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하루</h3><h3><br></h3><h3>폭우 기상예보가 내려졌습니다.</h3><h3>천둥 번개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라고 합니다. 어떤 지역에는 우박도 내린다고 하네요.
</h3><h3>하늘에는 먹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열린 창가로 빗바람 내음이 들어옵니다.
</h3><h3>많이 내려야지... 억수로 내려야지...
</h3><h3>초봄부터 비상인 가뭄피해에 땅은 메말라가고 쩍쩍 갈라지고 있습니다. 내 가슴 한구석도 가뭄이 든듯 메말라 있습니다.
</h3><h3>땅의 절규가 들리는 듯 합니다.
</h3><h3>하늘이 그리워서, 하늘이 내려주는 사랑이 그리워서 땅은 절규하고 있는걸까요.
</h3><h3>나도 막연한 누군가가 그리운 걸까요.
</h3><h3>하늘은 하늘대로 높고 땅은 땅대로 낮고 그대들은 이렇게 비며 눈이며 바람이며 햇살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겠지요.
</h3><h3>내에게 든 가뭄도 감성을 말라비틀어버리는 듯 합니다. 그리운 사람을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가요.
</h3><h3>그래서 비가 내리면, 땅이 흠뻑 젖어들면 나도 덩달아 촉촉해지고 생기를 찾을 것만 같습니다.</h3><h3><br></h3><h3>이틀</h3><h3><br></h3><h3>그리고,</h3><h3>그날이었습니다.
</h3><h3>우리가 만나자고 얘기를 나눈 것은.
</h3><h3>- 꼭 한번 가야겠네... 올해는 꼭 봤으면 좋겠다...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늘 그립다는...
</h3><h3>- 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거주하는 남과 북 사이 어디쯤 만나볼가요? 재밌겠다... 이렇게 가운데쯤 만나면요...
</h3><h3>- 하하하 그런 방법도 있네요... 수필 한 둬편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요...
</h3><h3>그래요. 수필도 한 둬편 나와야 겠지요.
</h3><h3>그보다도 우리는 정말로 만나야 겠지요.
</h3><h3>저 푸른 녹음마저도 숨막히게 드리우는, 그런 여름이 시작되고 있네요.
</h3><h3>우리는 만나야 해요.
</h3><h3>잦은 만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끔씩이라도 만나야 해요.
</h3><h3>만나서 눈빛도 나누고 서로의 가슴을 적셔주어야 해요.
</h3><h3>서로의 영혼에 스며들어야 해요.
</h3><h3>내가 그대를 쫓아가던가.
</h3><h3>그대가 나를 따라오던가.
</h3><h3>아니면 가운데쯤 어디서 만나야 해요.
</h3><h3>사람은 결국 자신을 가장 닮은 것을 찾아가게 되는거지요.
</h3><h3>눈빛도
</h3><h3>마음도
</h3><h3>영혼까지도...</h3><h3><br></h3><h3>사흘</h3><h3><br></h3><h3>따뜻합니다.</h3><h3>뜨거운 물을 따라놓은지 두시간이 다 되는 이 다관이 아직도 온기가 있습니다.
</h3><h3>저으기 놀랐습니다.
</h3><h3>보이차를 우려놓고 감감 잊은 시간에도 따스한 온기로 나를 기다려 준 다관입니다.
</h3><h3>두손으로 다관을 감쌉니다.
</h3><h3>어떤 흙으로 빚어지고 어떻게 구워졌길래 너는 잘 식지도 않는구나.
</h3><h3>나도 이 다관처럼 오래오래 따뜻한 사람이었던지 생각해봅니다.
</h3><h3>누가 그랬던가요?
</h3><h3>“이만큼 살아왔으니 마음도 이만큼 넓어지고 따뜻해졌다는것”이라고.
</h3><h3>아닙니다.
</h3><h3>이만큼 살아왔는데 마음은 더 좁아지고 서늘해진 것 같습니다.
</h3><h3>저으기 자신이 미워집니다.
</h3><h3>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조금만 어떡해도 언짢아지는 세상입니다.
</h3><h3>가끔은 참 시시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h3><h3>미간도 자주 찌프려서 하천 ‘천’자 주름이 제대로 찍혀있습니다.
</h3><h3>나는 아직도 넓어지고 따뜻해지려면 한참은 멀었습니다.
</h3><h3>그래도 이 다관처럼 오래오래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은 욕심일가요?
</h3><h3>이 다관처럼 오래오래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이 다관 속의 보이차처럼 숙성미가 깊은 사람을 만나 내몸에도 깊은 향이 배이고 그 향 또한 오래오래 내몸에 머무르게 하고 싶습니다.
</h3><h3>그러면 나 역시 향기로워지고 따뜻해지겠지요.
</h3><h3>만남은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지요.</h3><h3><br></h3><h3>나흘</h3><h3><br></h3><h3>오후입니다.</h3><h3>작열하는 초여름의 태양도 서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h3><h3>오늘 하루해도 저기 서산마루에 붉게 걸리겠네요.
</h3><h3>하루도 다 지나가버립니다.
</h3><h3>만난 사람도 없이.
</h3><h3>해놓은 일도 없이.
</h3><h3>갑자기 누군가가 그리워집니다.
</h3><h3>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h3><h3>너무 오래동안 그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h3><h3>그대도 내맘처럼 내가 그리운 걸까요.
</h3><h3>그대가 그립습니다.
</h3><h3>그리고 사람이 그립습니다.
</h3><h3>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싫습니다.
</h3><h3>힘든 고역입니다.
</h3><h3>마음과 영혼을 한곬으로 흐르게 하지 못합니다.
</h3><h3>때로는 마구 헷갈리기도 합니다.
</h3><h3>가능하면 한사람씩 만나고 싶습니다.
</h3><h3>그냥 마주 앉아서 침묵을 해도 좋습니다.
</h3><h3>서로 눈빛만 보아도 통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 좋습니다.
</h3><h3>적어도 우리는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이렇게 만나고 생의 일부분을 동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h3><h3>만남의 희열과 환희는 살짝 가라앉히고 숨소리와 눈빛으로 우리만의 이 순간을 깊게 느끼는 겁니다.
</h3><h3>내면으로 흐르는 이 기쁨은 오래가도 잊혀지지가 않을 것입니다.</h3> <h3>닷새</h3><h3><br></h3><h3>새벽부터 비가 내립니다.</h3><h3>그대, 나의 상공 지나며 가슴 저릿 하셨나봅니다.
</h3><h3>지나간 자리 비로 내리며
</h3><h3>그대, 나를 푹 적셔주네요.
</h3><h3>이렇게 우리는 서로 스며들었습니다.
</h3><h3>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h3><h3>가사가 없는 순수한 선율입니다.
</h3><h3>슬픔이 잔잔하게 깔려 있는 선율이 가슴으로 흘러듭니다.
</h3><h3>만남과 이별과 세월이 가득 고여있어 나를 흠뻑 적십니다.
</h3><h3>비가 내리고 내가 젖고
</h3><h3>오늘은 한결 고와진 하루입니다.
</h3><h3>...
</h3><h3>...
</h3><h3>...</h3><h3><br></h3><h3>무한 겁</h3><h3><br></h3><h3>언제나 그랬습니다.</h3><h3>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대가 있고 내가 있습니다.</h3><h3><br></h3><h3><br></h3><h3>2017.07.02</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