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b style="color: rgb(237, 35, 8);"> . </b><b style="color: rgb(22, 126, 251);">조선시대 녀류시인들 시와 사랑 18:</b></p><h1><b> 일부종사(一夫從事)를 하지 못한</b></h1><h1><b> "재가렬녀(再嫁烈女)"</b></h1><p><b> ㅡ 황해도 곡산기생 매화의 슬픈 비련(悲戀)</b></p><p><b> 홍용암 (편저)</b></p><p><br></p><p><br></p> <p><br></p><p><br></p><h1><b> 난공불락의 철벽요새로 </b></h1><h1><b> 소문난 동기(童妓)</b></h1><p><br></p><h5><b> 매화(梅花) 옛등걸에 춘색(春色)이 짙어가니</b></h5><h5><b> 옛 피던 가지에도 꽃이 필법 하다마는</b></h5><h5><b> 춘설(春雪)이 란분분(乱纷纷)하니 필똥말똥</b></h5><h5><b> 하여라</b></h5><p><br></p><p><b> 웃시조는 조선 광해군(재위 1608~1623)때의 황해도 곡산(谷山)의 한 기생이 남긴 작품인 "매화사(梅花思)"이다.</b></p><p><b> 그녀의 이름은 매화(梅花)인데 성(姓)은 알려져있지 않다. 그녀의 생몰년대도 미상(출생은 1600년경으로 추정)으로서 <<계서야담>>에 수록된 이 작품에는 시적화자인 매화와 곡산사또 홍시유(洪時裕)와의 목숨을 건 사랑의 애닲은 비련(悲恋)이 깃들어있다.</b></p><p><b> 현재까지 그녀의 시조는 도합 6수가 전해진다.</b></p><p><b> 지금으로부터 대략 400년전, 황해도 곡산에 매화라고 부르는 한 동기(童妓)가 있었다.</b></p><p><b> 그때 그녀의 나이 열여섯살, 타고난 용모가 절세의 미녀요 재주가 비상한데다가 어려서부터 기생수업을 열심히 닦아서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고 악기도 잘 탔다. 특히 시조에 능했다.</b></p><p><b> 곡산은 황해도에서도 편벽한 고을이다. 마을사람들은 그녀와 같은 절세의 미인을 이런 벽지(僻地)에 태여나게 한 신의 장난을 은근히 걱정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곡산에서 돈깨나 세도가 있다하는 풍류한량들은 누구나 다 매화의 머리를 얹어주지 못해 안달을 하고 다녔기때문이다.</b></p><p><b> 본래 송곳은 주머니속에 깊이 넣고 다녀도 그 끝이 삐여져 나오게 마련이고 복사꽃, 오얏꽃은 사람들을 부르지 않아도 그 밑에 저절로 길이 나게 마련이다.</b></p><p><b> 매화의 소문은 날개가 돋힌듯 쫙 퍼져서 황해도 일대에서 수많은 한량배들이 돈보따리를 나귀에 싣고 곡산으로 몰려들었다. 하여 아직도 동기(童妓)인 매화의 집은 언제나 문전성시였다.</b></p><p><b> 그러나 정작 매화는 등이 닳은 한량배들에게 랭담했다. 오히려 누가 먼저 자기의 머리를 얹어주느냐 경주를 하고있는 그들이 가소로와보였다. 그녀는 철저한 "정절관"을 갖고있어 절대로 그 누구의 입술에 겉발린 감언리설에 넘어가지 않았다. </b></p><p><b> <<렬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읺고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거늘(烈女不更二夫, 忠臣不事二君) 녀자는 정절을 생명같이 여겨야 한다. 한 남자에게 일단 한번 몸을 허락하면 일생을 섬기는 녀인이 되여야 한다. 그만한 남자가 나타나기전에 어찌 그리 호락호락 넘어갈소냐...???!>></b></p><p><b> 돈이 제일이 아니라는것이 매화의 깊은 생각이였다.</b></p><p><b> 어느날, 돈많은 한량과 또 술자리에서 어울렸다. 그 한량이 매화를 구슬렸다.</b></p><p><b> "나는 너의 머리를 얹어주기 위해 마누라를 친가에 보내고 불원천리 달려왔느니라. 내가 너의 머리를 얹어주게 해다오."</b></p><p><b> "어머, 고마와라! 미천한 저를 그토록 생각해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b></p><p><b> "그럼 허락한단 말이냐?"</b></p><p><b> "아니여요, 아직 그런 말씀은 드리지 않았사옵니다."</b></p><p><b> "그럼 내가 돈이 없을것 같으냐? 이래뵈두 난 해주의 만석군이란다. 내 너를 평생 호의호식하게 해주마!"</b></p><p><b> "제가 옛사람의 시조 한수를 불러올릴가요?"</b></p><p><b> "그래라. 네가 나를 위해 노래를 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냐? 어서 불러보렴!"</b></p><p><br></p><p><b> 이 세상 부귀한 사람들이여, 가난한 선비를 비웃지 마라</b></p><p><b> 석숭(石崇)은 루거만재(累巨萬財, 많은 보물)로도 일개 필부에 그치였고</b></p><p><b> 안자(顔子)는 가난하여 표주박의 물을 마시면서도 성현의 자리에 올랐나니</b></p><p><b> 내 비록 가난하여도 열심히 길을 닦으면 남의 부귀가 무에 부러우리오?!</b></p><p><br></p><p><b> "음, 돈만 가지고는 안된단 말이렷다...?!"</b></p><p><b> "예, 옛어른들께서 '조강지처는 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금방 하신 말씀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줄 아뢰옵니다. 그 말씀대로 지금 저를 위해 집에 계신 부인님을 친정으로 보내셨다면, 이는 장차 다른 녀인을 위해서도 또 저를 다시 친정으로 보내실수 있다는 말씀이 아니오리까...?!"</b></p><p><b> 좌중이 박장대소한다. 한량은 무안해서 얼굴이 수수떡이 된채 아쉬운 걸음으로 곡산을 떠났다. 매화의 말에서 그녀의 정절을 도저히 꺾을수 없음을 알았기때문이다.</b></p><p><b> 그런 소문이 퍼지자 그녀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 갔다. 본래 오르지 못하는 나무는 더더욱 높아보이는 법이다. 매화가 도도하게 굴수록 한량들은 애가 더 탔다. 이제는 곡산뿐만이 아니라 도처에서 내노라하는 한량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b></p><p><b> 그들은 녀자를 다루는 일에는 백전로장, 까짓 기생 하나쯤 다루지 못하겠냐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해보았으나 모두가 판정패, 돈으로 어우르고 달콤한 말로 꾀여도 보고 인정으로 달래도 보고 눈물로 하소연도 해보았으나 도무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철벽요새인 매화였다.</b></p> <h3><b><br></b></h3><h3><b>
</b></h3><h1><b> 일부종사(一夫從事)를 </b></h1><h1><b> 원했던 절색기녀</b></h1><b>
그렇게 도도한 매화가 함락된것은 그녀가 17세 되던 이듬해 봄, 황해도 관찰사 어윤겸(魚允謙, 1569~1625)이 관내 순시차 곡산에 들렀을 때였다.
곡산 사또가 마련한 주연에 나온 매화를 보고 관찰사는 깜짝 놀랐다. 한편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두메고을에 저런 천하절색이 있다니?! 젊었을때부터 호걸스런 풍류객이였던 어윤겸은 매화에게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다.
사또는 특별히 매화에게 명하여 정성껏 관찰사의 시중을 들게 했다. 객사로 돌아온 어감사는 자리에 앉아서 시중드는 매화를 또다시 황홀하게 찬찬히 살펴본다. 어디를 보나 조금도 나무랄데 없는 미인이였다.
그녀가 술상을 물린다음 비단이불에 원앙금침을 깔아놓고 나가려 할 때 관찰사가 매화를 꼭 붙잡았다.
"올해 네 나이가 몇살이냐?"
"예, 열일곱이옵나이다."
"그래 좋은 나이렷다. 앉아서 얘기나 좀 하다가 가려무나!"
매화는 하는수없이 살포시 곁에 앉는다.
"너는 머리를 보니 동기(童妓)가 분명한데, 여지껏 머리를 얹어주겠다는 사람이 없더냐?"
"아니옵니다. 있기는 있사오나 소녀가 거절하였사옵니다."
"아... 아니, 거절하다니?"
"황공하오나 아무리 미천한 천기일지라도 한번 몸을 허락하면 한평생 그분을 위해 수절해야 하는것으로 아옵는데, 여직껏 그런 분을 만나지 못했사옵나이다..."
"음, 갸륵한 생각이로구나! 그래, 녀자는 정절이 생명이여야지..."
어윤겸은 속으로 신음한다. (내 나이가 10년만 더 젊었던들...)
"매화야, 사또가 왜 너를 이 방에 들여보냈는지 아느냐?"
"예..."
"그럼 분명 수청을 들라고 들여보낸줄 알면서도 거역관장하고 그냥 나가려했단 말이냐?"
"황공하오나, 소녀는 금방 말씀드린대로 절개를 소중히 여기옵기에 그리하였사옵나이다..."
"음, 그러면 넌 내가 널 희롱만 하고 갈것으로 알았단 말이냐?!"
" ... "
"내 너의 정절관에 감탄했느니라! 강박하지 않겠으니 너는 네가 바라는 그런 사람을 만날 때까지 계속 소중한 정절을 지키거라. 나가보아라..."
그바람에 놀란것은 매화였다.
관찰사의 지위와 위엄과 권력으로 강제로 수청들라고 명을 해도 옴짝달싹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런데 어감사는 그러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매화를 보고 어감사가 재촉한다.
"너같은 미인을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건 아니다만, 이 늙은것이 네 뜻을 가상히 여겨 내보내는게다. 그리 알고 어서 돌아가거라."
매화는 생각해본다. 이런 착한 분이라면 몸과 마음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갈마든다. 허구많은 한량들에게 시달리는데도 이제는 퍼그나 신물이 나고 지쳤다. 차라리 인격높은 분에게 피곤한 몸과 맘을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화는 착잡하던 마음을 가다듬고는 "소녀 오늘밤 감사님을 모실가 하옵니다..."라고 말했다.
어감사는 속으로 크게 기뻤다. 알수 없는것이 녀자의 마음이구나! 사실 속으로는 매화를 그냥 놓쳐버리기기가 엄청 아까운 마음이였는데...
어감사는 <<인생은 뜻을 얻었을 때에 모름지기 환락을 다할것이니/ 황금의 술단지를 달빛아래 헛되이 버려두지 말라(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는 리백의 시를 생각하며 매화의 손을 끌어 잡았다. 도학자적 륜리도덕심을 최대한 발휘하던 어윤겸도 결국 매화의 미색에 빠지고 만다.
깊어가는 밤의 정적은 두사람의 숨소리만 크게 들리게 한다. 초불이 펄럭 꺼졌다...
어감사를 모신 매화는 행복했다. 하향천기(遐鄕賤妓)가 하루아침새에 일약 감사의 "작은댁 마님"이 된 기분은 그녀를 행복스럽게 했다.
이 세상에 태여나서 난생처음 남자에게서 받아보는 감사의 극진한 애무가 그녀를 황홀하게 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다만 서운함이 있다면 나이가 너무 많다는것뿐, 하지만 그것도 다 팔자소관이려니 생각하며 마음의 자세를 다잡는 매화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매화의 몸은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감사의 몸은 점점 더 로쇠해만 갔다...</b> <p><br></p><p><br></p><h1><b> 젊은 사또 홍시유와의 </b></h1><h1><b> 목숨건 열련(热戀)</b></h1><p><br></p><p><b> 그러던 어느날, 곡산에 있는 로모한테서 편지가 왔다. 사연인즉 병이 깊어 열흘을 넘기기가 어려울것 같으니 죽기전에 꼭 한번 보고싶다는 긴급한 사연이였다.</b></p><p><b> 다음날 일찍 매화는 곡산을 향해 떠났다. </b></p><p><b> 그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사립문을 열고 매화를 맞는것은 건강한 어머니였다.</b></p><p><b> "어찌된 일이세요?"</b></p><p><b> "글쎄, 나중에 얘기할테니 어서 들어오너라."</b></p><p><b> 알고보니 사연은 이러했다. 매화가 어감사를 따라 해주 감영에 올라간후, 신임사또 홍시유(洪時裕)가 곡산에 부임해왔는데 홍사또는 부임하자마자 소문으로만 듣고 줄곧 몰래 애모해오던 매화를 찾았으나 이미 떠난 후였다. 사또는 한발 늦었음을 통탄하면서도 장차 기회를 엿보아 그녀를 단 한번만이라도 만나보기 위해 매화의 로모를 친부모마냥 음으로 양으로 친절히 관심해주고 보살펴주고 도와주었다. 그리고 끝내 그 로모를 감동시키고 설득시켜 매화에게 상술한 거짓편지 한통을 써보내게 한것이다.</b></p><p><b> "사또님이 너를 저렇게 간절히 보기를 원하니, 한번만 만나주어라!"</b></p><p><b> 어머니의 말을 들은 매화는 흠칠 놀랐다. 누구보다도 정절관념이 강한 매화였다. 더우기 이제는 어감사를 모시는 몸으로서 더욱 당치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동안 홍사또의 신세를 많이 진 어머니의 간곡한 청이라 단마디로 거절해버리기도 딱하여 망설였다.</b></p><p><b> 그러나 거듭되는 어머니의 간청에 못이겨 매화는 결국 다음날 홍시유를 만났다.</b></p><p><b> 술상에서 끝내 몰래 짝사랑하던 절세가인 매화와 마주앉은 홍사또는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몰라하였다.</b></p><p><b> "매화야, 내가 너를 위해 '매화타령(梅花打令)'을 부르마!"</b></p><p><b> 홍사또는 매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싶었다. 심지어 목숨이라도 주고싶어하였다.</b></p><p><b> 매화는 어윤겸에 대한 죄책감이 갈마들었지만 그토록 열렬하게 그녀를 추구하며 구애하는 유식한데다가 젊고 멋진 홍시유의 뜨거운 사랑과 그 유혹을 도무지 물리칠수 없었다. 그만큼 그녀도 저도 모르게 홍시유에게 끌렸던것이다.</b></p><p><b> 매화는 홍시유가 부르는 "매화타령"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동시에 눈앞의 건장한 홍사또에게 자꾸만 끝없이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b></p><p><b> 피차 반한 청춘남녀인 두사람은 마침내 서로 죽자 살자 탐닉하며 그만 그 도적사랑의 진수렁에 깊숙히 빠져버리고 말았다.</b></p><p><b> 그날밤 매화는 홍시유한테서 난생처음으로 녀자로서의 진정한 기쁨과 최고의 절정을 제대로 만끽하는 별유천지, 극락세계에 가보았다. 몇번이고 까무러칠듯한 실로 말로 형언할수 없는 이상하고 신비한 쾌락과 희열에 신음하며 세차게 몸부림치고 발버둥질 쳤다. 그리고는 기진맥진하여 푹ㅡ 쓰러졌다...</b></p><p><b> 환락의 밤이 지나가고 새 아침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전연 알지 못하고 살아오던 또다른 새로운 신비의 세계를 이제서야 뒤늦게 발견한 매화였다.</b></p><p><b> 그날부터 보름동안 매화는 홍사또의 품속에서 태워도 태워도 끝이 없는 정염(情炎)을 한없이 한없이 활활활 불태웠다.</b></p><p><b> 그러나 보름간의 말미는 두사람에게 너무나도 짧았다. 정말로 야속스러울 정도로 짧았다.</b></p><p><b> 드디여 매화는 어감사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매화를 보내는 홍사또는 눈물을 흘리며 "남포(南浦)"라는 시를 적어 매화에게 주었다.</b></p><p><br></p><p><b> 강물우에 눈이 녹아 물이 넘실 불었는데</b></p><p><b> 밤이 되니 죽지가의 슬픈 곡조 들려오네</b></p><p><b> 당신과 헤여지면 그리움을 어찌하나?</b></p><p><b> 사무치게 그리운 정 저 물결에 실어보내리.</b></p><p><br></p><p><b> 홍시유가 주는 시를 받아든 매화는 이런 시조 한수를 써서 화답하며 떠나가는 그 아픔을 달랬다.</b></p><p><br></p><p><b> 살뜰한 내 마음과 알뜰한 님의 정을</b></p><p><b> 일시상봉(一時相逢) 그리워도 단장심회(斷腸心懷) 어렵거든</b></p><p><b> 하물며 몇몇날 꼬박 만리장성 쌓았음에랴!</b></p><p><br></p><p><b> 이렇게 아쉬움과 그리움을 가득 안고 매화는 하는수없이 해주로 떠나갔다.</b></p><p><b>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또다시 홍사또의 품에 꼭 돌아오리라는 결심을 속으로 굳게 다지면서 떠나는 매화였다...</b></p> <h3><br></h3><h1><b> "예양"으로 추앙되는</b></h1><h1><b> "재가렬녀(再嫁烈女)"</b></h1><b>
해주 감영으로 돌아온 매화는 일상이 왼전히 이전과 같지 않았다. 한번 깊이 들인 그 사랑의 단맛을 잊을수가 없어서 매화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로지 홍시유생각뿐이였다.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어도 옛날에는 그리도 황홀하게만 느껴지던 어감사의 살틀한 애무마저 별로 미지근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한여름 폭염속의 태양처럼 불비를 슝슝슝 쏟아붓던 홍시유의 그 뜨거운 정열을 떠올리는 일이 점점 더욱 잦아졌다.
홍사또에 대힌 주체할수 없는 련정과 그리움을 그녀는 이렇게 노래불렀다.
야심(夜深)에 오경(五更)토록 잠못이뤄 전전(轉輾)할제
궂은 비 문령성(聞鈴聲)에 상사(相思)로 단장(斷腸)이라
뉘라서 이 행색(行色) 그려 님의 앞에 전할가?!
이 시를 좀 더 알기 쉽게 해석하면 <<밤 깊은 새벽까지 잠 못들어 이리저리 뒤척일적에/ 궂은 비속 방울소리 들려와 그리움으로 창자가 끊어지네/ 그 누가 님을 그리는 내 모습 그려다가 님의 앞에 전해줄가?>>이다.
홍시유에 대한 애틋한 련정이 풋풋이 묻어나는 련애시조이다.
꿈에 뵈는 그 님이 인연없다 하건마는
탐탐이 그리온제 꿈 아니면 어이하리
꿈이야 꿈이언마는 자로자로 뵈여라!
다음날부터 매화는 아예 식음을 전페하고 지병으로 그만 자리에 드러눕는다. 감사가 크게 놀라 명의를 불러다가 진맥을 시키고 약을 지어 먹이며 치료하려 드나 그런다 해서 나을리 없는 속앓이병이니 차도가 있을리 만무했다.
어감사야 그러건 말건 매화는 매화대로 계속 홍사또를 그리며 또 한수의 사랑시조를 짓는다.
심중(心中)에 무한사(無限事)을 세세(細細)히 옮겨다가
월사창(月紗窓) 금수장(錦繡帳)에 님 계신 곳 전하고자
알뜰이 그리는 맘을 짐작이나 하실가...
울적한 그녀는 꼬박 며칠밤 며칠낮을 꼼짝않고 그렇게 누워서 지냈다.
어느덧 홍시유를 향한 상사병이 골수까지 깊숙히 들어 막ㅡ 미칠것만 같았다. 아니, 죽을것만 같았다.
매화는 마음속으로 홍시유가 있는 곡산을 향해 목터지게 피타게 부르짖고 있었다.
죽어 잊어야 하랴 살아 그려야 하랴
죽어 잊기도 어렵고 살아 그리기도 어려워라
저 님아 한 말씀만 하소라 사생결단하리라!
병석에 드러누운 매화가 그때 지은, 홍시유에 대한 하늘끝까지 사무치는 절절한 그리움이 드디여 폭팔하는 또다른 한수의 사랑시조이다.
그 시를 그 뜻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차라리 죽어서 잊어버려야 할지? 아니면 굳이 살아서 계속 죽도록 그리워해야 할지? 죽어 잊어버리기도 어려운 일인데 살아 영영 그리워한다는것도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님아, 한 말씀만 해달라! 이제는 사생결단하리라!>> 그렇게 죽음마저 떠올리게 오직 님만 그리워하는 너무 힘든 내 마음을 스스로도 도무지 걷잡을수 없다는 말이다.</b><div><h3><b> 섬찍해날 정도로 무서운 말이기는 하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는 감동적인 말이다. 다른 한편 정조관념이 몹시 강했던 그녀의 고통스럽고 모순된 심태를 잘 드러내는 그녀다운 노래이기도 하다.</b></h3><b> 그러던 어느날, 매화는 갑자기 머리를 풀어헤치고 속옷만 걸친채 네거리를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짐짓 미친체 하는것이다.
</b><h3><b> 어윤겸을 떠나 홍시유에게 가기 위한 마지막 고육지책이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아니하면 그 늙은 어윤겸이 절대로 그녀를 놓아줄리 만무한 일이니깐.</b></h3><h3><b> 그러한 매화의 속내를 근본 알리 없는 어윤겸은 매화의 병을 낫게 하려고 의원을 불러 무진애를 다 써보았지만 차도가 없자 하는수없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쉬운대로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곡산의 홍사또에게 그녀를 특별히 잘 돌봐줄것을 부탁하는 편지까지 쓴다. </b></h3><h3><b> 그러자 매화는 갇혔던 초롱속에서 풀려난 새마냥 금시 하늘을 막 날것만 같았다. 금쪽같은 자유를 얻은 매화는 해주에서 한달음에 곡산으로 달려가 다시 홍시유의 품에 덥석 안겼다. </b></h3><h3><b> 이제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또다시 그들 둘만의 정염(情炎)을 마음껏 활활활 불태울수 있게 된것이다.</b></h3><b> 그러나 두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몇달후 홍시유는 어윤겸으로부터 해주 감영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른바 "병신옥사(丙申獄事)"사건이 터진것이다.
</b><h3><b> 집권파에 속했던 홍시유가 이에 련루되여 참형을 당하고 뒤이어 그의 정실부인도 남편을 따라 목을 매여 자결함으로써 일부종사의 본을 보였다. 매화는 그녀의 죽음앞에서 경건하고 숭엄해졌다.</b></h3><h3><b> 너무 슬퍼진 그녀는 끝까지 손수 홍시유내외의 시체를 거두어 선영에 고이 묻어주었다.</b></h3><h3><b> 인생의 허무를 갑자기 뼈저리게 느끼게 된 매화는 쓰라린 그 심사를 최후의 한수의 시조로 쓰고는 홍시유의 무덤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b></h3><h3><b> 다음날 매화의 시체와 그 시조가 홍시유의 무덤우에서 발견되였다. 바로 이 글의 첫머리에 나오는 "매화 옛등걸에..."로 시작되는 시조절창인 "매화사"이다.</b></h3><h3><b> 그 시조의 내용인즉 대략 이러하다. </b></h3><h3><b> <<매화나무 옛 등걸에 봄이 다시 돌아오니/ 그 옛날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그 가지에 다시 꽃이 필 법도 하다만은/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니는걸 보니 필지 말지 하구나...>></b></h3><h3><b> 님이 떠난 암울한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의미를 상실한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시조라고 볼수 있겠다.</b></h3><b> 어윤겸을 배반하고 홍사또에게 달려간것을 비방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뒤늦게나마 열렬히 사랑했던 홍시유를 위해 충성하고 순절하며 죽음까지 서슴치 않고 함께한것을 두고 세인들은 그래도 그녀를 "재가렬녀(再嫁烈女)"라고 불렀다.
</b><h3><b> <<계서야담>>에서도 이를 두고 오히려 매화를 "예양(豫讓)과 같은 의로운 인물"이라 칭송하였다. 예양은 중국 사마천의 저명한 저서 <<사기>>의 "자객렬전"에 수록되여 길이 전해지는 력사인물로서 의리있는 협객이다...</b></h3></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