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니가 물었어요.<br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br />가긴 어딜가-? <br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br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대답 했어요.<br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br />하긴 무얼해-? <br />고추모나 심어야지-!!"<br />내일이 무슨날인지나 아시우-?<br />날은 무신날-! <br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br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애들는 벌써 왔습디다."<br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 당겼지요.<br />다른 집 자식들은 철되고 때되면 <br />다들 찾아 오는데... <br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br />어머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지요.<br />"오지도 않는 <br />자식놈들 얘긴 왜 해-? "<br />"왜 하긴-? <br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br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br />"어험~ "아버지는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지요.<br />세상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br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br />자식 잘못기른 내죄 내죄야 !! <br />어머니는 밥상을 치우시며 푸념아닌 푸념을 하였지요-,<br />"어험-!! <br />안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해-?<br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br />아버지는 어머니의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휭하니 밖으로 나가셨어요.<br />다음 날 어버이 날이 밝았지요.<br />열 댓집 되는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 일찍부터 이집저집 승용차가 들락 거렸어요.<br />"아니 이 양반이 아침 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br />고추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모도 안뽑고,"<br />어머니는 이곳 저곳 아버지를 찾아봐도 간곳이 없었지요, <br />혹시 광에서 무얼하고 계시나? 광문을 열고 들어 갔어요. <br />거기엔 바리바리 싸 놓은 낯설은 봇다리가 2개 있었어요, <br />봇다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들기름 <br />한 병씩에 가을에 잘 말린 고추가루 1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br />큰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지요.<br />또 다른 봇다리를 풀자, <br />거기에도 참기름과 들기름 한 병에 고추가루 1봉지 민들레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br />작은 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br />두셨나 봐요.<br />어머니는 그걸 보시고 눈시울이 붉어 졌어요, <br />"언제 이렇게 준비해 두셨는지... <br />야생 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 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 왔는지... <br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br />몇 일을 캐야 저 만치 되는데..."<br />어젠 하루종일 안 보이시더니 <br />읍내에 나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br />짜 오셨던 거지요. <br />자식 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br />어머님은 천천히 무거운 발을 옮겼어요.<br />집 뒤에 있는 동네 어귀 장승백이에 아버님이 홀로 앉아 있었지요.<br />구부러진 허리에 초췌한 모습으로 <br />저 멀리 동네 입구만 바라보고 계셨어요.<br />어머님은 아버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br />"아니 여기서 뭘 하시우? <br />고추모는 안 뽑구-?"<br />" ......... "<br />"청승 떨지말구 어서 갑시다. 작년에도 안오던 자식놈들이 금년이라구 오겠수?"<br />어머니가 손을 잡고 이끌자 그제서야 <br />아버지는 못이기는척 일어 났지요.<br />"오늘 날씨 왜 이리 좋은기여? 오지않는 자식놈들 잊어 버리고 <br />어서 가서 아침먹고 고추모나 심읍시다"<br />" ........ "<br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따라 오면서도<br />자꾸 동네어귀만 뒤돌아 쳐다 보셨지요.<br />"없는 자식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br />그냥 없는듯 잊고 삽시다 "<br />"험험... "<br />헛기침을 하며 따라오는 아버지가 애처로워 보여, <br />집에 돌아와 아들오면 잡아주려고 길러왔던 닭을 보고,<br />"오늘은 어버이 날이니 우리 둘이 <br />살 오른 닭이나 잡아 먹읍시다. 까짓거 아끼면 무얼하겠수-? <br />자식 복두 없는데 .... "<br />" ...... "<br />어머니는 아침 상을 차리면서<br />"오늘은 고추모고 뭐고 그냥 하루 편히 쉽시다.<br />괜히 마음도 안 좋은데 억지로 일하다 병나면 큰일 아니우-?"<br />"다른 집들은 아들 딸들이 와서<br />좋은 음식점에 외식이다 뭐다 한다는데-,<br />우린 닭이나 잡아 둘이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br />"험험 ..."<br />그때였어요. <br />아침상을 마주하고 한 술 뜨려 하는데...<br />"아브이 어므이~" 하면서 <br />재너머로 시집보낸 막내 딸과 <br />사위가 들이 닥쳤지요.<br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지독히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br />늘 천덕구러기 같아 구박만 주었던 딸인데-,<br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들어 왔어요.<br />아버지 어머니는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저,<br />"아니 니가 어떻게... <br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니-?"<br />"어므이 아브이-!! <br />오늘 어브이날 이라 왔어, <br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므리 떡 해가지고 왔어"<br />그러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쑥 버므리떡을 내 놓는 것이 아닌가,<br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니-?"<br />저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부터 만들었어, <br />맛이 있을런지 몰라 히히.... <br />"이보게! 박서방- !! <br />어떻게 된건가?"<br />"네, 장모님 <br />저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첬어요,<br />우리 아버지가 쑥버므리떡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를 치고 또 밤새 울거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br />"그랬구나 그랬구나-! <br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왔어-? 천천히 오지?"<br />"저 사람이 쑥 버므리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 해서 가지고 왔어유"<br />"에이구 몸도 성치않은 자식인데.. "<br />소아마비로 인해 딸이 몸이 성치않아 몇년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딸이었지요.<br />언제나 어머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br />그저 두내외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br />어느 사이 어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어요.<br />"참-! <br />아브이 어므이 이거!! "하면서<br />카네이션 두송이를 꺼내어 내미는 거였지요.<br />"저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왔어! 이쁘지? 히히-"<br />"내가 달아 드릴께!!" 하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렸지요.<br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 돼!! 알았지? 히히-"<br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br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br />박서방 정말 고맙네 !!"<br />"아니에요 장모님!!<br />두분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유"<br />"그려 그려 정말 고맙네-!"<br />"아브이 어므이 어서 이 쑥떡 먹어봐!! 맛이 어떨런지 몰라 히히-"<br />"그래 알았다"<br />아버지와 어머니는 쑥 버므리떡을 입에 넣으며 목젖이 울컥하는것을 느꼈지요-.<br />눈가엔 눈시울이 붉어 졌지만 <br />애써 참으며<br />"그래 참 맛있구나!! <br />이렇게 맛있는 쑥떡은 처음 먹어 보는구나-, 당신도 그렇지요-?"<br />" 흠흠 으응 .... "<br />아버님은 목이 메어 더이 상 말을 하지 못하셨지요.<br />"참!! 술 술,"<br />사위가 잊었다는듯 보따리에서 술병을 꺼냈어요, <br />"이거 아브이 어므이 드린다구 박서방이 산에서 캔 산삼으로 담근 산삼주야-, <br />작년에 산에 갔다 캤는데<br />팔자구 해두 장인어른 드린다고 안팔구 술 담은거야 "<br />"박서방이 산삼을 캤구먼"<br />"네! 작년에 산에서 한뿌리 캤시유"<br />"에구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br />산삼주를 받아든 아버님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요.<br />"평생 홀아비로 늙어갈 몸인데 저렇게 이쁜 색시를 낳아 주셔서 넘 고마워유-"<br />무슨 소린가-? <br />몸도 성치않는 자식을 받아 준 <br />자네가 고맙지!!"<br />"아녀유-?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색시 구먼유"<br />"그려 그려 앞으로도 못난 자식 잘 부탁하네-!!"<br />"장인장모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유-"<br />아버지는 눈시울이 뜨거워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나가셨지요.<br />병신 자식이라 불쌍하게만 여겼지 아들처럼 공부도 제대로 안 시키고 결혼식도 대충 마을회관에서 올리고, 그냥 시집을 보낸 딸 자식이었는데... <br />그저 시집 보냈으니 <br />있는듯 없는듯 신경 안쓰던 그 자식이 어버이 날이라고 이렇게 불쑥 찾아 올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br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쑥 버므리떡을 밤을 새워가며 해가지고 올 줄이야-,<br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 본적이 있었던가-?<br />무엇이든 생기면 아들 형제만 주려고 생각했지, 천덕구러기 병신 딸은 언제나 안중에 없었지요, <br />행여 병신(病身) 자식이라고 업신 여겼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졌어요. <br />불구의 몸이지만 딸의 생각이 저렇게 곱고, 착한지-,<br /> <br />불구자인 사위의 처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저래 깊은줄 이제서야 알았지요.<br />아들들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딸로 인해 확하고 다 풀어 졌어요. <br />마음이 멀어진 아들보다 가까운 딸 자식이 소중한 것을 그때서야 알았어요. <br />그러면서 가슴 저~ 깊은곳이 <br />아려 왔지요.<br />정말 딸자식이 고마웠어요.<br />아니 많이 미안 했지요-.<br />한참뒤 밖에서 씨암닭 잡는 소리가 들렸어요.<br />그 잘난 아들자식 오면 <br />잡아 줄려고 키웠는데<br />못난(?) 딸자식 줄려고 잡나봐요.<br />"우리 귀한사위 줄려고 장인어른이 씨암닭 잡나보네."<br />"아이구 황송해서 <br />어쩌지요 장모님-?"<br />아닐쎄, 자네는 씨암닭 먹을 자격이<br />충분 하네-,<br />장모님 고마워유-!<br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br />지킨다 했던가요-?</h1>