실 또는 허구적 사건들과 상황들을 시간 련속을 통해 구성해내는것이다. 그렇다면 서사물에서의 련속성이란 일종의 인과관계를 통해 형성된 서사적 질서(틈새나 이음새 없이 연결)를 의미한다. 그런데 구호준 소설에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서사적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이음새 있는 형식을 드러내는, 하이퍼텍스트서사의 하나인 서사의 파편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구호준 소설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라열하는 식의 통상적인 스토리(story)형식을 취하지 않고 삽화적(episodic) 플롯을 통해 주인공의 심경을 대변하고 작가의식을 로출하고 있다는점이 특징적이다. 주로 주인공의 내면세계에 대한 묘사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러한 묘사들을 따로 떼여내여 보면 서로 상관없는 내용같지만 심리적인 요소들이 상상이나 련상을 통해 삽화적인 처리로 삽입이 되고, 내면의 인간적 욕구들이 상황과 맞물리면서 적라라하게 표현하고 주제를 형상화한다. 전체 서사에서의 필요한 요소들로 작용하여 나름 작품속에서 질서를 갖추고 있다.</h3><h3><br></h3><h3>구호준소설에서의 또 하나의 주인공 캐릭터는 바로 개인화된 력사서사속의 지식인이다. 캐릭터의 창조는 작가의 정신활동의 산물로서 한 작가가 어떠한 문학관과 력사관을 갖고 있으면 어떠한 인물형상을 구축해낼수 있다. 예로부터 문학과 력사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으며 문학작품속 캐릭터의 배후에는 늘 작가의 력사의식이 숨어있었다. 구호준 소설에서의 력사의식의 형성은 지역과 문화, 즉 조선족들의 집거지인 연변이라는 지역을 떠날수 없으며 민족문화를 떠날수 없는것이다.</h3><h3><br></h3><h3><h3>구호준의 소설 &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의 주인공은 연길에서 글깨나 쓰는 작가로 할아버지와 소와의 스토리가 주 내용이다.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는 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것을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삽화적 플롯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시절의 력사를 회상한다. 할아버지와 소 사이의 작은 이야기에서 “1920년 10월 30일 일본놈들이 장암동마을에 와서 마을남자 36명을 모두 학살하고 이틀만에 다시 찾아와 가족들을 강박하여 무덤을 파게 하고 시체에 불을 지른” 장암동사건이라는 엄청난 력사사실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장암동사건때 소때문에 목숨을 건진 할아버지가 소를 신주마냥 모시고 또한 아버지까지 대를 이어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다루는 것에 반발하면서 “나”의 아들은 “나”를 모방하지 말고 스스로의 인생을 살기를 소망한다. 그러면서도 결말에서는 아들이 성장하여 가족과 마을의 력사를 찾아보고 기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h3><h3>룡정에서 실제로 발생한 조선민족의 참사-장암동사건이 보이지 않는 큰 서사의 줄기이다. 저자는 자신의 력사의식을 소설인물형상에 주입시켰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라는 캐릭터가 곧 작가가 말하려는 력사내용이였다. 소설에서 개인화된 지식인의 력사적 관념을 읽을수 있었다. &lt;륜회&gt;는 &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장안동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이가 그동안 자신의 선조들이 장암동사건의 피해자로 알고 있다가 론문준비과정에서 증조할아버지가 바로 “일본놈들”을 마을로 데려온 앞잡이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엄청난 력사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담담한 어조로, 강이와 동거하던 녀자친구가 갑자기 실종된 강이를 찾아 헤매는것으로 전개한다. 어딘가에서 아가씨랑 자고있을까 의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도 묘사가 되고, 색기어린 교수와 성개방을 외치는 영이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h3><h3><br></h3><h3><br></h3></h3> <h3><br></h3><h3><br></h3><h3>구성들이 조금은 산만하고 진지하지 못한 느낌을 주지만 구호준 소설에서 력사란 거대한 서사가 아니다. 력사사건을 지극히 개인적인 범주로 축소시켜 한 캐릭터 혹은 한 가정의 스토리속에 녹아드는 “작은 력사”로 만들었지만 실제로 독자는 그 속에서 큰 력사를 추적하게 된다. 그동안 망각하고 있던 민족의 아픔을 독자와 후대들에게 상기시키려는 저자의 력사의식을 찾아볼수 있다. </h3><h3><br></h3><h3>&nbsp; </h3><h3>3. 무지한 또는 신성한 존재-아버지 캐릭터</h3><h3><br></h3><h3><br></h3><h3>구호준 소설에서 아버지라는 캐릭터를 정성들여 창조한 소설은 &lt;개눈천&gt;&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와 &lt;환&gt;이다. &lt;개눈천&gt;&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 이 두 소설에서 아버지라는 캐릭터는 마치 한사람처럼 묘사되였고 &lt;환&gt;에서의 아버지 캐릭터는 또 이와 반대로 설정되였다. &lt;개눈천&gt;에서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를 퇴학할때도 오히려 일군이 생겨서 다행으로 생각할것 같은 사람이고, 엄마는 밥이나 차려주고 밭일이나 도와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아버지는 안해보다는 체대가 좋은 소에 더 관심이 있었고, 아픈 안해보다는 암소의 배속에 새끼가 어떤 송아지일까에 관심이 더 컸다.”</h3><h3><br></h3><h3>&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에서도 “아버지는 내 공부는 일체 무시했었기에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학교를 찾아간적도 담임선생님도 본적도 없다. 한번은 아버지랑 소여물을 썰다가 아버지의 심한 잔소리때문에 허둥대다가 오른쪽 검지가 끊어졌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나이가 얼만데 손가락 하나 건사못하냐고 혼냈다. 소엉뎅이가 조금 벗겨져도 며칠을 두고 밤잠을 설치는 아버지였는데 아들 손가락이 짤렸는데도 뜨락또르도 빌리지 않고 기어이 같이 걸어서 진병원에 갔다. 또 불법체류자였던 엄마가 한국에서 차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는 소가 걱정되여 부랴부랴 귀국한다.”</h3><h3><br></h3><h3>저자는 &lt;개눈천&gt;과 &lt;내 마음의 영각소리&gt;에서 가족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뼈속까지 농민근성으로 가득찬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서 아직 뿌리깊이 남아있는 농민들의 락후한 근성, 무지한 농민의식을 려과없이 표출시켰다. 동시에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황폐화된 농촌의 현실과 당대 농촌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파헤친 소설이다. </h3><h3><br></h3><h3>&lt;환&gt;에서의 아버지는 신적인 존재, 계시자, 사랑이 넘치는 지식인, 완벽한 인격체에 가까운 인물이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아버지는 시골학교의 퇴직교원이였는데 여전히 애들을 가르쳤고, 아버지의 말씀은 항상 버릴것이 없어서 성인이 되서도 진리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살면서 여직 주정 한번 한적이 없다. 아버지께 스위스 시계를 선물했지만 서랍에 넣어둔채 60년대에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수혈했을때 보신하라고 정부에서 준 돈으로 산 시계만 걸고 다닌다.” 이처럼 “아버지는 언제나 영원히 신성한 존재였고, 비록 70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항상 기댈수 있는 산이 되어주는, 언제나 갈림길에서 헤맬 때만 찾아주시는” 존재였다. &lt;환&gt;에서 저자는 완벽한 아버지 캐릭터를 통하여 이 사회를 살아가는 도덕규범과 바른 가장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것이다. </h3><h3>&nbsp;</h3><h3><br></h3><h3>4 무너진 기존질서와 고정관념-녀성 캐릭터</h3><h3><br></h3><h3>&nbsp; </h3><h3>엄마:</h3><h3><br></h3><h3>엄마는 자고로 모성애의 대명사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마가 구호준 소설에서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lt;개눈천&gt;에서 엄마는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상대로 부각된다. 주인공 준이는 자고 있는 엄마의 가슴을 몰래 만지면서 이성을 느끼고, 엄마를 보면서 몽정을 했다. 또 “아주 늦은 밤이면 미닫이 없는 집에서 아버지가 엄마를 품는것을 보면서 엄마를 빼앗아간 아버지에게 홀로 화를 내는” 독자들의 일반적인 관념과 상식을 벗어나는 설정이다. </h3><h3><br></h3><h3>전형적인 오디이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의 발로이다. 오디이푸스 콤플렉스는 남성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을 뜻한다. 소설 &lt;개눈천&gt;에서 주인공 준이가 마을을 떠나는 표면적 리유는 강가에서 동네 아줌마가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다가 건달로 락인이 찍혀서 마을에서 살수 없어서였지만 그 이면의 중요한 원인은 엄마를 갖고 싶어서였다.</h3><h3>&lt;개눈천&gt;에서 주인공이 엄마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그다음 작품인 &lt;사랑의 류통기간&gt;에서는 한발짝 나아가서 엄마도 아들을 이성으로 사랑하는 뉘앙스로 굳혀진다. 분명 다른 소설이지만 엄마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변함이 없어 같은 소설 혹은 후속편을 읽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h3><h3>&nbsp; </h3><h3>“가끔 너의 속옷을 들고 한참씩 들여다보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다. (중략) 금방 초중에 입학했을 때에는 엄마의 손이 네 몸을 스칠 때마다 진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네가 전률할 때면 엄마는 한참씩 손을 멈추고 있었다. 다시 너의 몸을 씻어줄 때면 엄마의 입에서는 긴 한숨이 동반되기도 하고.”(중략) “엄마에게는 너 하나뿐이였어. (중략)그러다가 네가 남자로 느껴졌을 때 언젠가 나를 떠날거라는 공포에 젖었고”(&lt;사랑의 류통기간&gt;중에서)</h3><h3>&nbsp; </h3><h3>보편적인 도덕적 한계를 넘어서는 에로티시즘 즉 륜리가 배제된 성적 본능과 관능, 원시주의적 감정 등의 요인들을 유미주의의 입장에서 고찰할 수 있다. 현실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라도 소설 내적 론리를 통하여 문학적 현실을 독자들에게 설득시키려는 저자의 과감한 도전과 배짱이 엿보인다.</h3><h3><br></h3><h3><h3>안해:</h3><h3><br></h3><h3>구호준 소설에서 안해라는 캐릭터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조신하고 사랑스러운 현모양처의 조선족 녀성상이 아니였다.</h3><h3>&lt;개눈천&gt;에서 안해는 스무살이 넘지만 두살 정도의 사유밖에 못하는 공장장의 바보딸로 목욕조차 싫어하는 몸에서 냄새가 나는 녀자였다.</h3><h3>&lt;사랑의 류통기간&gt;에서 안해는 처음 합방할 때 “섹스도 바로 못해? 남자라면 녀자를 만족시킬줄 알아야지. 완전 숙맥이군”라는 말로 “나”를 괴롭혔고 결혼 3개월만에 한국으로 무정하게 떠나버린 녀자였다.</h3><h3>&lt;환&gt;에서 안해는 “단순히 남편에게서 용돈을 타내여 쓰는 재미에 살았고, 용돈을 타는 날만 잠자리를 같이하는 기생같은”녀자였다. 뿐만아니라 성기구나 야한 포르노를 통해 자위를 하고, 다른 녀자를 시켜 자기 남편을 육체로 유혹하고 회사까지 망하게 하는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녀자로 묘사된다. </h3><h3><br></h3><h3>이처럼 구호준 소설은 결혼생활에 대해 아주 랭소적이고 부정적이다. 소설속 인물들은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것이 아니라 현실욕구에 의해 결혼을 유지한다. 이러한 의도적인 캐릭터 설정에서 우리는 권태기, 외도, 경제적 문제 등 많은 갈등으로 점철된 현시대 쇼윈도우 부부들의 가식적인 삶, 신성한 결혼까지도 실용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이 시대를 폭로하고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수 있다.</h3><h3>&nbsp; </h3><h3>기타 녀성:</h3><h3><br></h3><h3>구호준은 소설의 캐릭터를 창조함에 녀성의 비중을 꽤 많이 두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에서의 녀성캐릭터는 주인공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h3><h3>&lt;개눈천&gt;에서 주인공은 중학교 때 짝사랑한 조문선생을 단 한번이라도 갖고 싶다고 고백하고 장모는 빼앗고싶은 녀자라고 표현한다. </h3><h3><br></h3><h3>&lt;사랑의 류통기간&gt;에서 산 속에서 만난 삼장녀자는 “지극히 박색”임에도 주인공이 단순한 성적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잠자리를 같이 하는 녀자로 설정된다.</h3><h3>&lt;환&gt;에서 미영은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에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육체를 남자를 유혹하는 유력한 무기로 생각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심적 거리낌이나 정조관념, 도덕적 반성이 전혀없는 녀성이다.</h3><h3>&lt;륜회&gt;에서도 모든 것을 남자에게 의존하는, 결혼전에 남자친구와 동거하여 임신까지 한 녀학생이다. 거기에 “질서없이 이성과 하루밤 호텔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성적으로 개방된 학생신분의 녀자친구 영이도 등장한다.</h3><h3><br></h3><h3>이러한 녀성 캐릭터에 대한 창조는 전통사회의 륜리나 도덕에 대한 대치와 반역이며, 조선족사회 녀성들의 세계관과 정조관의 변화에 대한 대한 랭소적인 태도이며, 현실생활에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회에 대한 저자의 조롱이기도 하다. </h3><h3>정리해보면 70년대 출신 작가로서 구호준의 소설 창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창한 서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삶에 눈을 돌려 인간성을 깊이 있게 탐구해왔고, 조금은 객관적이고 랭정한 태도로 당대 사회 속의 인간들의 추한 면들을 폭로하였다. 이처럼 야비하고 혐오스러운 캐릭터들의 행동륜리궤적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 제시와 병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구호준의 다섯편 소설의 맥락에서 보았을때 앞으로의 창작 또한 조선족사회의 인간탐구와 륜리의 기준에 대한 도전은 끝나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h3><h3><br></h3><h3>구호준의 소설은 우의 내용에서 언급한것처럼 세계에 대한 견해와 인생에 대한 리해, 력사에 대한 깨달음을 새로운 캐릭터 창조를 통하여 작품에 응집시킨 점, 하이퍼텍스트적인 새로운 서사방법의 시도 등 다양한 장점들을 찾아 볼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계점도 로출되였다.</h3><h3><br></h3><h3><br></h3></h3> <p><br></p><p>첫째로, 캐릭터 설정의 미숙함이다.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캐릭터 창조를 추구했지만 캐릭터사이의 론리적 관계가 다소 밋밋해서 발상의 참신함을 끝까지 밀고가지 못했다. 례를 들어 &lt;환&gt;에서 내연녀가 녀비서를 조심하라고 미리 경고해버려 저자가 시도했던 반전이 임팩트있게 전달되지 못했다.</p><p>둘째로는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와,작품간의 류사점이 많다는 점이다. 례를 들면 &lt;환&gt;에서 안해가 직접 신고만 해도 남편의 회사를 망하게 할수 있는데 굳이 녀비서가 등장하여 몸까지 허락하면서 회사를 망하게 하는 설정 등이다. 소설에서 물론 픽션이 필요하지만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리얼리티와 론리적인 전개가 더 필요하다. 류사점이 많다고 하는것은 소설들의 주인공의 이미지, 아버지와 어머니 캐릭터, 녀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등이 거의 비슷하기때문이다.. </p><p>셋째로 에로티즘적 묘사가 빈번한데 비해 대부분이 민초들의 치정이나 원초적인 욕망에 충실하는 정도를 반영하는데 그칠뿐(불륜, 외도, 혼전동거 등) 진선미(眞善美)에 대한 구가(謳歌)가 없다. 진흙탕속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텐데 자기만의 철학적 기반을 가진, 단지 애욕만이 아닌 독자를 끌여들일만한 좀 더 체계적인 설정이 필요하다.</p><p>&nbsp; </p><p><br></p><p>5. 결말을 대신하여</p><p><br></p><p><br></p><p>이상 70년대생 조선족 작가연구의 일환으로 구호준소설의 캐릭터 창조와 서사방법 및 작가의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았다. </p><p>그동안 50~60년대생 작가들의 그늘에 가리워, 신매체 리용에 능하고 이슈를 만들줄 아는 80~90년대생 작가들의 참신함에 가리워 70년대생 작가들은 주목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 물론 70년대생 작가들은 50~60년대생 작가들에 비해 개인적인 경험이나 력사에 대한 거시적인 리해, 반성적인 시각, 보편적 가치에 대한 파악 등이 부족할수는 있다. 그렇지만 지금 70년생 작가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중년의 반열에 들어섰다. 중년은 작가가 진정으로 성숙하는 관건적인 단계로70년생 작가들은 이미 풍부한 인생경험과 깨달음을 얻었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더 폭넓은 리해를 축적했기때문이다. </p><p>그렇다면 우리 조선족 소설은 어떤 특징을 가져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수 있는가? 70년대생 작가들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결말을 대신하여 이러한 질문을 던져봄과 동시에 필자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p><p><br></p><p>첫째: 작품이 시대상을 잘 담아냈는지? 즉 인물들의 시대적 삶을 잘 표현했는지?</p><p>둘째: 소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 독자의 호응도를 노리지 않고, 순수 문학예술을 추구했는지? 아니면 독자와 공감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하는지? 아니면 민족적 군상을 특징적으로 나타내려는것인지? </p><p>셋째: 사회성, 인간애 등 보편적 가치관이 잘 표현되고 있는지? </p><p>넷째: 문학적 필체가 아름다운지? 스토리가 매력적인지? </p><p><br></p><p>다섯째: 작품에서 조선족들의 시대적 삶을 잘 표현했는지? 격변기의 민족사회, 인물들의 력동적인 삶, 특히 조선민족의 특징적인 삶이 잘 표현 되었는지? 조선어의 매력이 충분히 표현되였는지? </p><p>필자는 적어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다 고려될 때 좋은 작품들이 탄생할것이라 생각한다.</p><p>끝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이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는 시기에 성장한 70년대생 작가들이 기존의 전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민감할줄 아는, 더 넓은 시야와 흉금으로 세상을 보며 더 좋은 작품들을 다산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p><p><br></p><p>&nbsp;</p><p>(끝)</p><p><br></p><p><br></p><p><span style="color: rgb(176, 79, 187);">* 2019년 5월 25일 중앙민족대학에서 개최된 "70년대생 조선족 작가 작품 연구회"에서 발표했던 논문을 평론으로 줄인 글임.</span></p><p><br></p><p><span style="color: rgb(176, 79, 187);"><span class="ql-cursor"></span></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